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6점] 세 개의 시대(The Three Ages, 1923)

영화감상평

[리뷰: 6점] 세 개의 시대(The Three Ages,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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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튼 방식의 유희정신이 새겨진 <인톨러런스>

평점 ★★★


<세개의 시대>. 이 영화는 형식적으로만 보면 ‘버스터 키튼’ 영화 중에서 가장 눈에 띈다. 제목 그대로 세 가지의 시대를 오가는데 이는 D.W. 그리피스 감독의 <인톨러런스>와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인톨러런스>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얘기할려면 <인톨러런스>를 떼놓을 수가 없다.

 

선사 시대, 로마 시대, 현재(당대 1920년대). 이렇게 마련된 세 개의 시대 안에는 동일한 레퍼토리의 멜로드라마가 담겨져있다. 영화는 시간대들을 짧게 나누어 교차시키고 레퍼토리를 반복시킨다. 이도 역시 기존과 전혀 다른, 급진적인 화법을 가졌던 <인톨러런스>를 ‘버스터 키튼’이 좀더 쉽게 풀어내고 자신만의 영화에 담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대를 오가는 형식 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인톨러런스>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것이 있다. 이 영화의 초반에는 <인톨러런스>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영화의 주제를 설명해주는 장면이 있다. 거기다가 내용마저 거의 똑같다. “시대를 초월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원작의 메시지를 거의 그대로 차용한 대목이다.

 

하지만 그 영화의 메시지는 ‘버스터 키튼’의 멜로드라마와 잘 어우러진다. 각 시대의 사회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모든 주인공은 계층의 아래쪽에 있는 사람으로 계층의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한다. 세 시대에 담긴 레퍼토리는 키튼이 기존 단편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와 공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원작을 따르는 데 있어 자신만의 레퍼토리와 장르를 담아내며 <인톨러런스>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려 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면 메시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 시대로 나누어서 나열하였다고 ‘사랑의 영원성’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이지만 그런 고찰까지는 담아내지 않으려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각각의 내러티브는 시대극이지만 키튼은 역사의 고증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보인다. 되려 자신만의 상상력을 녹여낸 슬랩스틱 코미디로 상황을 패러디하는데, 그 지점에서 <세 개의 시대>만의 개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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