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지독스런 고찰 '친절한 금자씨' -스포있고 퍼왓습니다-대단한분석이고 비평이라 시네 가입기념으로 올립니다

영화감상평

인간에 대한 지독스런 고찰 '친절한 금자씨' -스포있고 퍼왓습니다-대단한분석이고 비평이라 시네 가입기념으로 올립니다

1 정규남 0 3020 0




드디어 박찬욱 감독의 신작 '친절한 금자씨'가 베일을 벗었다. 꽤나 기대를 많이 해온 탓에 영화의 오프닝이 시작될 무렵에는 아끼고 아껴두었던 맛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의 짜릿하면서도 아쉽다는 복합적인 감정의 기복을 느껴야만 했을 정도다.




가능한 있는 그대로의 영화를 맛보고 싶어서 당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 유입을 최대한 봉쇄했었으나 기어코 프레시안 오동진 영화전문위원의 글을 읽고야 말았고 그 댓가는 진품 '너나 잘하세요' 씬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많은 분들이 당 영화를 박감독의 복수시리즈 완결편이라 규정짓고 있지만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제목 그대로 그가 바라보고 있는 우리네 인간 군상들의 복잡 다단한 속내에 대한 지독스런 고찰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무방할 듯 하다.




일전에 '올드보이' 평을 쓰면서도 고민했던 '스포일러를 피해갈 것이냐'의 문제는 당 영화의 평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마도 이 선택의 기준은 앞으로 이 영화를 볼 또 다른 영화관객들의 즐거움에 스포일러성 영화평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예상하셨듯이 당근 마니 해가 될 것이다. 스포일러성 글이 그나마 안전지대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점은 영화를 감상한 사람들이 봤을 때 뿐이니까 말이다.




지나가며 하는 말이지만 다른 영화관객들을 위해서는 당연히 피해야 할 문제이지만 감상평을 쓰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좀 더 정확한 감상을 늘어놓는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택할 수 있는 길은 또 다른 버젼의 감상평을 쓰는 것이지만 모두들 예상하시는 것처럼 귀차니즘이라는 몬스터가 원잭을 지배한지 오래다..ㅜㅜ




< '영화같은'이라는 단어를 무색케 하는 인간에 대한 지독스런 고찰 >




한편의 영화에서 담아낼 수 있는 복잡다난한 인간에 대한 고찰은 어디까지가 가능한 것일까? 아마도 박찬욱 감독에게는 이 고찰을 위해 세 편의 영화 정도는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 젊은 감독의 무궁무진한 영화 속에서 외전 형식으로 더 자주 맛볼 수도 있을테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덤벼드는 영화는 아닐게다.




복수는 그가 인간에 대한 고찰을 위해 선택한 하나의 도구다. 이런 극단적인 도구의 선택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었을테지만 어쩌면 인간이라는 가장 복잡한 동물을 고찰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단순히 박감독의 취향인지도 모르겠으니 이쯤해두자..^^




인간의 평범한 단면을 보는데 복수라는 과도한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을테니 관객들역시 어느 정도는 마음을 다져먹고 그의 영화를 지켜보게 된다. 당연히 잔혹하고 비정한 설정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유괴, 감금, 근친상간, 영아살해, 넘치는 피의 향연 등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같은 형상을 한 동류의 인간들로서 부인하기도 인정하기도 어려운 어두운 단면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코 이러한 어두운 단면들이 그저 소수의 광폭한 인간들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예외가 아니라 우리들 모두에게 형태와 정도를 달리할 뿐 내재되어 있는 속성이며 확률은 희박하지만 직간접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무시 못할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단지 금자씨에게만 해당되는 영화 속 얘기라고 자신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말이다.




만약에 박감독이 복수시리즈라 명명되는 세 편의 영화 속의 이야기들이 그저 '영화같은' 수준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였다면 아마도 우리들에겐 한바탕 질펀하게 놀고 말아도 될 유희의 기억으로만 남아 편안함을 안겨줬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우리들은 매번 그의 복수시리즈에 불편해했다. 영화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말하면서도 그의 이야기를 결코 편하게 듣거나 지켜보지 못해했다. 그만큼 그저 영화 속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는 그 무엇이 그 잔혹한 영상과 기발하고 재미난 이야기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자리했기 때문은 아닐까.




금자씨를 필두로 한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과 행동은 같은 인간으로서 이해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 조금만 기억을 떠올려 보면 하나같이 내 자신, 내 주위에서도 분명 있었던 일들의 조합일 뿐이다. 더 심하게 말하면 형태와 정도를 달리할 뿐 우리 자신 안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감정과 상상의 단초들 아닌가 말이다.




설령 우리 경험 속에 이런 극단적인 일이 존재하지 않았다 해도 그런 당사자가 된다는 가정만으로도 우리는 박감독이 그려낸 인간의 모습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당사자가 아닌 관객의 위치에 있다. 다시 말해 한번쯤 더 생각해 볼 수 있거나 그런 결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닥쳤을 때의 선택을 고민해 볼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친절한 금자씨와 마녀 금자씨의 경계가 동일한 인물 속에서 언제든지 넘나들 수 있는 것처럼 철학이라는 거창한 명제를 논할 필요도 없이 우리에게는 아주 단순한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한 선택권이 있다. 어떤 선택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할 것인지를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가 보다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번 박감독의 영화 속에서 어두운 인간의 단면에 더 가까워 보이는 많은 캐릭터가 아주 가끔씩 드러내는 친절함으로 대변되는 사랑 앞에 얼마나 무장해제되고 있는지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진정 박감독이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싶은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금자씨에게 거의 무조건적인 호의를 보이는 교도소 동기들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결코 착하거나 좋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금자씨에게 감동하고 그들의 낯선 친절함의 근원이 되는 것 역시 금자가 과거에 보여준 기대치 않고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친절함이다.




또한 금자가 결과적으로 버린 딸이 금자를 따뜻하게 용서하고 안아줄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그런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죽이고 싶은 백선생이라는 작자에게 통역을 맡기는 괴로움을 감수하며 금자가 가감 없이 쏟아내는 진정한 참회의 눈물과 미안하다는 네 번의 말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 영화적 재미로서의 '친절한 금자씨' >




괜찮은 영화를 구분하는 몇 가지 요소 중 단연 성공확률이 높은 게 있는데 당 영화의 오프닝은 당근 모범사례 되겠다. 여기서 잠시 당 영화의 오프닝을 너무나 잘 설명해 주고 있는 날카로운 아마추어 영화평론가의 글 일부분을 인용해 보자.




금자의 직업인 제빵사, 그리고 영화의 테마인 복수,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하여 마치 살갗과 핏방울을 연상시키는 백색 생크림과 적색 딸기무스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여기에 아름다운 외모에 섬뜩한 마녀적 기질을 가진 금자를 상징하는 장미까지 어우러진 오프닝 시퀀스는, 그야말로 예술적이다!




또 하나 당 영화가 주는 즐거움은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유머스러움이 올드보이에서보다 훨씬 더 자주 농도 짙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관객들은 이러한 유머가 영화를 가볍게 만들거나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을 할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 수준 의 위트를 보여주기란 결코 쉬운 내공이 아님은 분명하다. (물론 가끔씩은 분명 본능적으로 웃고 싶은데 펼쳐지는 내용상의 전개를 고려하면 맘놓고 웃지 못하게 하는 점이 있다)




백선생 최민식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최고의 배우임을 당 영화에서도 증명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그가 예정된 죽음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행하는 기상천외하고 진지한 통역장면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을 정도다. 어찌나 화자인 금자씨가 가슴으로 내뱉는 감성 그대로 천연덕스럽고 완벽하게 감정을 실어 통역을 해대던지 잠시 동안 당 영화가 진짜 온전히 코미디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게다가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들려준 이영애의 완벽한 발음을 능가하는 Natural한 발음이라니...^^)




마지막으로 아마 당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을 장면을 꼽으라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뽑힐 씬이 있는데 바로 법적인 심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한적한 시골폐교에서의 집단복수 의식일 것이다. 이 장면의 연출은 일면 매우 현실성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제대로 지켜본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 그 내용상의 처연함과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명장면이다)




< 캐스팅,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




다른 건 몰라도 올드보이의 잔상은 당 영화 주요 인물들의 캐스팅에서 확연히 남아 있다. 백선생 최민식이야 말할 것도 없고 특이한 헤어스타일의 목사(유지태 보디가드), 제빵사 사장(감금방 보스), 감방동기(최면술사)에다 까메오 강혜정, 유지태까지 올드보이의 주요 라인업은 다시 총출동하고 있다. (올드보이가 정말 대단하긴 대단했나 보다..^^;)




유명한 배우들의 까메오(원래 까메오란 그런 것이지만 강혜정 외에는 그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잠깐 동안의 등장이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쉽다)보다 더욱 반가웠던 것은 여전히 독특한 끼를 유감없이 보여준 배우 김부선(그녀는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에게 배역을 준 박감독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음이 역력해 보인다)과 당 영화에서 갠적으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캐릭터 마녀를 연기한 이름 모를 여배우의 등장이다.




이제 광고계의 살아있는 전설의 시작이었던 산소같은 여자, 국민배우 장금이 이영애는 더 이상 그녀의 대표적인 레이블이 될 수 없다. 그녀는 이제 적어도 몇 년 간은 당 영화에서의 히로인 '친절한 금자씨'로 명명될 것이다. 어느 정도 그녀의 선전을 예상하고 기대했지만 이 정도로 훌륭히 해낼지는 몰랐다. 장금이, 아니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만세만세 만만세다.




ⓒ원아이드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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