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버드] 웨스턴 호러의 추억

영화감상평

[데드 버드] 웨스턴 호러의 추억

1 codeinz 3 1989 4
[데드 버드] 웨스턴 호러의 추억

미국. 남북전쟁이라는 내전 상황의 어느 지점. 한 무리의 패거리들이 은행을 습격한다. 잔인한 유혈극을 치른 후 그들은 옥수수밭의 한 패가로 숨어드는데 그곳은 바로 그들 삶의 시험장인 동시에 결국 그들을 구원하고 처벌하는 지옥도가 된다. 그리고 다시 현실이 돌아온다.

작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한껏 고무되었던 <쏘우>와는 달리 소수의 호러영화 팬들에게만 선보였던 또는 지지받았던 이 저예산 호러물은 상상외로 괜찮은 작품이라는 사실. 과거 한때 스파게티 웨스턴물과 함께 또 다른 하나의 변종 괴물인 웨스턴 호러라는 장르가 존재했던 적이 있었다. 폭력성의 아드레날린만을 강조하는 괴상한 취향 덕분에 아무런 평가 또한 제대로 받지 못하고 홀연히 사라지게 된 장르였지만 웨스턴 호러는 정작 스파게티 호러를 보완해 주고 더욱 각인 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뜬금없이, 생뚱맞게 이렇게 다시 찾아왔다.

웨스턴 호러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지금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웨스턴 호러라기 보다는 그 추억을 심심하게 덧입힌 수준이고 본심은 <이블데드>류의 하우스 호러 모양새에 <링>의 오컬트적인 효과를 삽입한 변종 호러물이다. 황량한 서부의 풍경이 보이고 나면 한껏 작정한 한 무리는 은행을 턴다. 순식간에 피와 살이 튀며 웨스턴 호러의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이들의 다음 탈주 행로가 주목되는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웃음 섞인 황당함을 기대하게 한다. 예정대로 등장하는 으스스한 저택. 이 부분부터 영화는 본격적인 하우스 호러의 그것으로 진입하는 준비를 하게 된다. 도적들의 한밤중의 옥수수밭 입성. 이건 또 다른 좋은 작품인 <스캐어크로우>가 떠올려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진지하다. 거장의 호흡을 읽어내는 카메라 교습을 어느 정도 숙지한 듯 (이런 저예산 호러물 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에) 보이는 눈으로 차분하게 한발 두발 긴장감을 유지하고 이에 발맞추어 은근하게 바닥으로 침잠하는 음악들은 멋들어지게 절묘하다. 비록 시간이 지나며 그 호흡이 지나치게 느려지며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깜짝 효과와 함께 이 공간이 탈주와 구원 또는 처벌의 공간인 지옥임을 보여주는 시공간의 교차와 환상을 섞는 장면들은 꽤 인상적으로 다가 온다. 그들은 이 혼란스럽게 비틀어진 공간에서 당연히 보여 줄 수 있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세상의 축소판을 재현하며 갈등하고 이내 사라져간다.

아쉬운 점은 너무나 진지한 카메라와 유머의 삭제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들이 기대하게 되는 그런 스펙터클이 반감되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인물들은 저마다 개성이 있고 할 말이 많아 보이지만 정작 자신의 공포와 대면하게 되는 순간에는 정신들을 잃고 만다. 또한, 불친절한 설명과 과도한 점프 컷으로 이유 없는 타자들이 되어버린 유령들과 함께 이 귀신 나오는 저택도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지만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하고만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 폐쇄적인 공간에서의 스펙터클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없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심플한 군더더기 없는 각본에 경우에 따라서는 철학적인 사색 또한 곁들일 소지도 있고 꼭 필요할 때만 보이는 임팩트 강한 효과들은 칭찬할만한 점이라 할 수 있다. 극중 노예였던 한 흑인. 하지만 이제는 탈주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이 내 목숨을 살려줬다고 해서 내 목숨이 너희들 것은 아니지." 그럼 누구의 것인가? 자신의 것인가? 아니면 신의 것인가? 결론에 이르러서 정확히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순환구조로 다시금 연결되는 이 작품은 <시체들의 새벽>을 떠올리며 마지막에 환원되며 은유 되는 장면에서 예상외로 강한 효과를 발휘하는데,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우리들은 과연 인간이었나? 아니면 처음부터 지옥에 떨어져 허우적대는 한 마리의 새였나?

데드 버드 (Dead Birds, 2004)

ⓒ codeinz

http://codeinz.egloos.com/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3 Comments
1 이재용  
  저도 잼잇게 본 작품입니다,

글너무 잘쓰셧네요^^
1 neonike  
  이런 영화는 보려고 해도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1 neonike  
  헉 웨스틴 호러라고 해서 옛날 영화인줄 알았는데... 2004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