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리뷰: 8점] 이민자(The Immigrant, 2013)

영화감상평

[보자마자 리뷰: 8점] 이민자(The Immigrant, 2013)

28 godELSA 0 2005 0

소유욕이 교차하는 아메리칸 드림에 살포시 겹쳐지는 우아한 광기

평점 ★★★★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이민자>는 1920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오게 된 폴란드 여자가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그리는 드라마와 당대의 이민자에 대한 드라마, 두 가지 별도의 이야기를 한데 엮어내고 있죠. 따라서 영화는 시나리오 요소의 속성에 따라 시대극과 멜로로 장르를 나눌 수 있습니다. 삼각관계를 그려내는 멜로는 지극히 통속적입니다. 한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다른 인물이 그들의 관계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죠. 멜로 드라마에서 주로 일반화되어 있는 갈등 구조입니다. <이민자>는 영화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그러한 갈등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안에서도 생존을 위한 사랑이라는 설정은 주인공의 상황을 대변하죠.


하지만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통속적 멜로에 1920년대 한 이민자의 드라마를 같이 엮어내면서 당대의 시대상을 옮겨냅니다. 영화는 타인의 땅에 와서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하는 이민자의 처참한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데 주인공 '에바'를 따라가면서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인들의 정세에서부터 무책임하게 내던져지는 사회 하층민의 생활까지 포괄적으로 보여주죠. 부흥되는 자본주의 사상으로 인해 권력이 비리를 만연하게 되는 사회 구조를 관찰하면서 시대의 이면을 포착합니다. '뉴욕'이란 공간이 주인공의 시선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팍팍한 공간으로 묘사되는 것도 그런 일환이죠. 따라서 용서와 구원을 바라는 '에바'의 시선에 담긴 절박함이 더욱 힘을 얻습니다.


<이민자>는 고전적인 사회 풍광을 그리며 시대극에 걸맞는 소품과 세트, 배경을 빈티지풍 색감의 영상으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하층민의 생활을 그리고 있지만 고풍적이고 우아한 영상미를 가지는 데요. 영화는 자칫 천박하게 보일 수 있는 스토리를 과장하거나 자극적으로 꾸미지 않습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여성의 모습과 더불어 기품 있는 자세를 지키며 표정만으로 삶의 의지와 생기를 옮겨내는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와 더불어서 절제된 인물의 내면을 담담하게 포착하는 카메라는 시대의 질감과 광기를 온전히 옮겨냅니다. 주인공의 비애감을 프레임에 온전히 담는 동시에 부드럽게 그려내는 연출은 기품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죠. 절절한 멜로와 시대상을 묵직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우아하고 고풍스럽고 지조 있고 부드러운 화면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감각적인 풍경화의 정조. 



-) 왜 최고작이라고 하시는 지는 알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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