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 공평한 영화? (스포일러 주의)

영화감상평

바벨 - 공평한 영화? (스포일러 주의)

S MacCyber 1 2366 4
안녕하세요?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최우수 작품상에 거론될 만큼 오스카 취향적인
영화인 것 만큼은 사실입니다.  다만 작년에 이미 상을 받은 '크래쉬'의
뒷북 성격이 - 국내 문제에서 국제 문제로 확대한 점 - 강한 느낌입니다.
전반적으로 주제나 소재, 구성과 연출, 연기 등에서 무난하고 무거우면서
약간의 비장감 마저 들게하는 분위기를 살리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 이 영화가 의사 소통의 문제를 그린 것이고 그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이해들은 하고 계실테니 약간 다른 관점을 살펴 보려고 합니다.
(기존의 주제나 완성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크래쉬'와 비교했을 때 각각의 연관성과 인과관계에서 공정하게
그려졌는 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누구의 잘못이고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가 하는 문제에서 좀 불공평한 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 일본

가해 : 결론적으로 모든 문제의 시작이 일본인 사냥꾼이 총을 준 데서
        시작된 것으로 설정되었죠. 왜 유럽국가의 부자가 아닌 일본인이냐
        하는 점과 일본인이 해외 사냥을 즐기는 지는 다소 의아스럽습니다.
        그 딸의 행동은 - 많은 분들이 약간 충격받으셨지만 - 사실 일본(동양)
        적이라기 보다는 서구에 더 맞지 않을까 합니다.

피해 : 유일하게 사냥총으로 부터 받은 피해는 없습니다.
        이미 총으로 자살한 아내와 농아인 딸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슬픔이
        있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인과관계와는 따로 놀기 때문에
        그냥 하나의 독립된 영화 속 영화를 보는 기분입니다.
 
일본에 대한 얘기가 많은 것은 아시아 국가를 끼워넣으려다보니 다소
흐름에 거슬리는 오류(?)를 범한 게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이 영화가 'Nine Lives' 처럼 살짝 스치는 인연은 있지만 각각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라면 상관이 없지만 다른 3개의 스토리는 그 연관성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본 스토리가 어색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 모로코

가해 : 아들의 장난으로 미국인 관광객에게 총상을 입힙니다.  어찌보면
        철없는 아이들의 행동으로 그럴 수 있는 부분입니다.

피해 : 도주 중에 큰 아들이 경찰의 총에 숨집니다.  그리고 물론 아버지와
        작은 아들도 경찰에 잡히고 가족이 사실상 붕괴됩니다.
 
- 멕시코

가해 : 아이들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립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미국에서는 이혼한 아빠, 엄마라도 애들을 허락없이 데리고 가면
        '유괴'라는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멕시코 보모도 미국인들 시각에서
        보면 거의 '납치'에 가까운 죄를 저지른 것이 됩니다.  또한 애들을
        사막에 버려둔 것도 법 정서로는 중죄가 되는 것이죠.

피해 : 미국에서의 일자리를 잃고 쫒겨나게 되고 돌봐줬던 아이들과도
        강제 이별을 당하는 셈이죠.  또 차를 몰던 조카도 어찌 됐는지
        나오지는 않지만 이미 사고로 죽었을 수도 있고 경찰에 붙잡힌다면
        역시 죄값을 치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 미국

가해 : 유감스럽게도 미국 가족은 아내는 총 맞고 애들은 위험에 빠지고
        피해만 입는 것으로 나옵니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테러를 주장하며
        모로코 정부에 압력을 넣긴 하지만 가족과 직접 상관은 없습니다.
        굳이 넣자면 버스를 못 떠나게 해서 다른 (나라) 관광객들에게
        불편과 불안을 초래한 점 정도 일까요?

피해 : 아내가 총상을 입죠.  이 덕분에(?) 부부가 화해해서 이 사건으로
        상황이 나아지는 결과를 얻기까지 하죠.  아이들이 부모 허락없이
        멕시코까지 갔다가 위험한 추격전과 사막에서 길을 잃는 위험에
        처합니다.  물론 안전하게 구조됩니다.

다 보고 나서 뭔가  각 국가별 '손익계산서'에 차이가 나는 점이 느껴져
좀 다른 관점에서 이 영화를 살펴본 것입니다.  미국 영화이기에 역시
미국 가족이 안팎으로 피해만 보다가 해피 엔딩을 맞는 것으로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만든 것일까 하는 약간의 뒷맛을 남기고 있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시종일관 일정한 감정을 유지시키는, 그렇지만 특별한
감동을 주지는 않는 분위기가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나 할까요?


* 자막 번역을 해주신 도체님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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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거믄  
  바벨... 흥미있게 봤지만... 이게 어째서 오스카취향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수상 후보작이라는 소문때문에 관객에게 더 다가가기 힘들었던건 아닐까요?

영화보는 내내 한가지 맘에 걸리는것은... 모로코 에피소드 입니다.
척박한 땅에서 이웃도 없이 양을 치는 두 아이들에게 주어진 총.
그 이유는 멀리 장에 나가는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늑대들에게서 양을 보호하라고 구입해 준 총.
그래도 좀 나이가 많은 장남에게 총을 맡기는데...
이 녀석이 정말로 한심 그자체죠. 아둔한데다 힘도 없고 정말 미련이 철철 넘치는.. 결국 이녀석때문에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도 생각이 될 정도입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미국인 부부는 죽지 않았고, 총을 쏜 것이 미성년자이므로 모로코가 아닌 좀 더 선진국
이었다면, 벌금형이나 징계 등으로 끝날일이...
한 아이가 죽음으로써 마무리 되어버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