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trix Revolutions : 그 진정한 끝은 창대하리라..

영화감상평

The Matrix Revolutions : 그 진정한 끝은 창대하리라..

1 치우천황 0 2096 4


리들리 스코트의 블레이드 런너를 기점으로 인간이 상상하는 미래는 디스토피아적 우울함으로 물들어 갔다.

현실에서 이미 존엄성을 쉬이 침범당하는 상황에서 더 나은 무엇이 제시되지 않을거라는 불안감.

이는 아마 그것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해서 일것이다.

그럼에따라 현실의 현상들과 완전히 거리를 둔 SF는 불가했으며 시각적 비쥬얼에서 각각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와중에 등장했던 매트릭스는 여러 면에서 기존의 SF와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다수의 SF영화들이 필립 K. 딕의 소설에서 모티브와 스토리를 빌려오던 것과 달리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던 것이다.

물론 위쇼스키 형제들이 딕의 소설에 열광적인 팬이기도 하고 미래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사회 자체의 붕괴가 아닌 그 안에서 소모되고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에 대한 시니컬한 관찰이 딕의 목적이었다면 매트릭스의 그것은 좀더 불온하고 광범위하다.

인간이라는 객체로서 존엄성 따위는 지키지 못한 채 기계들의 에너지원으로 전락했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며 일말의 불안감까지 끌어내게 한다.

사실 따지고보면 애초부터 가상현실에서의 화려함 이면에 그러한 현실의 초라함은 네오조차 넘어서지 못하는 선을 분명히 그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3편 레볼루션은 바로 그러한 결말로 치달아간다.

그동안 끌어왔던 인간과 기계 사이의 대립은 단 한번의 치열한 전투로 막을 내리고 네오가 구세주인지 역시 가려진다.

전작에서 많은 철학들을 논하고 재팬 애니메이션과 홍콩 액션영화들의 스타일을 논했던 매트릭스는 솔직히 너무 초라한 결론앞에 도달하게 된다.

인간의 형상이지만 기계의 코드가 심어진 네오는 양측을 위협하던 스미스와 일체화가 되는데 이는 결국 애니매트릭스를 통해 보여졌던 과오들 - 인간들이 기계에게 저지른 탐욕과 오만의 행동들에 대한 죄갚음으로 읽혀진다.

즉 그는 디지털세계의 예수가 되어 십자가에 오른 샘이다.

하지만 최후의 결론이 과연 인간과 기계의 공존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자신들이 창조한 기계들에게 행한 그것은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시키듯 끔찍했으나 그로인해 인간들이 죄의식을 가져야할 문제일까?

네오의 행동이 그들에게 얼마간의 평화를 줄지는 모르나 결국 생존이 달린 객체간의 투쟁이며 인간이던 기계던 한쪽이 완전한 우위를 점령할때까지 피터지게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위쇼스키 형제가 이러한 어정쩡한 결론을 제시한 이유는 뭘까..

어느 쪽이던 3편 레볼루션은 곁가지들은 모두 제쳐두고 눈앞에 보이는 가장 시급한 이야기의 끝맺음에만 매달린 느낌이다.

시각적 효과면에서도 인간측 APU와 센티넬의 전투와 스미스와 네오간의 최후 대결.

전적으로 커다란 대형화면과 풍부한 음량이 지원되는 환경에서라면 충분히 즐거울만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작에서 유지되었던 새로움이나 스타일리쉬함이 이번에도 드러난 것은 아니다.

APU와 센티넬의 전투는 익히 보아왔던 SF들의 도식화된 장면들에서 - 특히 재팬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로 보일 정도로 -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네오와 스미스간의 격투는 그야말로 애니 드래곤볼 Z의 실사 그자체다.

실제로 드래곤볼이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는데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지나친 과욕때문이었을까..

분명 여타의 SF들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확연히 구분지어질 특징도 제시하지 못한 채로 멈추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다만 영화, 그리고 게임이나 애니를 통해 제시되었던 독자적인 세계관은 그나름의 가치가 충분한 것이며 이후에도 여파는 오래 갈 것으로 보여진다.

미래에 대한 상상 또한 좀더 다양한 측면에서 그려진 작품들이 나오는데 있어 매트릭스는 훌륭한 밑거름이 될것이다.

* 매트릭스의 세계 안에서 동양무술의 아름다움과 호기로움을 멋지게 살리신 원화평감독. 대단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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