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폼페이, 검투사와 재난의 불완전한 융합

영화감상평

[영화리뷰] 폼페이, 검투사와 재난의 불완전한 융합

1 영화덕후 3 2332 0

안녕하십니까

어제 개봉했던 영화 '폼페이'에 대한 리뷰를 써보겠습니다.

다소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이점 참고해주시기 바라며

필자의 자유로운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낼 것이니 양해바랍니다.

 


 

 제 점수는요.... 6.0


폼페이, 검투사와 재난의 불완전한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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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폼페이'                                ▲검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글레디에이터'

 

영화를 좀 봤다하는 사람 중에 러셀 크로우 주연의 '글레디에이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말그대로 검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로마의 콜로세움과 검투사 이야기는 미국드라마 '스파르타쿠스'를 비롯해 여러 영상작품에서 인용되온 소재이다. 단순히 검투사들의 이야기만 해서는 참신한 영화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애기이다. 

그래서인지 앤더슨 감독은 '검투사'라는 소재와 '화산폭발'이라는 소재를 융합하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두 소재는 우리에게 정말로 익숙한 소재이다. 검투사 뿐만아니라 폼페이의 화산폭발을 모르는 이가 주변에 있는가?

있다면 어린 아이이거나 상식이 많이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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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 '마일로' (배우-키트 해링턴)

 

 

 

1. 검투사에 대한 지나친 비중이 재난을 가렸다 

자, 이제 영화 내부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다. 이 영화는 80%가 검투사 이야기고 20%가 재난 영화이다. 검투사 '마일로'의 배경부터 검투사로서 살아가기 까지의 과정을 큰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영화제목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분명 재난 영화인데. 영화를 보면서 글레디에이터가 자꾸 생각난다. 가끔 영화 초중반부 동안 폼페이에 화산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복선을 지속적으로 뿌리지만, "폼페이가 폭발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영화관람객은 없고, 복선은 서프라이즈한 요소보다는 스토리의 개연성에 도움을 줄 뿐이다. 때문에 재난 영화라는 느낌 - 곧 일어날 재난을 기대와 동시에 걱정하며 지켜보는 애타는 마음이 생겨나질 않았다.

 

재난영화의 묘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재난에 닥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감동과 함께 애뜻함,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 영화는 감동, 애뜻함, 긴장감 모두 없었다.

 

대표적 재난 영화인 투모로우를 보자, 아들과 인류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잭 홀 박사가 기후학자가 아니였다면 이상기후를 눈치 챈다는 개연성이 없으니 기후학자인 것이다. '폼페이'에서 검투사 마일로가 검투사가 아니었다면 폼페이의 콜로세움에 갈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에 검투사 였을 뿐이다. 만약 투모로우에서 기후학자인 잭 홀 박사가 기후학자가 되는 일련의 과정과 기후학자로서의 업적 등을 영화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면, 재난 영화로서의 대표작이라는 명성 대신 '폼페이'와 같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주인공 개인에 대한 지나친 비중과, 검투사라는 소재에 대한 집중은, 폼페이의 재난영화로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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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의 콜로세움


솔직이 이 영화 중간까지는 정말 재밌게 봤다. 검투 액션도 좋았고 특히 로마의 세네터 코르부스를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콜로세움 경기에서 마일로와 에티커스가 많은 검투사들과 싸우는 장면은 영화 '300' 을 생각나게 했다. 오히려 차라리 검투액션 영화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들었다. 



2.주인공에 대적하는 안타고니스트의 난잡함


모든 스토리에는 주인공과 안타고니스트(주인공의 적)이 있다. 안타고니스트의 존재는 스토리를 전체적으로 긴장감 있게 풀어가게 하며 일련의 사건의 중심이 되는 등, 주인공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이다. '폼페이'에서 마일로의 대표적 안타고니스트는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1.에티커스 (마일로와 같은 노예 검투사)

2.세네터 코르부스(로마를 상징)

3.프로쿨르스 (코르부스의 호위병사)

4.폼페이의 화산폭발


에티커스는 좋은 안타고니스트 였다. 같은 처지에 로마인들에게 같은 고통을 겪은 마일로와 에티커스는 처음에는 적으로 만나지만 결국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뻔하지만 그만큼 좋은 주인공와 안타고니스의 관계이다. 둘은 액션콤비로서도 정말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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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터 코르부스, 로마의 막강한 힘을 상징한다.

 

문제는 2~3번이다. 사실 코르부스는 마일로보다는 마일로의 내연녀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 주연)의 안타고니스트에 가깝다. 코르부스가 카시아에게 결혼을 강요하며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고 그 피해가 카시아가 사랑하는 마일로에게 전가될 뿐. 사실 마일로와 코르부스가 직접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은 좀처럼 없었다. 마일로가 콜로세움에서 로마의 독수리 휘장을 부수는 장면은 코르부스 개인에 대한 적대감의 표시라기보다는 로마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4번은 이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인물이 아닌 사건이 안타고니스트가 된다는 점은 이 영화의 재난 영화로서의 독창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잘 살리지 못하였다. 일단 재난이 시작되는 시점이 너무 늦었고, 화산폭발 이후를 다루는 부분이 적었다. 결국 1. 검투사에 대한 지나친 비중이 재난을 가렸다 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안타고니스트인 화산폭발에 대해 주인공들이 저항하고 극복해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지못했다.(도망치고 싸우기도 하고 말도 찾고 하지만 주인공들이 너무 쉽게 무너져 내렸다) 결국 재난 영화로서의 스릴과 긴장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3.첫 눈에 반했다만으로 설명되는 로맨스


 우리가 로맨스 영화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관객은 영화 속의 이성주인공의 매력에 빠지고 자신을 동성주인공과 동일시 하면서 영화속 로맨스를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아 나도 저런 사랑하고 싶다" 같은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즉 영화속에나 나올 법한 로맨스적 스토리가 있고 그에 어울리는 선남선녀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훌륭한 로맨스 영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로맨스 영화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장르의 영화일지라도 로맨스적 요소가 들어간다면(대부분의 영화에 들어간다.) 앞서 말한 사항들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이 영화의 로맨스적 문제는 크게 로맨스 여배우 외모의 부적절함과 스토리의 부재이다.


먼저 여배우의 외모문제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리플들이 올라와 있고 남자관객으로서 나혼자만의 생각이 아님을 확신한다. 영화를 본 남자라면 동감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로맨스 요소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성주인공의 매력에 푹 빠져야 한다. 그 영화의 사건과 배경에 잘 녹아들어 있는 매력적인 인물에게 관객은 어렴풋이 사랑의 감정을 키우는 것이다. 짧은 영화시간 동안 관객이 이성주인공의 매력에 빠지게 하기 위해선 스토리와 함께 배우의 외모가 출중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영화 주연배우들의 외모가 출중한 것은 이를 위한 것이다. 만약 '폼페이'의 남자주인공 마일로의 배우로 유x진씨까 맡았다면 여성관객들은 로맨스를 느낄 수 있었을까?

(유x진 씨께는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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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 브라운이 연기한 카시아(좌)

 

 

이 영화에서 키트 해링턴은 멋있었지만 에밀리 브라우닝은 아름답지 못했다. 물론 외모가 출중한 배우가 나와야만 우리가 로맨스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로맨스 스토리가 외모보다는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영화는 로맨스 스토리 또한 부족했다. '폼페이'의 러스스토리 구성은 '타이타닉'과 거의 유사하다. 자유를 갈망하는 부유한 아가씨를 가진 건 없지만 사랑과 멋을 가진 남자가 찾아오는 전개이다. 백설공주식 로맨스 구도이다. 타이타닉에서는 통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통하지 못했다. 먼저, 이러한 러브스토리 구성이 진부해졌다는 점, 둘 만의 스토리가 빈약했다는 점, 둘이 힘을 합쳐서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이 없다는 점. 타이타닉을 보면 둘은 우연히 만나 호감을 갖게 되고 여러 사건들이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지만 둘은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간다.

 

폼페이도 같다. 먼저 둘은 우연히 만난다.(노예를 폼페이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사랑을 방해한다.(코르부스의 결혼 강요, 마일로의 노예 검투사라는 신분), 힘을 합쳐 해결(마일로가 열심히 싸우고 카시아가 싸움을 종결시킴)을 볼 수 있다. 일단 구성과 그에 맞는 스토리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폼페이의 경우 마일로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었나 싶다. 카시아가 손가락을 치켜세워 콜로세움 경기를 끝내주기는 하지만 그것 말고는 카시아가 딱히 하는 게 없다. 마일로 혼자서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카시아는 마일로에게 의존하는 케릭터로서만 남아있다. 이런 무능력한 공주님 컨셉케릭터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 영화는 왜 이렇게 로맨스 스토리가 불충분했던 걸까? 이 또한 이유는 1. 검투사에 대한 지나친 비중이 재난을 가렸다에 있다.

결국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마일로의 검투사 스토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카시아에 대한 설명이나 둘만의 러브스토리 구성이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로맨스 영화가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하자. 그럼 재난 영화인가? 앞서 1에서 말했듯이 재난영화도 아니다. 그럼 액션 영화인가? 그러기엔 너무나 특이 점이 없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액션+로맨스+재난 세 장르의 짬봉과도 같은 것이다 짬뽕은 그 안의 재료들이 잘 섞여 녹아들었을 때 맛있는 법이다.





허접한 긴 글을 이렇게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


출처 : www.fountainw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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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22 스티븐신구  
잭 바우어 형님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극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폴 W.S. 앤더슨 감독은 몇 년째 저를 실망시키네요
훌륭한 리뷰 잘 봤습니다
1 영화덕후  
많이 부족한 리뷰인데 감사합니다^^ 저도 정말 실망했어요,,,ㅠ
20 켐버스  
님때문이라도 꼭 이영화를 보고 싶어지네요...ㅎㅎㅎ
검투사 영화라고 하는데...감상평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