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 (2019)

영화감상평

1917 (2019)

2 칼도 1 380 0

1917 (2019)
https://www.imdb.com/title/tt8579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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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조종사가 자신을 살려주려고 하는 주인공의 친구를 죽이는 장면은 순진하고 다소 이상적인 그 친구가 결국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게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장치인 것이 맞다는 것과 그 독일군 조종사가 악하게 그려졌다는 것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영화적 의미를 성립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장치가 독일군 조종사를 악하게 그리는 방식으로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하필이면 왜 그런 방식으로?'라는 질문이 남는다. 더구나 그런 창치인 것이 맞다는 것은 동의 안하는 이들이 많을 수도 있는 해석인 반면 그 독일군 조종사가 악하게 그려졌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한 사실이다.

당시 영국군 중에도 그 독일군 조종사처럼 행동했을/행동했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 행동하는 독일군을 보여준다. 있었을 것이라는 역사적 개연성은 눈에 생생하게 보이지 않고 공부를 어느 정도 해야 머리에 자리잡는 반면 영화는 눈에 생생하게 보인다. 반전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면 전쟁 자체를 악한 것으로, 정확히는 - 지배계급과 엘리트들이 기획하고 순진한 민중들을 동원하는 - 범죄(적인 것으)로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지 조금이라도 전쟁터의 개개인들의 선악을 차별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실제로 개개인들 사이에 그런 차별이 있다는 사실이 영화에서 차별적으로 형상화되는 순간 영화는 프로파간다로 전락한다. 물론 이런 차별적 형상화는 전혀 우연이 아니다. 감독 샘 멘데스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1년 후인 2017년에 이미 일차세계대전에 대한 소박한 선악이분법적 인식을 과시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애초 새 007 시리즈 몇 편을 그럴듯하게 감독한 정도의 인물한테 충분히 훌륭한 반전영화를 바라는 것 자체가 과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I’m afraid that the winds that were blowing before the First World War are blowing again. There was this generation of men 

fighting then for a free and unified Europe, which we would do well to remember.”

포격당하는 장면을 포함해서 전투 장면이 전혀 사실적이지 않다. 전투로 야기된 참상만이 꽤 그럴듯하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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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7 oO지온Oo  
이 영화 분명히 봤는데 기억이 잘 안 나는 것으로 보아 그다지 인상깊게 본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본문에 말씀하신 장면들은 어렴풋이 기억나기는 하고 내용도 기억나지만..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병사들이 노래부르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병사들이 숲에 모두 둘러앉아 노래부르는 장면 있겠죠? ㅎㅎㅎㅎ 다른 영화와 헷갈린 걸까요?
병사들이 노래 불렀던 게 아니고 한 명의 병사가 불렀었나 싶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