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코브: 슬픈 인간들의 진실

영화감상평

더 코브: 슬픈 인간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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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지만의 순치장에서 울산으로 올 돌고래 4마리 가운데 1마리가 물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들 돌고래는 일본에서 울산까지 22시간의 수송과정을 거쳐 8일오전 울산 장생포에 도착한다.
1마리당 1억원... 일본서 울산까지 22시간 '살얼음 이송' (연합뉴스 2009.10.7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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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 [kouv]: 작은 만, 후미, 후미진 곳,

일본 혼슈(本州) 와카야마(和歌山)현의 작은 어촌마을 타이지(太地)의 앞바다,
그 후미진 곳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어촌주민들의 무자비하고 잔혹한 돌고래 사냥과
일본에 유통되고 있는 돌고래 고기의 유독성을 고발한 다큐먼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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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고기에 뇌를 손상하고, 태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유독성 물질인 수은이
일본 정부의 기준치보다 무려 900배 이상 많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홋카이도대학 연구진은 뉴사이언티스트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고래 및 돌고래에서 추출한 간 샘플 26종을 대상으로 수은함량을 조사한 결과
간 1g당 평균 370㎍의 수은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것은 일본 정부의 수은 기준치인 g당 0.4㎍보다 무려 900배나 높은 수치이다.
또한 샘플 전부가 하나도 빠짐없이 기준치보다 많은 수은을 함유했으며,
2개 샘플에서는 기준치의 9천배에 달하는 1천970㎍의 수은이 측정됐다.
이같이 과다한 량의 수은은 체중 60㎏의 성인이 고래 고기를 0.15g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일주일 섭취 제한치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고래 고기를 한 입만 먹어도 치명적인 수은중독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뜻" 이라고
말했다. 고래고기의 수은 함유는 예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이렇게 많은 수은이 함유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고래의 수은중독현상은 고래가 오염된 물고기와 오징어들을 먹은 후
지방조직에 수은성분이 쌓이는데 따른 것이다.
(한겨레신문 2002년 6월6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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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다큐먼터리?
네, 한마디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을주민들이 전통적인 생계수단을 위해 자행하는 피비린내 나는 돌고래 사냥도 끔찍했지만,
정말 충격을 준 것은 돌고래가 스스로 자살을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960년대 돌고래가 주인공인 미국 TV 인기연속극 <플리퍼>의 돌고래 전담 조련사였던,
그리고 지금은 야생돌고래 보호를 위해 남은 생애를 바치는 릭 오베리라는 인물이,
자신이 조련했던 플리퍼의 돌고래 <캐시>가 스스로 자살을 한 사실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정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 스스로 자살을 한다?
상상도 못했고 전혀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래의 인용기사를 위의 연합뉴스기사와 함께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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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의 고래수족관에 살던 돌고래 4마리 가운데 1마리가
14일 오전 폐사했다. 남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께 수족관에 있던 돌고래 4마리 가운데
7살 된 돌고래 '고이쁜'이 수족관 바닥에 가라앉은 채 숨져 있는 것을 조련사가 발견,
인근의 고래연구소로 이송했다.
이 돌고래는 몸길이 270㎝에다 몸무게 250㎏으로 지난 7일부터 식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죽은 '고이쁜'은 다른 돌고래인 '고아롱,고다롱'(이상 10살), '고꽃분'(5살) 등과 함께
지난 10월8일 일본 혼슈(本州) 와카야마(和歌山)현 타이지(太地) 앞바다 순치장에서 울산으로 왔다. 남구는 고래연구소에서 죽은 돌고래를 부검해 사인을 밝히기로 했다.
(연합뉴스 2009년 12월14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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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같이 허파로 호흡하는 포유류인 돌고래는 물에 담아 이송하면 익사하기 때문에
수송하는 내내 피부가 마르지 않도록 젖은 거즈를 덮어 물과 얼음을 뿌려주면서
수송해야 한다고 합니다.
릭 오베리도 회상하기를 돌고래인 <캐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결국 스스로 호흡을 중지함으로써 자살을 선택했다고 회상하고 있습니다.
릭 오베리가 야생돌고래 보호를 위해 뛰어든 것도 바로 <캐시>의 자살로 인한 충격이었겠지요.

잠깐 인용기사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왜 <고이쁜>이는 일주일 전부터 식사를 하지 않았을까요?
왜 <고이쁜>이는 물 밖으로 나와서 호흡을 하지 못하고 수족관 바닥에 가라앉고 말았을까요?
릭 오베리의 <캐시>처럼 <고이쁜>이도 스스로 호흡을 중지하여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을
선택한 것일까요?
돌고래가 인간처럼 자살을 선택한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고,
타이지만 어촌주민들의 이중적인 모습도 충격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다큐먼터리였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니 알 수 없도록 후미진 어는 곳에서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돌고래와 인간들의 슬픈 진실.
인간의 잔혹하고 슬픈 진실이 과연 타이지만의 돌고래뿐일까요?

인간이 아닌 돌고래와 같은 고등동물들을 제쳐두고라도,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어떻습니까?
자동차가, 노트북이, 여자친구의 가방이 아이들을 착취하고 학대해서
어른들이 이득을 취하나요? 누군가의 소비가 결국 인간의 모습을 한 다른 누군가를
착취하고 불행을 지속시키고 있는 겁니까?

여유가 있으면 보다 좋은 자동차로 바꾸세요.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라이프 스타일로 바뀌겠지요.
여유가 있으면 성능 좋은 노트북으로 바꾸세요.
좀 더 빠른 성능이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시켜줄 겁니다.
여유가 있으면 보다 좋은 가방을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세요.
매년 다른 가방을 선물하지 않아도 마르고 닳도록 아껴가면서
오랫동안 그 가방만 고집하며 메고 다니는 라이프 스타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인간에게 단순히 낭비가 아닌 하나의 의미있는 소비행태입니다.

하지만 수은이 가득하여 인간에게 치명적인 돌고래 고기,
이건 도대체 인간에게 먹거리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돌고래가 수은이 가득하다는 사실,
이건 도대체 지구의 바다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다이아몬드, 특히 블러드 다이아몬드,
이건 또 인간들에게, 결혼을 앞두고 예물을 고민하는 남녀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개고기, 이건 도대체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애완용은 No, 식용은 Yes?
인간들의 관람용인 돌고래는 1억에 팔리지만,
관람용이 아닌 나머지는 도살 후에 식용판매되는 돌고래.
우리의 항생제로 키우는 식용 개고기 문화는 과연 타이지만의 전통적인,
잔인한 돌고래 어업방식과 어떤 차이와 의미가 있는 걸까요?
‘한국의 슬픈 개에 관한 진실’이란 다큐먼터리라도 하나 나와야 되나요?

타이지만의 주민들이 판매하는 돌고래 고기를 일본인들이 아무런 정보와 생각 없이
소비하기 때문에 결국 수많은 돌고래의 학살이 매년 은밀히 지속되는 것처럼,
혹시 우리는,
후미진 곳의 어떤 착취와 만행이 꾸준히 지속되도록,
동조자로서 소비자로서 그렇게 의미없이 사는 것은 아닐까요?




PS: 더 코브는 돌고래에 관한 슬픈 진실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인간들에 관한 슬픈 진실도 함께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다큐먼터리는 수많은 돌고래가 아무런 대가없이 조연을 맡아 출연했으며,
진실을 감추는 자와 밝히려는 자가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연휴에 꼭 보시고 시간되시면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블러드 다이아몬드> 영화도
같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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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0 사라만두  
하.. 상당하 와닿네요.
빨리 감상하고 저도 한번 읊어봐야겠네요..
22 헝그리  
내용중 2006년 사이언스지"에 실렸던 보고서 얘기는 섬뜩하네요...

지금처럼 바다에서 어획을 한다면 40년 이내에 세계 수산시장 붕괴가 예상된다는..ㅎㄷㄷ


결국 지구의 최강의 적"은 인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1 레드포드  
오늘,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죽었던 7살 고이쁜이의 기사를 한번 찾아봤습니다.
아래는 한겨레신문 2010년 02월 03일(수) 기사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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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돌고래 죽음’ 책임공방

(중략)
고래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남구는 이례적으로 건국대 수의과대학에 부검을 맡겼다. 결과는 미생물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을 나타내는 패혈증(폐렴)으로 나왔다. 이를 근거로 남구는 죽은 돌고래가 죽기 4~7일 전부터 먹이를 거부하는 등 이상 징후를 나타냈지만 ㅎ사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폐사했다고 보고 있다.

서진석 남구 고래관광과장은 “ㅎ사가 고래 관리를 다시 위탁한 ㅁ사가 먹이만 주고 운동을 시키지 않았으며, 수의사 검진비를 줬음에도 검진을 시키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관리를 소홀히 해 돌고래가 죽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ㅁ사는 “남구가 돌고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며 남구 쪽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성욕이 왕성한 수컷을 암컷과 함께 사육하지 않는데도 암수 각각 2마리를 수족관에 함께 넣는 바람에 죽은 암컷 돌고래가 수컷의 과도한 교미 시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죽었다는 것이다.

ㅁ사 김철우 사장은 “ㅎ사와는 먹이를 주는 것만 계약했으며, 수의사를 직접 보낼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전문 직원 2명을 보내 투약 등 적절한 조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1 레드포드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이 '즐거운 비명이'라는 기사도 눈에 띄네요.
지난해 11월 개관 후 2개월만에 10만명의 관람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답니다.
 
그런데..이처럼 고래생태체험관 개관 이후 고래 고기를 맛보기 위해 음식점 등을 찾는 관광객까지
많이 증가하는 등 장생포 전체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지역 한 관계자는 전했다고 합니다.

걱정스럽게도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고래고기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나봅니다.
그래서 고래생태체험관 홈피를 찾아가 봤는데, 커뮤니티란에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자유게시판이
아예 없어서 둘러보고만 왔습니다만, 오히려 고래의 맛을 소개하고 맛집을 소개하기도 하는군요.

기사를 검색하다보니 우리나라도 생각보다 고래고기를 많이 먹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국제거래를 금지한 CITES(멸종위기동식물의 국제거래 금지협약)대상종인 고래 고기의 거래를
완전히 자유화하고 있는나라는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고 합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만의 일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우리나라도 해당되는 일이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