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너되기,너의 나되기, 나의 나되기 ...존 말코비치 되기

영화감상평

나의 너되기,너의 나되기, 나의 나되기 ...존 말코비치 되기

1 하경호 1 2125 0
되기란 꼭 그것이 된다라기보다는 되기의 무한한 미분적 과정 전체를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되기의 혁신적 가치를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카프카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훌륭히 설명해 주었지만 오늘은 그레고르가 겪었던 곤충되기를 말코비치 되기를 통해 영상과 음향으로 겪으니 느낌이란게 살아나서 영화의 무서움을 또다시 절감하였다.
우리가 자명하다고 믿는 나의 핵이란 없다란게 이 영화의 주제의식중 하나가 되겠지만  불교의 윤회관과 공관, 무아관을 적절히 미국식 영화로 재해석해 놓은듯한 느낌도 든다.
사실 되기는 과정의 연속이어서 핵이 없다. 그래도 그 과정을 연속시키는 주체가 있을 것 아닌가 하는 반문도 하지만 과정을 연속하며 주체란 것의 속성도 변해지니 어떨지 모르는 일이다. 유인원에서 인류가 진화했다고 해서 내가 유인원에 나의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주장하지는 못하듯이 말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캐릭터들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적인 한계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는 하나의 산업이고 적절한 수준의 스토리텔링과 번안을 거치지 않으면 우리가 영화관에서 감상을 하지 못할 것이다. 감독들도 아마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제의식을 어느정도 구사하는가하는 문제를. 존 쿠삭은 결국 존 쿠삭의 동일성을 그대로 지닌 채, 그의 욕망을 그대로 놓아둔 채 영화는 끝이 난다. 그리고 영화의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존 말코비치의 캐릭터는 다중인격의 잠재의식을 환기시키는 분석심리적 수준에서 처리된다. 탄생과 윤회의 문제도 슬쩍 비치는데 그 해석이 좀 티벳불교적 영향이 강한 것 같다. 허리웃 영화계에 티벳불교의 영향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스파이크 존즈감독이나 작가 찰리 카우프만에게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는 자료를 찾아보지를 않아서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의식은 카메론 디아즈가 동물들을 가까이 하고 있다는데서도 옅볼 수 있다. 침팬지는 사람처럼 어릴 때의 충격으로(트라우마를 말하는게 아닐까) 위염을 앓고 있으며 그 기억으로 카메론 디아즈의 밧줄과 연결이 된다. 앵무새도 사람말을 한다. 카프카의 단편집에 보면 이러한 동물의 사람되기가 여러 편 나온다. 침팬지의 사람되기이고 앵무새의 사람되기다. 존 쿠삭은 인형을 통해 다른사람되기를 늘 열망한다. 카메론 디아즈는 동물들 처럼 철창에 갇혀 사육당한다. 재미있는 설정은 존 말코비치라는 배우에게 다중인격의 요소를 배우답게 심는다는 점이고, 찰리 쉰까지 등장시켜 삶의 경계와 영화의 경계를 허물려는 위트를 부린다. 이런 위트는 아마 우디 알렌에게서 배우지 않았을까.

이 영화의 제일 압권이라 하면 아마 말코비치의 말코비치 되기 장면일 것이다. 말코비치가 말코비치가 되었을 때는 모든 사람과 언어가 다 말코비치다. 세계가 다 말코비치라는 껍데기를 쓰고 있다. 말코비치가 말코비치로 된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그는 못볼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 절대로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왜 그런가. 이 부분에서 나는 잠시 그 정확한 메시지를 간파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냥 나의 생각에 지금은 머물러 있다. 그 비주얼의 춛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몸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둘 중 하나가 아닐까. 그의 의도가 불분명하던지 아니면 의도는 분명하나 내가 놓쳐서 그런지. 지금 생각하는 것은 나는 나라는 덫에 갇혀 산다라는 정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이고 내가 증오하는 사람도 나이며 좋아하는 말과 싫어하는 말이 다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그러면 모든 것이, 아무리 갖고 싶은 것들도 시들해질 수 있을 것이고 무망함을 느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바뀌어 질지도 모르겠고 어느날 길을 걷다가 두손을 마주치며 내가 바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겠다. 그런게 영화보는 또하나의 기쁨이 아닐까.
누군가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지적해 주어도 그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지금 영화를 아끼는 친한 선배에게 당장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1 Comments
1 ocs14  
  컥 느므 느므 어렵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