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 원작의 재구성

영화감상평

타짜 - 원작의 재구성

1 Dark B;John 3 229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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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감상평 문체가 읽는이의 기분을 거슬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반말투, 대화체의 문체에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안 읽는게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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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영화 기대반 걱정반이었어.
왜냐구? 만화가 원작인 영화치고 괜찮은 게 없었거든~ 아! 맞아! 하나 있었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그래 그거 하나 빼곤 다 별루였지.

일찌기 이현세 원작의 '외인구단', '지옥의 링' 같은 스포츠물이 그러했고, 역시 이현세 원작의 느와르물 '테러리스트' 가 그랬으며-뭐 열광한 친구들도 많았는데, 난 솔직히 별로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었던 한국 최고의 느와르 '게임의 법칙' 에 열광했었거든~- 허영만 원작의 '48+1' 같은 영화들이 단지 원작만화의 인기에 힘입에 어찌어찌 장삿속이나 챙겨보려고 덤볐다가 어떤 꼴을 당하는가를 보여주잖아.
하지만, 근래에 괜찮은 영화로 기억되고 있던 '범죄의 재구성' 의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과 기타 여러가지 요소들이 그래도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해줬어.

결과는 어땠냐고? 음, 만족이야.
전작이 '범죄의 재구성' 이었다면 이번 '타짜' 는 정말 원작의 재구성인 셈이야.
만화를 어떻게 영화적 문법에 맞게 재구성하느냐가 관건인 승부에서 역시 최동훈 감독은 시간을 넘나드는 편집을 잘 활용해서 효과적으로 영화적 재미를 잘 살린 것 같아.
만약 어설프게 현란한 도박기술을 보여주는 것에 승부를 걸었으면 아마 지금처럼 만족하진 못했을 거라고 봐.
자칫 잘못하면 제한된 러닝타임 속에서 이도저도 아닌 신세가 될뻔 했는데 말이지.
진짜 재구성 전문 감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사실 '올드보이' 가 그러했듯 이번 '타짜' 에서도 원작의 맛은 거의 살리지 못했다고 봐야해.
소재와 시작과 끝에 이르는 기둥 줄거리만 따왔을 뿐, 거의 다른 작품이라고 느꼈어.
원작의 일정 부분을 과감히 포기한 건 잘한 선택이라고 보는데, 역시 동일하게 도박이라는 소재를 갖고 있는 '48+1' 이라는 영화의 실패를 보면 알수가 있지.
너무 원작에 충실하려고 하다가 이도저도 아닌게 되버린거야.
그리고, 그영화 보면 무슨 80년대에 바람을 가르는 '파방! 파방!' 소리를 효과음으로 사용하는 권법영화의 연출과도 같은 타짜들의 기술발휘 장면에선 보는 사람 벙찌게 만들어 버렸다니까?
이번엔 그런 화투를 표창처럼 날리고 어쩌고 하는 잡기수준의 유치한 기술은 없어.
그랬다면 영화 진짜 우습게 됐을거야.
백윤식씨가 '싸움의 기술' 에서 동전으로 벽 찍었으면 됬지, 이번에 화투짝으로까지 나무기둥을 찍어야 되겠어?
그런 현란하고 기묘한 기술로 관객의 눈을 현혹시키며 주는 즐거움은 없단 말이야.
대신 원작에 기반한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으로 인한 지루함이 없는 전개에다가 무엇보다도 개성만점의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바로 이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흥미거리들이었어.
특히, 정마담 김혜수의 재발견과 아귀의 사악함은 진짜 대단했어.
뜻밖의 수확이던데?

원래 백윤식씨와 조승우, 유해진은 기대한 만큼 충족시켜 줬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불안요소로 여겼던 김혜수가 의외의 모습으로 깜짝놀라게 해줬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아귀의 등장은 이 영화의 또하나의 수확이야.
이제껏 제몸에 맞는 옷을 못입고서 갈팡질팡하던 모습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의 정마담은 정말 제대로 해냈다는 느낌.
역시 남자 배우들은 한번쯤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나 성깔있는 캐릭터를 해봐야 한다면, 여자들은 백치미와 섹시미를 오가는 팜므파탈적인 캐릭터를 거쳐가야 하나봐.
물론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서 제대로 소화했을 경우의 이야기지만...
그런 점에서 김혜수의 경우엔 마스크와 바디의 묘한 언발란스가 되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해서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다과 봐.
그리고, 또하나의 재발견, 아귀.
아귀 그양반 정말 무섭더라.
예전 티비 시리즈 '부활' 에서의 의리있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진짜 살벌했지.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 마다 특별하다고 느껴지던데?
어떻게 된게 아귀입에서 나오는 대사들은 버릴 대사가 하나도 없어.
물론 맞받아 치던 조승우의 깡다구도 대단했지만, 뭐니뭐니해도 아귀의 충격이 제대로였다고나 할까?
조승우의 성깔있는 캐릭터와 아귀의 사악함, 정마담의 내숭과 냉혹사이, 유해진 특유의 육갑스러움, 마지막으로 백윤식씨의 관록의 풍부함까지 느낄 수가 있어서 영화가 더욱 재미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해.
물론 이 모든 것은 원작을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시 뛰어나게 재구성을 한 덕분이겠지만...

잘하면 '타짜 2' 를 기대해 봐도 되겠더라~
하지만, 만약 진짜 제작들어간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봐.
전혀 다른 배우들과 어쩌면 다른 감독으로 특유의 문법을 통해서 보여줘야 하는데, 과연 그게 쉬울까?
물론 원작이야 그 다음세대의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스토리상의 문제점은 없겠지만, 원작을 재해석해서 영화적 재미를 선보이기가 그렇게 만만한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래도 만약 제대로 하기만 한다면 또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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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이근진  
오늘 보고 왔는데 잼있었음...특히 배우들 연기가 매우 훌륭했어요
1 이상익  
원작을 제대로 안 읽은 모양이네요
원작과 거의 흡사합니다! 그 정도면 거의 흡사했다고 봐도 무방하죠
원작을 그대로 옮기기엔 너무 2시간정돈 무지 짧죠!
팽경장을 어떻게 만나고 짝귀를 어떻게 만나고 이런거 원작대로 했다가는
수십편을 만들어야 되겠죠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원작과의 차이점이죠...
중요한 대사 하나하나 만화의 주인공 하나하나 99%일치합니다
원작을 잘 살린것이지 원작의 재구성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전 원작이 만화인 영화중에서 "비트"나 "테러리스트"는 꽤나 잘 만들어다고 생각되는데...
사람마다 틀리니...
1 Dark B;John  
  아...그 유명한 '비트' 도 있었네요. 깜빡했습니다.
저도 진짜 재밌게 봤었는데, 그걸 까먹다니요...
정우성+고소영+임창정, 최고였죠.
근데, 최민수의 '테러리스트' 같은 경우는, 글쎄요, 어딘가 저는 여러가지 부분에서 실망했었어요.
물론 마지막 대결장면은 근사했지만...
쇠파이프 잡은 손에 붕대를 감던 부분은 정말...가슴을 뜨거워지게하는 무언가가 있었죠~

원작의 재구성부분은...음...글쎄요.
그부분에 대해서 좀 이야기 하자면, 여러가지 디테일부분에서의 차이점과 원작처럼 사건의 전개를 순차적 흐름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편집 방식으로 보여주는 데서 느껴지던 경쾌함, 그리고, 주요 원작과 같으면서도 살짝 다른 느낌을 자아내던 캐릭터들의 독특함에서 온 제 느낌이 마치 원작을 해체해서 다시 멋지게 완성해낸 것 같아서 그런 표현을 했습니다.
특히, 조승우씨가 분한 주인공 고니의 캐릭터는 확실히 원작과는 차이가 있어서요...
원작에서의 고니가 차분하고 다소 점잖은 느낌이었다면, 조승우씨는 어딘가 건들건들거리기도하면서 살짝 길들여지지 않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뭐 이런저런 이유들로 마치 원작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네요.
어떻게 바라보냐의 문제니까 제가 말한것처럼 원작을 재구성했다는 느낌과는 다른 느낌이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경우에 그렇게 느꼈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