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전......;; [스포 有]

영화감상평

신기전......;; [스포 有]

22 박해원 0 4692 0
한국 영화중에 조선시대면서 스케일이 큰 전쟁영화는 극히 드물죠.
사실 이 영화도 그다지 방대한 전투를 한 건 아니지만, 나름 눈요기가 되는
깔쌈한 연출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습니다.
드라마, 액션, 전쟁. 이게 이 영화의 장르입니다. '퓨전'이나 'SF', '판타지'가 안 끼어있네요.
지루한 역사 이야기를 흥미있게 풀어가려면 많은 각색이 불가피한 것은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도가 지나치다고 봅니다. 장엄하고 묵직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초반 욕설로
해학성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거리감을 좁히려 한 것까진 이해하지만 세종이 상욕을 했는데, 곧이어
설주가 비슷한 어조로 유사한 욕설을 뿜어댈 때, 한번의 웃음을 위해서치곤 웃기지도 않았습니다.
'황산벌'처럼 그런 게 컨셉도 아니면서, 물론 그런 게 심리상태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한들,
저에겐 그저 모욕으로 보였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넘겨집는다 한들, 이 영화는 영화라기 보다는
상당히 긴 드라마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우선 여기에 나온 역사에 이름도 안남은 듣보잡 상인께선
일당백의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시며 주몽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나중에 총통등록을 훔치러 갈 때와
중국 장수도 가벼이 상대할 땐, 그런 점이 훨씬 부각됐습니다. 시트콤마냥 스무스하게 급전개로
성공하고 빠져나오는 모습이 말이죠.그외에도 말투의 일관성이 상당히 부족한 것부터 영화의 느낌을
배제해나가고 있습니다. 진짜 (최근) 드라마에서나 나올 듯한 캐스팅과 연기, 어조가 후반에 가니
어색하기 짝이 없게 '됐소이까?' 등을 써가며 사뭇 신지해지려고 하는데, 그건 여기서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이 모국어를 쓰지 않는 것처럼 의아하고 어색했습니다. '영화니까'라는 말도 언젠가부터
다소 엄격해지고 있는 추세지만, 그래도 이런 면은 현재론 충분히 커버될 수 있는 거 같더군요.
헌데 한가지 더 의아한 건 당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이 명료하게
되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극을 재미를 위해 엄청난 역사왜곡으로 가게된다면 많은 혼돈을
야기시키게 됩니다. 역사가 빠삭한 사람들은 호불호가 꽤 거리감있게 나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큰 약점이라고 보는 것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전투'입니다.
눈요기뿐이라고 얘기한 바와 같이, 여기서 조선측에선 전술을 쓰지만 솔직히 전 실소가 나왔습니다.
활과 창으로 로마 제국의 4배를 먹은 바 있는 몽골족이 3000명중 궁수가 하나도 없습니다.
기습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창질에 쓰러져나가고, 기병은 지 구실 하나도 못합니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신기전 한번씩 쏴주시고 조선측은 방패로 막으면 그만이고,끝없이 죽어나갑니다.
그렇게 당하다 나중에 기병들이 방패를 높이 치켜들고 화살을 막으며 진격할 때, 말에는 쉴드가
씌워져 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잘 가다가 중국 관료께서 한마디 던지십니다.
"그래, 그거야! 방패야!" ...그 한마디에 1933년작 '킹콩'에서의 씬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주인공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간 킹콩을 잡기 위해서 의견을 낸 것이 '비행기를 씁시다!'
...아무튼 두 장면 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말해야 하듯이 한 것에 또 한번 꾸벅.
그렇게 大클라이막스로 대신기전까지 몇번 선사해주시고, 결국 3000명이 다 돌아가셨네요.
'살고 싶으면 엎드리시오!' 그렇게 중국 관료님 안 돌아가셨네요. 어쩐지 꽤 착하게 생겼더라.
이런 민족주의의 통쾌한 쾌거가... 역사적으론 없는 일이라니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신기전의 무시무시하고 무자비한 성능을 보여주기에 3000명이라는 수가 딱 알맞았네요. 어허허...
아아... 일단 이 영화는 결코 수출돼서 좋을 것 없고, 마음을 툭 놓은 상태에서 쏠쏠한 신기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즐기고, 그 속의 로맨스를 즐기고, 비로소 끝자락에 있는 전투를 즐기면 되네요.
물론 전 뇌를 비우고 보려고 해도 씁쓸해서 극장에서 나올때 들떠있는 친구들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귀가하였습니다. 웬만하면 전 영화를 본 그 날 감상평을 쓰는데, 신기전 얘는 오늘 쓴 이유가...
너무 감정적으로 쓰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 때문이었습니다. -_-; 이미 감정에 치우친 면이
없잖아 있는데... 결과적으로, 그 속의 모든 걸 습득하기엔 너무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론 7점대 초중반 정도로 선을 긋고 싶은 영화지만, 다른 관점, 다른 사상을 갖고 보면
또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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