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내가 라면으로 보여?

영화감상평

봄날은 간다 내가 라면으로 보여?

1 최정한 5 3104 2
너무나 맘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보았을 사랑의 상처를 가슴시리게 느끼게 되는 영화였지요..
여러분은 누구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았어요? 은수? 상우?

영화 봄날은 간다는 이상하게도 20대 중후반 즈음의 남자들에게 가슴에 와 닿는 영화인 것 같아요. 아마 남자들은 영화 속 상우(유지태)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여자들은 자기는 약간의 바람기를 가진 이영애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랑 한 가지쯤 간직하고 있고, 나름대로 몇 시간은 종일 떠들고, 슬퍼하고, 웃어넘길 스토리가 있듯이.
상우와 은수와의 짧은 사랑을 그린 영화 <봄날은 간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나간(혹은 떠나간) 사랑을 반추하게 하는 그런 내음이 나는 영화였습니다.

'나도 저런 사랑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꿈같은 사랑으로 미화시키지도 않은, 그저 내 주위 누군가의 연애담 같고, 살면서 한번쯤은 겪었을만한 '실연의 한 모습'을 간단하면서도 또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었지요

누군가의 연예담처럼 마구 헐뜯고 싶은 기분도 전혀 안들고요.

어떤이들은 이 영화를 보고 처음 느낀 것은 우습게도 '은수(이영애) 참 못됐네~.'이다. 마치 친구들 서너 명이 모여 앉아 누군가의 연애담을 곱씹으면서 제삼자끼리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하며 하나하나 따져가며 한 사람을 가해자로 몰아 붙일 때의 심정이랄까?

은수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할아버지와의 행복했던 시절을 잊지 못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좋았던 시절을 항상 가슴아파하는 상우(유지태)가 너무 안쓰러웠고, 그런 그를 떠나보내려는 은수가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영화.

영화가 끝난 후, 상우와 은수, 그리고 나를 먼 뒷발치에서 바라보면서, 은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상우와 은수의 가슴아픈 이별은 어쩌면 한 번 이혼한 경험이 있는 은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혼이라는 문제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은수에게 상우의 사랑은 막바지인 결혼이라는 현실 끝으로 다가서게 하고, 사랑을 시작하고, 끝내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극복한 그녀에게 어쩌면 '결혼'이라는 단어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그것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가슴 설레고, 마냥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던 감정이 어느 순간 희뿌얘지고,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져가면서 은수는 현실로 자리잡아가는 사랑(상우)이 조금씩 부담스러워졌을 때, 그 순간 찾아온 새로운 남자.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새로운 사람은 현재 현실과 감정 사이에 혼란스러운 자신을 말끔하게 정리해줄 충분히 이유 있는 외출이라고 저는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이미 사랑이 떠나버리고 난 뒤, 상우에게 배운 사소한 버릇에서 상우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이미 상우는 봄날은 가고, 사랑은 충분히 변할 수 있음을 가슴시리게 깨닫고 난 뒤였지요.

사랑은 보편적이지만, 또한 너무 개별적인 것이다. 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제삼자가 왈가왈부해도 결국 한 사람에게 있어서 그 사랑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며, 누구도 답을 내릴 수 없다. 사랑은 변하고, 봄날은 간다는 사실을 공감할 수 있고, 꼭꼭 숨겨두었던 기억 속 상자에서 옛 추억을 생각해낼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합니다.

영화의 즐거움, 하나더!!

이 영화가 자연이 소리를 가득 담고 있다는 건 모두 아실 거고, 귀가 즐거운 상태라면 눈을 즐겁게 하면서 영화를 보세요. 소리뿐만 아니라 화면 구성에도 세밀하게 신경쓰고 있답니다. 특히 마지막 씬에서 상우 뒤로 뿌연 은수의 모습은 상우의 심리를 잘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직 이 영화 안봤으면 꼭 보세요.
괜찮은 영화랍니다.

갑자기 강원도 동해 바다와 대나무 숲 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영화속의 명언도요~~
할머니 曰, 한번 떠난 버스와 여자는 잡지 않는 법이란다.
상우 曰, 은수한테, 내가 라면으로 보여? 말 조심해!
상우 曰, 은수한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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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여울  
저도 잼나게 본 영화에요..개인적으로 유지태군을 좋아해서요~~후후후. 8월의 크리스마스보다는 덜하지만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해요... 봄날도 .관객과의 의견이 분분하던데...누구의 승리로 끝났는지 궁금하네요
1 박규  
아직예고편으로만 보았지만 보고 후회되진않을영화라고 생각되네여.
1 이철환  
이건 영화가 아니라 실젭니다...실제상황... ㅋㅋ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경험해봤던 그런이야기..
1 성기완  
정말 명쾌한 분석이시네여~ 우리들이 충분히 공감할수 있었던 그런 영화라고 생각되네여..
1 R。H  
영화 평론가 같으시다~~
 잘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