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퓨굿맨 (A Few Good Men)

영화감상평

어퓨굿맨 (A Few Good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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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급사가 한국에서 개봉하면서 제목을 결정하는데 꽤나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최근 개봉작은 대개 원제 그대로를 쓰는 편이다. 하지만 예전의 경우 보통 영화 원제가 어떤 특징이 없거나 또는 한국 사람 정서에 맞지 않을 때 선택하는 대타 제목으로 주연 배우의 이름을 타이틀앞에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해리슨 포드의 도망자’라든지 ‘성룡의 CIA(CAI이던가?)’ 뭐 이런 형태가 있고 다른 하나는 원제와는 상관없이 시류에 기대거나 아예 한국사람의 정서에 맞게 개명하는 경우도 있다. 가까운 예로 올초 3월에 개봉한 ‘악마같은 그녀’의 경우 원제가 ‘Saving Silverman(실버맨 구하기, 실버맨 구출작전 정도로 볼 수 있다.)'임에도 지난해 대히트한 ’엽기적인 그녀‘의 어드밴티지를 거져 먹으려는 심산이 약간은 내보이는 경우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개봉된지 꽤 지난 이 영화 ‘A Few Good Men’의 한글 제목(뭐 솔직히 한글 제목이랄 것도 없다. 영어를 소리나는 대로만 썼을 뿐이지.)으로 선택된 ‘어퓨굿맨’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보인다.

누구 말처럼 대한민국에서 중학교를 정상적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 ‘few'의 의미를 다시 한번 알아보자면 ’거의 없는‘정도의 의미다. 하지만 이 단어 앞에 ’a‘가 따라 붙을 경우 그 의미가 반전된다. ’a few'는 ‘약간있는’정도의 해석을 얻을 수 있다. 혹자는, 아니 나 조차도 의미상 차이가 없어보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 다르다. 특히 영어 문화권의 가치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한다. 흔히들 그런 비유를 한다. 술이 반 정도 남은 술병을 보고 어떤이는 ‘아직 반이나 남았네’라고 하고 다른 이는 ‘이제 반 밖에 안남았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표면상으로는 똑같은 수치와 의미를 지니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 내면의 모습과 가치관의 방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글 초반부터 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내 글꼬리에 지루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절반은 ‘제목’이 차지한다고봐도 무방하다고 굳이 힘주어 외치고 싶다.

톰 크루즈와 데미무어라는 말할 필요도없는 걸출한 헐리우드 스타가 같이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값진 영화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이들은 배우의 자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가 쏟아내고, 또 어느 순간은 모든 것을 담아내는 동안 그들의 존재는 ‘캐피’와 ‘죠’로 치환되어 잊혀지고 마는 것이다.

법정 영화의 극단적인 모습을 여러차례 보아온 나는 이 영화를 그들중에 최고라고 치켜 세우고 싶다. 법정 영화는 구성이 치밀해야 하고 긴장감이 있어야 하며 이성적이어야 하지만 이 영화는 빠지고 부족한 점이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자신의 껍질을 깨는 초보 군법무관의 고민과 진지함이 있었고 거기에 소신과 신념의 해군 사병도 있었다. 배를 싫다고 하는 해군 장교 ‘캐피’를 두고 ‘Jesus Christ, you're navy(이봐 넌 해군이야)'라고 소리치는 ’죠‘, 운전병이 16시라고 말하자 귀엽게 튀어나와서 “It's 4 O'clock."이라고 외치는 ’샘‘. 이 들 세명이 만들어 가는 사람 냄새나는 이 드라마는 누가 뭐래도 최고다.

이 영화의 백미는 후반부다. 모든 상황이 불리한 가운데 승부수를 띄우는 ‘캐피’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지만 헐리우드 영화의 공식(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이 사실을 우리 조상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홍길동 전을 보라.)을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헐리우드의 총잡이들이 일구던 무지막지한 방법의 승리가 아닌 '캐피‘의 신념과 뛰어난 말발로 일궈낸 승리가 있었다. 무리하지 말라던 ’죠‘의 충고에도 생각없는 ’캐피‘는 즐거운 사고를 친것이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아직 영화 안 본 사람들은 재미가 없어진다. 그냥 보라.(누구는 그러더라 영화는 보는 게 아니라 감상하는 것이라고. 웃기지마라 나는 보고 듣는다. 일단은 보고 들은 다음에 다시 보면서 감상해라. 너나 나나 뭘 안다고 초장부터 감상이냐.)

이 영화 벌서 4번째 보는 거다. 그래도 새롭고 꿈을 꾸게 한다. 내 어릴 적 꿈은 법관이었고, 다른 길을 걷고있는 지금도 그 꿈을 유효기간을 상실하지 않고 내 마음의 냉장고에서 요리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내게 이 영화가 준 감동은 더 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라, 불난데 부채질을 한 꼴이다.(아주 부적절한 비유지만 내 경우 그랬다.)

끝으로 제목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겠다. 영화 ‘어퓨굿맨’의 제목은 직역하자면 ‘조금있는 좋은 사람들’정도가 된다. 하지만 내가 내린 제목은 ‘아직은 좋은 사람이 더 많다’ 정도로 붙여 주고 싶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라.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껍질을 깨고 썩어빠진 것, 자신을 쪼그러트리는 모든 것들에게 대고 ‘캐피’가 ‘조셉’대령에게 한 것처럼 한마디 해보는 거다.

“Son of bitch! (해석 생략한다.)"

2002년 7월 24일

* 원문에 제 홈페이지( http://mybandit.net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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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레오  
  흐음... a few good man 소수정예 라는 뜻이죠. 미해병대 캐치플레이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해병대에도 이런 말이 있죠. 누구나 해병이 될수 있으면 나는 해병이 되지 않았다 인가....  저는 해병출신이 아니어서인지 싫어하는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