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영화감상평

고지전

22 박해원 5 3518 1
영화속 그 어떤 한국전보다 참혹하고 현실적이다. 내포하는 바도 많고 연기력은 덤.
물론 발음상의 문제는 지적할 만하고 전개상 '기승전결결결'같은 느낌은 받았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오랜만에 짙은 여운을 남긴 한국형 전쟁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연출면에서 보면, 확실히 예산 분할을 잘한 것 같지는 않았다. 고지 위주로
주구장창 벌이는 전투라 그런지 시야가 한정돼 있고 폭발로 인한 파장 묘사도 크게
뛰어나진 못했다. 하지만 다채로운 영상 전환과 음악과의 조화로움은 감정이입을
끌어올려 인상깊은 전투씬들로 기억되게 했다. 마치 잘생기진 않았지만 호소력이
뛰어난 가수처럼... 
 
역사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해피엔딩, 배드엔딩 그런 건 의미가 없지만, 스토리나
말하고자 하는 바는 동족상잔의 비극에 대한 인식을 극대화하기에 적합한 요소들로
똘똘 뭉쳐있다. 순둥이가 순수성을 잃자마자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병기가 되는 건
한순간이고, 숱한 전투속에 너나 할 거 없이 싸우는 명분이 퇴색되는 건 마찬가지고,
본인이 싸우고 싶지 않다한들 전쟁으로 떠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반복될 뿐이고... 
이렇듯 한가지 주제를 여러 방면으로 잘 묘사해놓아 현실적으로 와닿기에 딱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를 이용한 전쟁의 비통함 표현이 가장 도드라진 것 같은...)
 
그런데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배우들의 발음이 새는 게 상당히 많았다. 의도된
거라면 현실성에 더 다가서는 요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듯...
그리고 전개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절정, 결말 - 이런 느낌. 후반부에 순간
다른 영화로 넘어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윽고 그 나름대로
다시 집중이 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한국전 마지막 날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라는 카피 문고가
신선해서 보게 된 것치고는 심히 많은 것들을 얻어온 것 같다. 살벌한 감정이입속에
비통하나 잊혀진 그 참담한 날에 대해 생각하고, 한달만에 또 한번 호국영령을 기릴
기회도 됐다. 아무쪼록 여느 한국전 영화와 차별화된다는 것 하난 확신한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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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M 再會  
이거 그런대로 볼만하다고 입소문이 나는 것 같더군요...!
10 롤두  
볼까말까 고민중
10 부성웅  
사족이지만 상영관 독식으로 작은 영화들을 보지 못한 점은 아쉽네요.
10 사라만두  
작은 공간에서 큰 스케일을 다루는 느낌.. 으로 이해했습니다.
언젠가 감독도 전쟁이 꼭 인해전술만 있는건 아니다, 한 라인을 두고 옥신각신 땅따먹기 할때도 있다며,
딱 그런 느낌이 와닿는 감상평이네요.
1 쏘주  
볼만은 하지만 대단한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더군요. 뭐 볼만은 한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