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봄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영화감상평

<호텔 르완다>진정한 봄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1 박천영 7 1913 0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 작품은 실화와 실존인물을 소재로 하는 반전주의와 인문주의의 영화라 할 수 있는데,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감상해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되지만 배경을 알고 보면 좀 더 넒은 이해와 깊은 울림이 가능할 것이므로 ‘르완다 내전’의 역사적 배경에 대하여 먼저 소개하겠다.

****1990년부터 99년까지 이어진 반(反)정부게릴라 조직 르완다애국전선(FPR)과 정부군 사이에 벌어졌던 내전. 르완다의 민족구성은 선주민(先住民)인 후투족이 90%, 15세기에 남하해 온 투치족이 9%인데, 식민지(독일과 벨기에의)시대도 소수자인 투치족의 봉건적 지배구조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제 2차 세계대전 뒤 후투족의 세력이 강해지고, 62년 7월 공화국으로 독립한 뒤 후투족이 주도하는 정권이 이어졌다. 더구나 독립 이전인 59년 이후 투치족과 후투족의 대립은 끊이지 않았다. 73년 7월에는 후투족 출신인 하비아리마나 국방장관이 무혈쿠데타로 카이반다 초대대통령을 축출하고 집권했다. 90년 9월 후투족을 적대시하는 투치족 반군인 르완다애국전선(FPR;우간다로 탈출한 투치족 난민이 주체)이 우간다에서 넘어와 북부지역을 점령했다.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은 반군과 협상, 전투를 벌인 끝에 정치적 양보조치로 91년 6월 복수정당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신 헌법안을 재가하여, 92년 4월 여야연립정부가 출범하였고, 93년 8월에는 FPR와 정부 측과의 포괄평화협정이 조인되었다.

그러나 94년 4월 르완다와 부룬디 양국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격추되었고, 후투족 출신인 두 정상의 사망을 계기로 후투족이 투치족과 후투족 온건파 50∼100만여 명을 학살함으로써 FPR와 정부군이 전면 내전에 돌입했다. 7월에 FPR가 키갈리를 점령, 권력을 장악하고 지도자 P. 비지뭉구를 대통령으로 하는 새 정부를 구성했다. 내전과 보복 학살을 두려워한 수많은 후투족 주민들이 이 과정에서 옛 자이르(콩고민주공화국)와 탄자니아 등지로 피난했다. 94년 12월에는 FPR를 중심으로 한 잠정의회가 발족되어, 임기가 만료되는 5년 후에 대통령과 의회선거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95년 8월 비지뭉구 대통령은 F. 트라기와뭉구 총리를 경질하고 후임에 후투족 온건파인 P.C. 뤼기에마를 기용하였다.

그런데, 96년 10월 옛 자이르 동부지역의 난민수용소에 있던 후투족 과격파들이 자이르군과 함께 이곳에 거주하는 투치족을 공격하였고, 이에 투치족이 르완다 정부군의 지원 아래 난민수용소를 공격하고, 이 지역 중심도시 고마를 무력을 점령했다. 한편, 내전 당시 주변국으로 피난했던 200여만 명의 난민들 중 130여만 명이 96년에서 97년 사이에 귀환했다.

흔히 말하는 르완다 민간인 대학살은 1994년 4월6일부터 11일까지 단 사흘 동안에 2만 명이 살해된 것을 비롯해, 세달 동안 전 인구의 10분의 1인 무려 80만 명이 무참히 죽임을 당한 사건이다.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후투족은 투치족을 모두 없애지 않으면 그들 역시 대통령처럼 죽임을 당할 거라는 생각으로, 반대로 투치족은 이런 후투족을 모두 없애지 않으면 자기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믿었다고 한다.

후투족이 마을로 몰려온다는 소문을 들은 투치족 마을 주민들은 가장 안전한 곳인 성당으로 모여들었단다.
발 디딜 틈도 없이 3천명 이상 모여 있는 성당으로 한밤중 후투족이 들이닥쳐 삽이나 곡괭이 등 농기구로 모인 사람들을 모두 죽였단다. 이틀 후 코피 회장이 성당에 갔을 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시체더미 안에서 머리가 반쯤 깨진 어린 아이가 엉금엉금 기어 나왔단다. 그날 밤 성당대학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다른 곳에서는 투치족이 후투족에게 똑같은 일을 저질렀음은 물론이다.
이 대학살을 비롯해 르완다는 내전 중에 인구 820여만 명 중 150만 명이 학살되었고, 300만 명이 주변국을 난민으로 떠돌았다. 설상가상으로 주변국 부룬디와 자이르의 내전이 악화되면서, 그곳 르완다 난민을 내쫓기 시작했다. 이 이동과정에서 대량학살이 공공연히 자행되었는데 1997년 자이르에서 귀환 중이던 르완다 난민 20만 명이 행방불명되는 사태도 있었다.

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르완다는 극심한 내전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사회 기반이 모두 무너져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구가 전체의 64%다. 에이즈 문제도 심각하다. 대학살 당시 자행되었던 강간으로 인해 에이즈와 더불어 가난 때문에 몸을 팔아야 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은 두 종족간의 용서와 화해라고 한다. 서로 죽고 죽였으니 딱히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평화의 과정이 없으면 미움만 증폭되어 또 언제 또 다른 대량학살을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 서로 만나서 상대방도 나만큼의 상처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 평화 구축 과정의 첫걸음이란다.****

영화의 주인공인 폴은 벨기에의 모그룹에서 르완다에 운영하고 있는 호텔의 지배인인데, 자신은 다수자인 후투족이나 아내는 소수자인 투치족인 처신이 곤란한 상황에서 이 내전에 휘말려들어 처음엔 가족만을 지키려고 고심하나 차차 박애의 정신을 따르며 인종학살의 대상이 되어버린 투치족 난민들과 온건한 후투족 난민들을 모두 호텔에 수용하게 되며 말 그대로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상이 대강의 스토리라인이다. 많은 경우에 실존인물을 소재로 하게 되면 그 대상을 영웅화 시키거나,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이건 일반의 상식을 넘어서는 대단한 존재로 묘사하는 우를 범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렇지가 않다. 극한 상황에서 그가 보여주는 용기와 기지는 분명 빛나는 것이지만 그에 대비되는 내면의 두려움과 고통이 배우의 리얼한 연기에 힘입어 충분히 묘사되고 있고, 영웅적으로도 보이는 그의 행동은 진정한 인간이라면 당연히 지녀야할 박애의 정신과 삶에 대한 애착이기 때문에 평범한 한 가장이요, 참된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그가 더욱 더 마음을 아프게 하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내전은 너무나 참담한 광기에 가득 찬 학살과 만행을 보여주며 주로 후투족의 투치족 인종청소를 영상에 담아내고 있지만 이것은 이 비극적인 내전의 초기부분만을 표현한 것이므로 후투족에 책임을 묻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겠는데, 이 한 국가에 존재하는 두 민족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며 또한 그 진정한 원인의 불씨는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르완다를 식민 지배했던 열강들은 그들의 편리한 통치를 위해 소수자인 투치족을 내세워 다수자인 후투족을 지배하게 함으로써 서로간의 풀기 힘든 앙금과 증오를 잉태시켰으며, 정작 이 비극적인 사태가 일어나자 자국민들만을 보호하여 빠져나가면서 말 그대로 완전히 쌩 까며 모르쇠 하는 후안무치한 작태를 보여준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도 선명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굴곡 많고 한이 많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작금의 현실과도 오버랩 되어 더욱 마음이 아프고 울화가 치민다. 우리의 경우 지리적 역사적 경제적인 특성에 의해 너무 개입하고 흔들어 대어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켜켜이 쌓여간다고 한다면, 르완다의 경우는 이와는 반대로 자신들에게 필요할 때는 지배하였으나 그들이 얻어내야 할 자원(다이아몬드 등의 광석)도 지켜야할 지리적(흑인도 그냥 니그로가 아닌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인 중요성도 없어지자 죽든가 살든가 알아서 하라는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는 더럽고 냄새나며 이기적인 열강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박애의 마음, 그리고 사람간의 사랑만이 평화를 만들어 내고 진정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으며, 가슴을 울리는 감동과 영화자체의 보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겠다. 스크린으로 개봉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알 수 없는 일이고,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도 뒷 경로이든 비디오나 DVD출시이든 꼭 한번 감상하실 것을 부탁드린다.

르완다에도 우리에게도 하루속히 진정한 봄이 찾아오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http://kr.blog.yahoo.com/hugo7304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7 Comments
1 mario  
  100만의 목숨이 사라져가는 동안, 이후 2000년대까지 줄잡아 50여만
명이 더 학살되는 동안  그 누구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비극에 일말의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부정한 인류역사 최대의 치욕일겁니다.

그리고 영화는 짐짓 지울수 없는 역사의 무게와 방관자의 죄의식에 짓눌려 있는 척하면서 예의 '쉰들러스 리스트'식 휴머니즘을 처발라놨더군요. 제작자의 의도가 어찌되었건, 실화를 바탕으로 했건말건 간에 제겐 정말 불쾌한 영화였습니다.
1 박천영  
  그렇지요, 저도 감상하면서 정말 열불이 나더군요.
어찌 인간이 이런 추악한 짓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절망과 암울함.
내전의 당사자들에게 보다는 그것을 방관한 서구열강들에게 더욱 크게요.
하지만 이 영화의 순기능도 있음을 생각합니다.
그나마 영화로 제작되어 이런 비극이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역사의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는 것과 그 부끄러움을 가슴에 새기고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환기시킨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휴머니즘으로 치장한 흔적이 분명히 보이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없다면 한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도 두렵게 느껴지는 군요. 
1 mario  
  예,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미덕을 부정하는건 아닙니다.

문제는, 박천영님께서도 본문에 언급하신 사건의 본질 즉, 제국주의 맥락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제거되어있다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극중 굼바리든 자본가든 자원봉사자든 기자든간에 백인들은 하나같이 이들을 어케든 도우려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만이 비춰지고 있죠.
앞뒤 상황에 대한 정보 없이 이영화를 접한사람들은 자칫

'미개한 아프리카인들이 이유없는 민족갈등으로 무자비한 학살극을 벌였는데 문명인들이 이들을 도우려 무진장 애썼지만 그 광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그 광란의 현장에서도 이성과 균형과 고귀한 휴머니즘을 끝까지 지킨 원주민이 하나 있었으니 그의 선행은 그 때 그시절 끔찍한 비극속에 한줄기 빛이 되었다.'

로 읽힐수 있습니다. 진짜 개쉑들은 뒤로 빠지고 흑인들끼리 싸우다 뜬금없이 서로 죽이는 그림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죠.
1 mario  
  노암촘스키의 비수 같은 언급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a href=http://blog.naver.com/post/postView.jsp?blogId=jay1124&logNo=120002361499&copen=1 target=_blank>http://blog.naver.com/post/postView.jsp?blogId=jay1124&logNo=120002361499&copen=1</a>
1 쥑일코오롱  
  대작이라고 까지 하던데 솔직히 긴장감이나 얼마나 긴박한 상황임을 보여주지는 못한 영화같더군요. 너무 초점이 한개인의 역량과 운명에 맞춰져 있던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1 000  
  실제 전쟁은 충격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영화 자체는 그런면은 거의 못느낌..
좀 밝은분위기의 영화..
1 던필  
  글 잘 읽었습니다..

길게 쓰시느라 고생하셨네요..^^;;

이 영화에 다소 불만이 있는 분들도 궁극적으로는 이 영화를 봤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입니다..^^;;

영화상에서 호텔 지배인이라는 직업을 생각한다면 '귀여운 여인' 정도가 떠오르는데, 앞으로는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영화와 상관없이 그 호텔 지배인에게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