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해서...
요즘 미국에서 흥행중이라는 마체티라는 액션영화와
프랑스에서 만든 전쟁영화 La armee du crime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범죄자 군대 정도 되겠네요.
영어식으로 아미 오브 크라임이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하여간, 하나는 좀 어처구니없고 유치뽕짝의 막가파 액션 코메디고
하나는 실화에 바탕을 둔 무척 진지하고 차분한 역사물인데,
특이하게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체티'는 미국에 밀입국한 멕시코 불법체류자들을 탄압하고 죽이는
미국인들에게 주인공 마체티가 불법체류자들을 규합하여 싸우는 내용이며

프랑스 영화 '범죄자 군대'는 2차대전 당시 프랑스에 거주하던 외국인 레지스탕스가
독일군 및 독일의 앞잡이 프랑스 경찰과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특이하게 미국인이 만든 미국영화에서 미국인은 모두 나쁜놈이고
프랑스인이 만든 프랑스영화에서 나쁜놈은 역시 모두 프랑스네요.


영화를 보다 보면, 두영화 모두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미국인과 프랑스인을 나쁜놈으로 만듭니다.

마체티에 나오는 미국인들은, 국경을 넘는 멕시칸을 사냥해서 재미로 쏴죽이는 잔인한 놈들인데,
심지어 만삭의 임산부를 쏴죽이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총질을 하기도 하고
로버트 드니로가 분한 상원의원은 공공연한 인종차별 정책을 펴죠.
잔인한 놈만 있는게 아닙니다. 미국여자는 멕시코 남자 마체티의 매력에 빠져
어머니와 딸이 동시에 알몸으로 덤벼드는 색정광입니다
(린지 로한이 딸입니다 어머니역은 다른 배우인데...아무래도 이장면 때문에 국내 개봉시에는
어머니가 아니라 언니 정도로 관계를 바꾼 자막이 뜰것 같습니다)

범죄자 군대의 프랑스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르메니아, 루마니아, 헝가리, 이탈리아, 스페인...그리고 유태인
영화 속 레지스탕스는 전부 외국인들이고
프랑스인들은 얍삽하게 프랑스인의 안위 만을 위해 레지스탕스를 밀고하고
프랑스 경찰은 독일군에 협력해서 레지스탕스를 유인해 체포한 뒤 잔인하게 고문하는데
잔악하기로 유명한 독일군 게슈타포 간부가 '우리보다 낫다'라고 칭찬할 정도입니다
이런 와중에 오갈데 없는 유태인 소녀를 성적으로 유린하며
그녀를 레지스탕스 체포의 미끼로 사용하는 야비한 놈도 나오는데 역시 프랑스인 입니다.

물론, 마체티의 감독은 멕시코계 미국인이며
범죄자 군대의 감독 역시 아르메니아계 프랑스인입니다.
하지만, 감독이 만들고 싶다고해도 돈을 대주는 물주가 있어야 하고,
또 물주는 관객이 들것 같아야 돈을 대줄겁니다.
물론, 관객은 전자는 주로 미국인고, 후자는 당연히 프랑스인 이죠.

그런데 미국인과 프랑스인은 이런 영화를 돈주고 본다는 것이죠.

1991년 LA흑인 폭동이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등등으로 인해 우리에게
미국은 무척 인종적 갈등도 심하고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도 2005년 무슬림들이 대규모 인종폭동을 일으켰고 이로인해
"똘레랑스 웃기고 있네. 프랑스 놈들도 인종차별 극심하긴 마찬가지!"
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런데 역시... 이민의 역사가 오래고, 이민자가 많은 나라들이기에 갈등역시 많지만,
인종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 역시 많이 사는 나라들이 이들 미국과 프랑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아직은 아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