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점] 캐롤(Carol, 2015)

영화감상평

[리뷰: 10점] 캐롤(Carol, 2015)

28 godELSA 1 2525 3

시대의 공기에 갇힌 그 눈빛, 그 절절함.

평점 ★★★★★


<캐롤>. 최근 들어 한국 극장가에 멜로 영화가 드물었다. 이제는 순수 멜로 장르에서 관객에게 색다르게 어필할 수 있는 동력이 다한 것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할 정도로 장르에 발굴이 거의 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장르가 제작자들에게 외면되고 축 쳐져가던 와중에 <캐롤>은 멜로 장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애틋하고 절절하며 관객까지 조마조마하게까지 만드는 멜로 장르가 가진 고전적 매력을 확실히 복구해낸다. 

 

<캐롤>은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그렇지만 영화의 화법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으며, 인물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정의하지는 않는다. 대신 장면에 무게감을 싣는 것은 인물들의 몸짓이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인물들의 사소한 말, 행동을 직조하고 관찰한다. 몸짓 하나하나에 담긴 섬세한 감정선을 읽어내고 무게추를 두면서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효과적으로 구축한다. 사소한 감정의 물방울이 모이면서 거대한 내면의 호수를 이루는 듯하며 그렇게 섬세하게 각인된 행동의 징후들은 인물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함에 이른다. 행동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의 편린마저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며 사랑의 감정의 무게감을 옮겨낸다. 연출의 독보적인 섬세함 뿐만 아니더라도 ‘루니 마라’와 ‘케이트 블란쳇’의 절제되고 섬세한 연기도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사랑의 드라마의 무게감이 커지는 데에서 1950년대 미국의 풍경도 단단히 한몫한다. 영화는 당대 미국 사회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에도 주력한다. 가부장적 제도가 남아있는 보편적 관념 하에서의 여성들의 삶의 단면과 동성애가 허용되지 않은 사회관의 모습들은 인물들의 외로움과 비극성을 더욱 강화하는 장치다. 화면의 거친 질감과 묵직한 미장센도 시대상에 남겨진 주인공들의 처지를 대변한다. 그렇게 토드 헤인즈 감독은 주인공들의 사랑도 사회에 의한 산물이라고 에둘러 표현하며 인간성의 중요성을 외친다. 그러한 시대상에 갇힌 두 주인공의 사랑이 그토록 절절하고도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눈빛만으로 압도하는 두 여배우의 연기와 합쳐지니 금상첨화다. 강렬한 여운이다.


개인적 후기) 2000년 이후 최고의 멜로 영화는 어제까지 <이터널 선샤인>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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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0 사라만두  
갠적으로 루니 팬이라 다분히 기대중입니다만, 이터널을 넘어섰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