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서생 미친 각본, 미친 감독, 미칠 관객들

영화감상평

음란서생<<2>> 미친 각본, 미친 감독, 미칠 관객들

1 씨네 5 3591 16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과거작 시리즈 2탄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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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이 안좋은 날인가 보다. 간만에 영화를 보려는데 가장 보고 싶었던 브이 포 벤데타는 시간이 안맞고, 영화는 시작도 안했건만 슬슬 잠이 쏟아진다. 이상하게 의자도 불편하고, 좌석은 맨앞이라 투 샷으로 잡을때는 배우들 표정한번 볼라치면 눈이 아니라 목부터 돌려봐야 할 판이다. 이쯤되니 영화볼 마음은 없고, 배우들 모공 개수나 세어볼 심산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오호라? 이 영화 먼가 범상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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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듯 하더니 코미디요, 에로인줄 알았더니 공포요, 멜로인듯 하더니 우정극이고, 사극인줄 알았더니 현대극이다. 여기에 액션과 판타지적인 요소까지 살짝씩 버무리고, 물고 물리며 이어지는 스토리는 스릴러의 그것과 닮아있기까지 하다.
더욱이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중심을 잃지 않고 어우러지며 이야기를 엮어나가는것이 여간 내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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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내공 역시 만만치 않다. 진지하면서도 능청스런 이범수는 합격이요, 오달수는 신음소리 하나만으로도 만점이요, 왕의 역활을 맡은 안내상은 이 영화의 월척이다. 특히 김뢰하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이 영화의 스산한 공포적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몫 한다. 어찌나 포스가 강하던지 마지막까지 내시인줄 꿈에도 생각못했던건 나만일까 ㅡㅡ?

하지만 두명의 배우에게만은 죄를 묻지 않을수 없다. 먼저 한석규, 고지식한 서생이지만 음란함에 빠지면서 변해가는 캐릭터의 모습이 어째 2% 부족하다. 그렇게 좀스럽지도 그렇게 대담해 보이지도 않다고나 할까? 하지만 과거 멜로배우로서 떨쳤던 명성답게, 클라이막스에서 보여주는 연기만은 녹록치 않으므로, 당 배우 혐의는 있으되 증거부족으로 훈방조치로 판결내겠다. 탕!탕!

다음 차례는 김민정, 일단 칭찬부터 하자. 개인적으로는 아역의 인상이 깊어 여자로 느끼진 못하던 배우였지만, 당 영화에서 느껴지는 요염함은 도를 넘어선다. 허나 요염함 뿐이겠느냐? 청순미까지 느껴지다가 때로는 섬뜩하기까지 한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를 너무나 흡입력있게 잘 표현해냈다.

하지만 그녀의 인터뷰가 실린 아래의 기사를 보도록 하자.
"원래 시나리오에는 노출이 더 심했어요. 윤서와의 정사신이 그랬죠. 제가 감독님을 설득했어요. "제3자가 은밀하게 지켜보는 설정에서 노골적인 묘사는 안 어울린다"고."
그렇다. 배우로서의 희생정신을 져버리고 많은 남성관객을 실망에 빠뜨렸기에, 당 배우 정당방위이긴 하나 고의성이 짙으므로 유죄를 선언하노라. 탕!탕!탕!
혹여, 공정한 이 판결에 사적인 감정이 섞여있다 의심하는 이가 있거든, 나의 뒤에는 800 만 솔로부대가 뜻을 같이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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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욕심을 버리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두 축이라 할수 있는 코미디와 멜로 중 하나를 택했다면, 웰메이드 코미디의 모범사례를 제시했다 할 만 했고 멜로는 관객들의 눈물꽤나 뽑아냈을 법 했다. 분명, 감독도 그걸 모를리 없겠으나 신인감독에게서 느낄수 있는 재기발랄함과 도전정신이 이러한 영화를 만들어 낸것이다.

칭찬만 했지만, 분명 이 영화 트집 잡을것도 많고, 불문명한 장르가 주는 낯설음이 심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이 내 입맛을 얼마나 맞추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감독의 의도에 입맛을 맞춰보고자 한다면, "쓴맛"이나 "된맛"을 맛보고 있는 관객들도 "진맛"이 주는 황홀함에 빠져볼수 있으리라.


다양한 장르를 다뤄보겠다는 시도는 무모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 맘 먹고 미친척 쓰여진 각본이 미친척하고 만들어 낸 연출을 만나, 다행히도 "제정신"인 영화가 나온것은 작가와 감독이 같은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캔들로부터 이어지는 뒷골을 후려치는 맛깔스런 대사와 탄탄한 대본은 이 영화를 더 빛나게 해준다. 더욱이 입봉작임에도 순간순간 보여주는 영화의 집중력은 놀랄정도이다. 혹여 음란서생을 못마땅하게 느꼈을 이가 있을지언정, 훌륭한 작가와 뛰어난 감독이 다시 만날 차기작에서 미칠 준비를 해야 할것은 관객일지도 모른다.

작가이자 감독인 김대우의 이름에 눈도장 먼저 쾅! 찍고, 올 상반기 최고의 영화에 미리 도장 쾅!쾅! 찍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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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영화, 코미디이지만 사뭇 진지하고, 노골적이지만 그닥 음란하지 않으며, 재미는 있으나 다소 관람층은 애매하고, 장르는 무어라 딱히 꼬집어 말하기 힘들다. 고로 아직 보지 않은 이를 위해 관람등급을 정해주도록 하겠다.
코미디"만"을 원하는자 관람불가, 에로"만"을 기대한자 관람불가, 연예초기 커플 관람불가, 갈때까지 다 간 커플만은 관람 적극 추천이다. 그렇다고 "&" 자형 체위가 되는지 확인해보다 프루나에서 검색어로 마주칠 일 일랑 만들지 말자. 아울러 남자 ⊃ 늑대가 아니라 남자 = 늑대라는 공식만이 성립하는 여성은 관람을 절대 불허한다.

마지막으로 운"없는" 날 만난 이 운"있는" 영화의 등급을 메기며 도장 한번 더 꾹~ 눌러 줘야겠다. 쾅!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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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다 이미지가 짤리던데... 초등학교에서 찍어주는 참 잘했어요 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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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씨네  
여기 이미지 링크가 엄청 잘 짤리네요. 네이버 이미지만 그런건가요? 아니면 여기 서버 자체에 문제가 있는건가요 ㅡㅡ?
1 씨네  
길어서 짜증나시는 분들을 위해 결론만 다시 애기하자면, 제목에 이끌려 음란성만을, 혹은 누군가의 말을 듣고 코미디만을 보고자 한다면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힘들 겁니다. 이 영화는 형식에 얽매이고 있는 영화가 아니기에, 또한 이성과 함께 본다면 상당히 민망할것이기에 옆사람 눈치보지 않고 봐야만 이 영화의 진짜 재미를 알수 있을꺼라는 애기..... 본문에는 장르의 혼합이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장르적 형식에서 구애받으려하지 않은 영화죠.
참 재밌게 쓰셧네요
1 김동훈  
간만에 좋은 감상평 읽었습니다. ^^* 추천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1 최근영  
감상평이 더재밌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