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대중음악에 대한 나의 추억 [스쿨 오브 락 ; the School of Rock]

영화감상평

학교와 대중음악에 대한 나의 추억 [스쿨 오브 락 ; the School of Rock]

1 박면용 7 2306 0
제가 지금의 기억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를 꼽으라면 바로 김민기씨의 '아침이슬'이라고 주저없이 말합니다. 이유는 그 노래가 가지고 있는 어떤 의식이나 노래가 가지고 있는 사연때문이 아니라 바로 저의 사연때문입니다.
 
 제가 '아침이슬'을 처음으로 들었던 것은 국민학교 6학년때였습니다.(요즘은 당연히 '국민학교'가 아닌 '초등학교'라고 불려야 마땅하지만 왠지 제 얘기를 할때는 전 '국민학교'를 다녔지 '초등학교'를 다닌게 아니라서 '국민학교'라고 해야 시쳇말로 '필'이 꽂히기에 이렇게 표기하겠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당시 담임선생님은 대학생의 신분으로 처음으로 우리를 학생으로 맡아서 가르치시는 열정 넘치시는 젊은 여교사셨는데 가끔 우리에게 교과서 이외의 많은 노래들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노래공책까지 만들어가면서 샹송의 리듬에 말도 안되는 가사를 붙여서 잼있는 노래를 알려주시기도 해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셨는데 하루는 우리들에게 노래 하나를 가르쳐줄텐데 절대로 밖에 나가서 부르면 안된다고 말씀해주시면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노래가 바로 김민기씨의 '아침이슬'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엔 누구의 노래인지도 몰랐고, 왜 밖에서 부르면 안되는지도 몰랐지만 왠지 노래가 맘에 들더군요. 그래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또한 어디에서도 그 노래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딴 노래들은 잊어버렸어도 '아침이슬'만은 잊혀지지않았습니다. 나중에서야 그 노래가 왜 불려지지않았는지 알 수 있었죠.

 바로 이런 것이 70~80년대의 우리나라 문화정책이었습니다. 무엇하나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고 가수가 음반을 발표하면 꼭 1~2곡은 '건전가요'라는 명목하에 사회개몽성 노래를 만들어서 넣어야했습니다. 말한번 잘못하면 어디서 누군가에게 끌려가는지도 모르게 끌려가는 그런 시대에서 가수들은 항상 듣기 좋은 노래들만 불러야했습니다. 귀에 거슬리면 어떤 제제조치가 있을지 알 수 없었죠.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의식을 모토로 하는 락 음악은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여 질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온갖 망측한 옷을 입고서 왠 기타를 튕기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대는 락커들의 모습은 정신이상자 바로 그 모습이었을겁니다. (우리나라 락의 대부인 신중헌 선생조차 지금까지 어른들에겐 음악이 아닌 마약문제로 더 유명하시지요. 그 마약사건이 정부조작이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네요.) 일례로 전 중학교때 선생님께서 락음악을 하는 녀석들은 모두 머리띠를 하고 있는데 그 머리띠에 마약이 들어있고 무대를 뛰어다니면서 나는 땀으로 머리띠 속의 마약성분이 녹여서 먹는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락음악과 락커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그냥 보이는데로 믿고 남들이 하는 말만 듣고 선생이란 사람이 그걸 아이들에게 무책임하게 말했던 겁니다. 순진했던 전 선생님의 말이 진실인 줄 알았죠. ㅡ.ㅡ;;;; 락음악이라는 것을 접할 기회도 없었고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말은 모두 거짓없는 진실이라고 믿는 착한 소년이었으니....

 영화 '스쿨오브락'을 보면서 저 영화는 미국에선 뉴스위크 선정 2003년 Top 10안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Top100안에 들수나 있을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락음악의 정신을 TV를 통해서, 또는 우드스탁같은 이벤트를 통해서, 아니면 당시의 격렬했던 사회운동을 통해서 생생히 보고,듣고,느낄 수 있었던 미국의 상황과 락음악은 커녕 부르고 싶었던 노래조차 제대로 부를 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상황....얼마나 많은 한국민들이 이 영화에서 말하는 락의 정신에 공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줄거리라든가 감동이라든가 하는 모든 문제를 떠나서 이 영화는 우리가 느끼기 힘든 미국인의 문화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게 또 나쁜건 아니지요. 미국의 자본에 의해서, 미국의 배우들로, 미국에선 만들어진 순수 미국영화가 미국의 문화를 담고있는건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그걸 우리가 느끼지 못한다고 그 영화를 매도할 수는 없는거겠죠. 단지 우리와 문화가 다른 미국의 문화를 영화는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흥행작이 될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엔 줄거리도 빈약하고 사건의 비약도 상당히 심하죠. ^^

 전 영화를 보는내내 흘러나오는 락음악을 몇개나 알 수나 있을까 했는데 'smoke on the water'하나만 알겠더군요. ㅡ.ㅡ;;; 나오는 락그룹이나 사람들은 다 들어본 기억은 있는데 노래들은 모두 생소했습니다. 제가 락음악을 많이 듣지않는 탓도 있겠죠. 하지만 단 한번도 락음악이 우리 생활에 주류로 등장하지 못했던 지난 우리의 상황들을 보면 이 영화를 보면서 동화되지못하고 겉도는 느낌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 요즘엔 우리나라의 락음악이 당당히 주류음악으로 등장하면서 선전하는 모습들이 너무 좋더군요. 알라뷰~ 윤밴~! ^^) 락음악은 잘 모르고 락음악의 정신은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제대로 느껴보지못한 저같은 일반인들은 영화가 강조하는 Rocking은 알지도 못하면서 조 블랙의 오버연기와 영화적 상황들을 보면서 영화를 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그저 흘러가는 웃음만 웃을 수 밖에 없는 영화....

여러가지로 저한테는 정말 허무한 영화였습니다. 영화 자체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로 말입니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7 Comments
1 박지훈  
  저는 유쾌하고 재미있게 봤는데.....시스터액트같은 영화 볼떄 교훈같은걸 바라시고 보셨나보네용 ㅡ,.ㅡ 그냥 웃으세요 ^<^ Let's Rock!!!
1 김인철  
  참 심하게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는 양반이구랴..
1 TeRRY™  
  요즘은 거의 듣지 않지만 저같이 Rock음악을 들으며 전율을 느끼거나 공부한답시고 Rock의 계보를 꿰찬 경험이 있는 분들에겐 내용을 떠나서 시종일관 음악을 듣는 것 만으로도 흥겨운 영화입니다
클래식 관련 영화가 저에겐 별 관심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겠죠
오랜만에 들어보는 Metalca의 The Wait의 인트로...
아이들에게 들어보라고 나눠주던 앨범들...
향수가 느껴지더라는...
1 최기성  
  거기나오는 음악 다.. 직접연주하거라고 들었습니다.
노래도 직접불렀다고하는데요.

락밴드활동하고 있다네요.. 그 연기자
1 네바스찬Jr.4세  
  김인철님, 점더 예의를 갖추시고 말씀하십시요.
그냥 솔직히 님은 이정도 분석(?)적인 영화평을 쓰지 못하는게
아닐까요?
어느 누구도 모든 영화를 대충 즐길려고만 보거나,
반대로 분석할려고 모든 영화를 보진 않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경력이나 추억 배경 등이 어우러진 영화 몇몇에는
좀더 남다른 감회와 감상을 가지는게 우리들 모습아닐까요?

그런 글에까지 빈정대는 리플을 다는 그 심뽀를 이해못하겠습니다.
========================
전 이 영화가 비록 "스쿨 오브 락"이라 마치 락을 이야기하는것
처럼 보일수 있지만, 어떤 분이 리플에서 말씀하셨듯이
거기에 나오는 락음악을 알고 모르고가 그리 중요치 않은,
그냥 "열정"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하셨는데
거기에 동감하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현실이 락을 얼마나 머리로 이해라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냐와는 크게 상관없이 즐길수 있는
영화 정도는 되지않나...싶습니다.

한 영화에 대해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방향에서
이해한 동지(?)들의 다양한 감상평을 읽는건 너무 좋은 일입니다.
1 엄마제또흙먹어  
  난 잼있었는데..;
영화를 분석수학화하려는 분같네..ㅋ
요새강추할만한영화..
1 전쟁고아  
  그정도로 세밀하게 분석할만한 영화였는지 내눈이 의심가네여~
암튼 유쾌한 영화임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해서 명작이네.. 초강추네~ 머 이런 표현들은 왠지 어울리지않는듯. 보는사람나름이겠지만 개인적으론 시간때우기용에 불과. 갠적으로 글올리신분 영화소감에 공감마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