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8>> 한 줌 햇볕에 담긴 비밀 (스포일러)
상처와 치유.... 이창동 감독의 전작 오아시스가 그 과정을 다루고 있다면, 밀양은 그 방법론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것만 있는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것도 있다고. 처음 그 예기를 들었을 떄는요, 솔직히 좀 우스웠는데...."
신애(전도연)는 사별한 남편에 대한 상처를 달래려 그의 고향에 정착하고, 아이를 잃은 슬픔에 신에 기대며 남편의 코골이를 따라한다. 그녀의 말과 달리 신애는 보이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의지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왜 이래요? 왜 이렇게 사람 귀찮게 해요?"
까무잡잡한 피부의 별 매력없는 종찬(송강호)과 도시에서 온 청순한 신애. 얼핏 다른듯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닮아 있다.
다방아가씨와 히히덕 거리고 밤늦게 혼자서 청승맞게 노래를 부르는 종찬
가짜인줄 알면서 붙여놓은 자격증과 있어보이는 척하려 땅을 보러 다니는 신애
이 둘의 차이는 그저 세속적인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놓느냐 감추고 사느냐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내가 들어줘도 되지예?"
항상 신애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지만, 외면만 받던 종찬. 이제 그의 호의를 신애는 더이상 거부하지 않는다.
그녀의 치유되다 만 상처처럼, 자르다 만 머리카락. 스스로 잘라내야 할 상처지만 혼자서 자르기 힘든 머리카락처럼, 신애의 곁에 거울을 들어주는 종찬의 존재로 그녀는 치유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저기 저 햇볕 한 조각에도 주님의 뜻이 숨어 있다고요."
늘상 주변을 비추지만 의미없어 보이는 햇볕처럼...우리는 어쩌면 소중한 존재의 가치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저 한줌 햇볕 속에서 누군가는 주님을, 누군가는 종찬이라는 비밀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나는 언제쯤 밀양이라는 내 안의 의미를 발견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