신화 - 성룡판 동북공정

영화감상평

신화 - 성룡판 동북공정

6 허정 1 2171 0
  영화에서 이념을 지나치게 따진다면 사실 진정한 영화매니아가 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훤히 드러나는 이념적인 것 - 그것도 허구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이것을 못 본 체 넘어가는 것 또한 매니아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성룡의 모험영화는 제법 그럴 듯한 설정(비록 가공의 이야기라도 어느 정도 사실성을 갖추고 있었다)에 지구를 누비며 적절한 액션과 코믹을 버무려 나름대로 성룡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는 이념이 별로 없었다. 가끔 나타나는 중국우월주의는 홍콩 반환 이후 조금씩 강조점이 더해도 애교로 보아줄 수준이었다. 지금껏 성룡 영화는 액션은 있어도 잔혹한 폭력은 없고, 재미와 건강함이 살아있어서 모두가 사랑했다.
  그러나 “신화”만은 허황한 이념과 잔혹한 폭력이 뚜렷했다. 진시황의 지하궁전으로 문화적 우월을 주장했고, 그것도 모자라 중력의 법칙을 이용하는 초일류의 과학적 유산까지 동원하여 미래의 주인공임을 암시한다. 이 천년의 사랑 이야기로 포장했지만 서두에서 마지막까지 고구려를 철저하게 뭉갰으며, 잔인한 폭력은 화면에 피를 뿌렸으며, 게다가 어설프지만 화려한 그래픽으로 포장까지 했다.
  고구려의 안위를 위해 공주(김희선)는 사랑하는 고국의 장수(최민수)의 애걸을 뿌리치고 진나라의 비로 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랑하는 장수를 죽인 진의 장수(성룡)가 자기의 목숨을 구해줬다고 그 때부터 평생 아니 이 천년을 사랑한다는 그야말로 고구려는 보잘 것 없는 진의 속국이며 나아가 이 천년이 지난 지금도 고구려의 공주는 중국 장수에게 매달려 있다는 반역사적인 것을 공공연히 선포했다.
  영화는 물론 가공의 이야기를 먹고 산다. 그러나 그 바닥에 왜곡된 역사인식을 깔고 있고 또한 이를 의도적으로 그랬다면...
  신화의 제작 전후 성룡이 한류에 대하여 비판적 발언을 한 것과 그 이전 동북공정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역사인식에 대하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그가 그토록 한국을 사랑했었기에... 만에 하나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신화는 성룡판 동북공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Author

Lv.6 6 허정  골드(3등급)
9,486 (59.4%)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1 Comments
4 김동천  
  괜찮은 지적입니다만.
공주가 모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자신의 나라와 부모를 사랑해서 피해주지 않기 위해서이고, 일개 장수를 사랑하는 것은 권력에 의해 정해진 운명을 따르긴 하되 마음으로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마음에 두고 의지하고 싶어했음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스토리상 그 많은 공주 상납국 중에서도 고구려를 택한 것은 중국의 한류열풍과 한국의 영화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만, 너무 식상한 스토리였고 전개였습니다.
동북공정에 대한 코드는 영웅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