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 vs 닉슨 - 역사가 평가한다.

영화감상평

프로스트 vs 닉슨 - 역사가 평가한다.

1 이규하 0 4696 0
프로스트 VS 닉슨 이라는 영화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미국의 전 대통령 리처드 닉슨과 영국의 토크쇼 진행자 데이빗 프로스트가 1:1 대담을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 국민들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끝내 함구하고 있는 닉슨을 못마땅해 했고 프로스트는 그의 입을 열기 위해 4부로 구성된 토크쇼를 제안하게 된다.





- 리처드 닉슨



리처드 닉슨은 미국 제 37, 38대 대통령이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한 인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의 측근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당시 민주당의 본부가 있던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호텔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어 결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이라는 엄청난 사건으로 이어진 정치 스캔들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말미암아 닉슨의 반대파는 물론이고 베트남 전쟁으로 대표되는 닉슨의 정책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미국인들은 닉슨이 정당한 죗값을 받기를 원하였으나 후임인 포드 대통령이 닉슨의 전면 사면을 선포함으로서 실현되지 못했다. 심지어 닉슨은 자신의 정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마지막 사임사에서 조차 그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기에 대통령의 전면 사과를 받지 못한 국민들의 반감은 높아져만 갔다. 영화는 바로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닉슨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복귀를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었다. 미국민들은 그의 사죄를 요구했으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 데이빗 프로스트



데이빗 프로스트는 1970년대 영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토크쇼 및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였으나 현재는 한물 간 채로 영국과 호주 방송국을 떠도는 처지인 방송인이다. 프로스트는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닉슨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포착했고 닉슨과 1:1 대담을 하여 그의 입을 열게 된다면 다시금 주목 받는 진행자로 도약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된다. 즉 프로스트는 어떤 역사의식을 가지고 1:1 대담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제안한 것이다.





- 프로스트와 닉슨 도박을 하다.



그 점이 꼼짝 않고 있던 닉슨을 움직였다. 만약 프로스트가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닉슨을 철저하게 파헤치기 위한 목적으로 1:1 대담을 제안했더라면 설령 억만금을 준다 해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프로스트가 자신의 경력을 위한 욕심으로 무리한 제안을 함으로써 저널리스트가 아닌 정치가처럼 행동했다는 점, 이때까지 프로스트의 경력과 닉슨 자신의 경력을 비교해 봤을 때 프로스트는 일개 예능 프로그램 토크쇼의 진행자였을 뿐이지만 닉슨 자신은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가중의 정치가인 대통령이었다는 점, 그러한 쉬운 상대를 상대로 1:1 대담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낸다면 정치계 복귀가 한결 쉬워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닉슨에게 프로스트와의 1:1 대담은 물론 도박이긴 하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을 것이다.

즉, 프로스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도박을 제안했고 닉슨은 그걸 받아들인 셈이다.



- 수준높은 공방전



영화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대담을 결코 지루하지 않게 그려낸다. 대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자료를 꼼꼼히 정리하는 장면이나 카메라가 돌아가기 직전 30초 남짓한 시간동안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흔들어 놓는 심리전 같은 장면을 보고 있으면 지루할 겨를이 없다. 4부로 구성된 대담은 한 부당 2시간이며 이틀에 한번씩 진행되는 2시간의 대담은 마치 4라운드짜리 권투시합 처럼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친다. 좀처럼 허점을 내비치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닉슨과 그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프로스트의 대담은 무기없는 전쟁 그 자체이다. 교묘한 화술로 논점을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닉슨의 화술을 보고 있자면 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리는 표정의 프로스트가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다.

허나 결과는 이미 알려진 대로 프로스트의 완승이었다. 프로스트는 좀처럼 허점을 보이지 않은 닉슨을 상대로 하여 결국 그가 워터게이트 사건 및 그간의 행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이후 닉슨의 정치생명은 완전히 끝나고 말았다.





- 역사가 평가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역사이다. 패자는 악인이 되고 승자는 선인이 된다. 2차대전에 패한 히틀러가 그랬고, 카이사르에 패한 폼페이우스가 그러했으며 민주당에 패한 닉슨이 그랬듯 역사는 패자에게 결코 너그럽지 못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인들은 모두 승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패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 이러한 역사의 평가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패자의 역사 또한 패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정당할 것이다. 허나 패자가 승자와 다른 점은 역사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그 흐름을 거스스려 했다는 점이다. 즉 패자의 역사는 패자의 입장에서는 정당하나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스스로의 잘못이니 부당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히틀러의 나치즘은 세계화라는 시대의 흐름을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었고 폼페이우스가 꿈꾸었던 공화정은 이미 거대한 제국이 되어버린 로마를 통치하기엔 너무 낡은 통치체제였다. 닉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닉슨이 고수해 온 냉전체제는 자유화의 물결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부터 구시대의 유물과 같은 것일 뿐이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며 무리에 무리를 거듭한 결과가 워터게이트 사건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북한의 정권을 바라보고 있자면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것만 같아 안쓰럽다. 냉전체제를 주창했던 닉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것 처럼 냉전체제는 완전히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우리나라 정부가 가장 잘 써먹고 있는 체제가 바로 구시대의 유물인 냉전체제이다. 안보라는 명목 하에 얼마나 많은 잘못들이 저질러져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되어야만 하는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흐름을 거스스려고 하면 할수록 무리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는 비극일 수 밖에 없다. 아직도 좌빨 빨갱이가 어쩌니 보수 꼴통이 어쩌니 하는 색깔론을 보고 있자니 정말 한심할 따름이다. 우리는 아직도 구시대의 유령에게 속박당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가 옳으니 보수가 옳으니 다투고 있는건 똥을 누러갔는데 휴지가 없어서 왼쪽 양말로 닦을지 오른쪽 양말로 닦을지 고민하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다. 왼쪽 양말이든 오른쪽 양말이든 한쪽이 없으면 양말 한켤레를 못쓰게 된다는 것은 똑같다. 휴지를 찾아서 닦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색깔론에 의해 경직화 되어가고 있는 지금 이순간을 훗날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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