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영화감상평

악마를 보았다...

22 박해원 0 5672 0
어우, 여러모로 빡센 영화네요. 시종일관 끌고나가는 묵직한 분위기나 고어(잔인)성 듬뿍
함유된 언행의 향연하며,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눈쌀이 찌푸려지고 지루해지는 결과
까지...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수많은 가위질로 예술적 측면까지 난도질 당했으리라 했던
예상이 빗나갔네요. 어떠한 잔인하거나 의미심장한 장면들도 이 엉성한 전개를 메꿀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영화가 요지는 좋았는데 그놈의 무게감때문에 관객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으니까요.

연기력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하지만 예상만큼 소름돋지는 않았습니다. 최민식과 이병헌의
고착된 이미지나 이 영화의 흐름상 연기력은 베이스가 되어 들어가고, 무엇보다도 함축된
연기를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요. 중후반부에 몇번씩 터트려줘도 좋을 연기로
초반부터 끝까지 달리니까 '더, 더'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충족은 안되고... 또 최민식은
시시때때로 욕을 해대는데 그닥 잘하는 것도 아니고 욕이 웃긴 경지에까지 다다랐습니다.
분명 뛰어나지만 제 빛을 못발한 연기들이어서 기억에 남는 건 맨 마지막에 웃는지 우는지
모를 이병헌의 내면 연기뿐이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뻔한' 잔인성... 분명 잔인했습니다. 겉으로뿐만이 아니라 생각
하는 방식까지... 사람 죽는 거 순식간이더군요. 카메라 각도와 사운드에 의존하지 않은
CG와 분장으로 인한 피의 향연은 잔혹함을 끌어올려주었습니다. 그런데, 부분적인 연출은
몰라도 전체적인 전개가 뜬금없다고 할까요. 기복이 심해서 가끔씩은 다른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했고, 루즈해서 비일비재한 고어씬들이 숨이 턱턱 막히며 보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분위기 유지를 위한 정적의 미와 조심스럽고 느릿느릿한 화면의 움직임... 잘라냈는데도
그렇게 긴데, 원판은 돌아가시겠네요.

에혀...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다루는 건 우리나라로썬 괜찮은 시도였지만
영화관을 나설 때 그 허탈함과 우울함은 표현할 길이 없네요. 얻는 것에 비해 버리는 게
더 많고, 영화관이 아니었으면 굳이 끝까지 보지 않았을 작품입니다. 정신 버려요...
※천호진 씨가 좀 더 오버하며 웃겨주셨으면 그나마 감초였을텐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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