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 2007)

영화감상평

[영화감상]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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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Gang 영화를 좋아한다. 'Mario Puzo's The Godfather', 'Mean Streets', 'Casino', 'Goodfellas', 'Donnie Brasco' 등 잔인하고 지저분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누구보다 깨끗하고 끈끈한 세계-


Gang, Mafia 영화 하면 딱 두 배우가 생각난다. Al PacinoRobert DeNiro- 눈빛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로 날 끌어들이는 그들의 연기. 10월인가 11월부터 극장에서 이 영화의 예고편이 나올때마다 난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Gang 영화가 오랜만에 나오는데다 감독, 배우들마저 하나같이 쟁쟁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재미가 없진 않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만큼 약간의 실망을 한 것은 사실이다.


 


2.


 


일단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흑인 마약왕 프랭크 루카스. 60년대 뉴욕 할렘가의 두목이 죽자 그의 오른팔이었던 프랭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프랭크는 자신에게 있어 마틴 루터 킹과 같았던 범피의 뒤를 그대로 따른다. 영화의 첫 문제점은 초반부에 있다. 딱딱하고 급작스러운 사건 전개는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죽은 두목과 연관된 여러 인물들, 프랭크의 대가족, 태국에 있는 친척의 전남편 등의 등장, 이런 혼란스러운 전개에 비해 영화 'Chinatown'을 보는듯한 칙칙하고 느린 화면들.


 


3.


 


Russell Crowe, Denzel Washington. 청렴한 경찰 리치와 마약왕 프랭크. 드디어 연기 잘하는 두배우의 대결 구도가 드러난다. 참 재미있는 점은 리치와 프랭크 두 인물이 절대선, 절대악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치는 그당시 썩어빠진 경찰권에서 보기 드문 정직한 경찰이지만 가족에게 소홀하고 아무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는 등 사생활은 복잡하다. 이에 비해 마약을 밀수하는 프랭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약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데 비해 가족에게 헌신하며 깨끗한 사생활을 산다. 여기서 두번째 문제점이 나타난다. '프랭크 vs 리치'라는 구도가 별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철저히 가족들을 관리하며 잘못을 했을시에 동생이라 할지라도 폭력을 가하는 프랭크나 섹스를 하다가도 수사에 관련된 전화 한통에 달려나가는 리치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Denzel Washington의 연기만 언급해 봐도, 내가 보았던 그의 다른 영화들에서 느꼈던 전율은 느낄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한 그들의 조이는 맛이 없는 경쟁 구도는 너무 길다. 질질 끈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4.


 


프랭크의 가족 중 한명이 리치의 특별마약수사팀에 잡히면서 영화는 종반부를 향해 달려간다. 이탈리아계 마피아들이 수십년에 걸쳐서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마약 밀수를 태국과 베트남을 오고다니며 농도 100% 마약을 밀수한 프랭크는 어찌보면 대단한 사업가다. 특히 그당시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그러한 성공을 거두기엔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물론 '마약 밀수'를 통해 엄청난 부를 얻은 마약왕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의 부가 쌓일때마다 마약 중독자들의 시체도 쌓였을테니. 어찌되었건 프랭크의 마약 조제 본부는 리치의 팀 멤버들에 의해 초토화되고 프랭크는 교회에 나서자마자 허무하게 체포되고 만다. 허무했을 프랭크만큼 나 역시 엄청난 허무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지루하리만큼 팽팽하지 못하면서도 길었던 '리치 vs 프랭크' 구도가 그 결말은 참 빠르고 쉽게 결정났기 때문이다. 프랭크의 협력으로 리치는 그당시 뉴욕 경찰의 75%나 되는 부패 경찰들을 잡아 들인다. 75%라... 정말 당시의 미국이 얼마나 썩어 있었는지 짐작케 해주는 수치였다. 어떻게 보면 여러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 마약 밀수범 프랭크보다 그런 프랭크를 뇌물을 받기 위해 눈감아 주었던 경찰들이 더 큰 죄인이다. 민중의 지팡이? 웃음만 나올뿐이다.


 


5.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재미보다는 사실감, 생동감을 중시했기 때문에 딱딱하다. 긴 러닝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대결 구도, 즉 갈등 부분이 약하다. Al Pacino, Robert DeNiro 의 Gang영화들을 생각하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색안경을 벗기 힘들지만 그들의 Gang영화와는 단지 다른'류'일 뿐이다. 즉 큰 재미는 주지 않지만 영화비가 아깝지는 않을 정도의 속은 꽉 찬 영화라는 것.


 


Is that iro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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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nameltneG  
죄송합니다.


프랭크 루카스는 범피의 오른팔 정도의 위치가 아니라, 범피의 직속 운전수였습니다. 조직 내에서 누구보다 범피와 가까웠지만요.

극중 한놈을 대낮에 사람 오가는 길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쏴죽여 버리죠. 고인을 기리기 위한 연회에서 눈치를 보고, 컵받침을 챙겨주자 기특하다는 식으로 대답했던. 그가 오른팔 급입니다.

우두머리가 교체되면 자신의 영향력이나 입지가 좁아지기도 하겠고, 그가 은근히 프랭크를 하대하기도 했지요. 다분히 보여줄 목적으로 선수를 치고 우두머리를 꿰찬겁니다.

경찰이라면 조직도나 승계 구조같은 것을 알고 있을 텐데(뒷돈을 챙기는 경찰들이 수두룩 했는데 모를 리가 없죠), 일개 운전수라서 신경쓰지 않았던 프랭크가 우두머리가 되고 나니 쟤는 누구냐 하면서 한참을 헤매고 있었던 거고요. 사진으로 조직도를 짜고 있을 때, 프랭크는 맨 꼭대기가 아니라 한 귀퉁이에 있다가 나중에서야 리치가 옮겨놓죠.
1 고운모래  
범피가 아끼던 운전수에 수금원, 경호 임무에, 비서역할에 살인 해결사에 숨은 행동대장 격이었죠. 말 그대로 측근이죠. 영의정 좌의정보다는, 왕 옆에서 가장 많은 시간에 가까이 있는 내시가 측근이 되는 것처럼요. 그런 면에서 비서실장이나 경호대장이 국무총리보다 숨은 실세가 되던 맥락과도 비슷하고, 더구나 가장 어렵고 중요하지만 궂은 일인 수금을 맡은 재무 라인이면 돈줄과 자금에 밝으니 더욱 그럴 수 있겠죠.

외부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프랭크는 범피가 내심 미는 후계자는 충성스런 심복이었던 자신이어야 된다 믿어 의심치 않았고

범피가 사라진 할렘 공백에서의 세력 다툼이 극심할 때 마음먹고 동생들을 다 불러들여 할렘 접수를 준비하며 결국 다음과 같은 대사로서 야망을 드러내고 행동에 옮깁니다.

"이 바닥에는 둘 중에 하나야. 무시당하는 자가 되던가 무시 못하는 자가 되던가. 무슨 말인지 잘 보거라."

그리고는 백주 대낮에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눈들이 있는 길거리에서 자기 마음에 안드는 한 사람(자기를 무시하던 적)을 공개 처형하여 제거하는 대담하고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목격자가 수십명은 될터인데도 경찰에 붙잡히지도 않으며 아무 탈도 없습니다. 왜 일까요? 이게 이 영화의 핵심이 될 지도 모릅니다.
1 gangfilm  
To nameltneG
오른팔이라는 의미가 그 사람과 가장 가깝고 그 사람이 가장 믿고 있는 인물 아닐까요?
고인을 기리기 위한 연회에서 프랭크가 컵받침을 챙겨주자 기특하다는 식으로 대답했던 그는 단지 서열상에서 우위를 차지했을 뿐이구요.

To 고운모래
고운모래님 길거리에서의 공개처형. 아무 탈도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죠? 궁금하네요 알려주세요~^^
1 고운모래  
ㅎㅎ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함축된 의미로서의 이 영화의 제목이 이미 답해주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아메리칸 갱스터 = 경찰

그 시절의 진정한 "아메리칸 갱스터"는 프랭크도 마피아도 아닌... 바로 다름 아닌 NYPD를 비롯한 부패공권력이었다고 말입니다. 영화는 바로 그걸 말하고 싶었던 거죠. 매수와 갱단들과의 사전 야합, 그것이 아니고는 어찌 법치국가에서 갱단들이 설칠 수가 있었고 백주 대낮에 그런 황당하고 대담한 일들이 벌어질 수가 있었겠습니까?

이 영화의 핵심과 그 당시의 쟁점은 백주 대낮에 설쳐도 무사한 갱들보다는, 그 당시 뉴욕의 치안부재와 그에 따른 법질서의 붕괴였습니다. 법과 정의가 무력화되다 보니 갱들이 그리도 대담하게 설칠 수가 있었던 거죠.

그런 치안부재의 정 가운데는 부패불감증까지 겹쳐진 NYPD를 비롯한 부패 공권력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갱들의 고위층에 대한 광범위한 로비와 매수가 있었음을 암시하며, 더구나 일선경찰들까지도 달콤한 부패와의 결탁에 맛들이고 길들여져 급기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겁도 없이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급기야 뇌물을 받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자기들이 아예 시장을 장악하고 마약 장사까지 하는 사상초유의 주객이 전도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기본적 법질서와 기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수준까지 이르러게 된 것이죠.

돈으로 공권력이 썩으면 도시 전체(적어도 할렘만큼은 무법지대로 방치)가 썩습니다. 그래서 백주 대낮에 그런 살인이 벌어져도 유유히 걸어나갈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를 위해 여기 저기에 돈을 엄청 많이 먹여놨겠죠...)

그럼 어쩌다가 경찰이 이리도 겁이 없어진 것일까요? 죄의식 불감증에 한두명이 아닌 집단 부패로 대담해지게 된 것이고 모든 동료들의 공범화를 이루며, 간혹 거기에 가세하지 않고 혼자 튀거나 강직하고 정직한 경찰은 왕따를 당하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부정에 대한 응징과 정의실현이 막히게 되고 응징이 없다보니 점점 겁이 없어지고 대담해지게 된 것이라 봅니다. 너무도 많이 썩어 한두명 정도의 응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그야말로 "노아의 방주" 정도의 청소나 물갈이가 아니면 겁을 먹지 않을 정도로 불감증에 빠지게 된거죠.

찔끔찔끔이 아니라 한꺼번에 일망타진 완전 물갈이가 이루어질 때야 비로서 도시 전체가 불감증에서 빠져나와 경각심을 가지게 되고 법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기강이 바로 서게 되고 건강한 도시가 되겠죠.

(경찰이 무법지대로 방치한 할렘과 비슷한 유사 사례로서, LA 코리안 타운에도 그런 정치적 불법적 야합이 적으나마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한인들의 잘못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 LA 폭동으로까지 커지기도 한 것이고요. 정의가 실현된다면, 왜 그런 겁도 없는 대담한 일들이 벌어지겠습니까?)
1 고운모래  
처음부터 리치가 노린 목표는, 프랭크를 비롯한 갱단들보다는 "아메리칸 갱스터"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인 목표였죠.

근본이 되는 "아메리칸 갱스터"들을 일망타진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갱들을 감옥에 잡아넣어봐야 프랭크가 아닌 또다른 누군가가 나오고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고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리치와 워싱톤에서는 잘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할까요? 그건 "이래서는 더 이상 안되겠다"는 대통령의 각오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