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인 미국 국뽕 영화

영화감상평

궁극적인 미국 국뽕 영화 <탑건: 매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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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매버릭>을 그다지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일로 강남에 발길이 닿은 김에 일종의 의무감과 약간의 호기심 - 나는 나름 군사항공 매니아이다 - 으로 결국은 보았다. 이 영화에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노력은 결실을 맺고 진심은 통하고 연인들은 재결합한다. 이 영화에는 곱씹어 볼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모든 장면들 각각과 그것들의 연결들이 아주 쉽게 이해된다. 특히 톰캣으로 5세대 전투기 두 대를 격파한다는 설정이 제법 그럴듯하게 구현되었다. 허를 찌르는 기습공격을 했고 5세대 전투기의 특장점이 발휘되기 힘든 기총전이었고 러시아 조종사가 아닌 한, 상대 조종사는 결코 우리의 주인공만큼 경험이 풍부하고 훈련이 잘 되어 있을 리 없다. 작전은 그 작전의 표적이 테러 지원국의 핵무기 관련 시설이라는 짧은 언급 하나로 정당화된다. 미국산이 아닌 5세대 전투기를 수입할 만한 나라 중 핵무기 관련 시설이 있고 미국에 의해 테러 지원국으로 찍혔으며 톰캣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이란 말고는 없다. 그러니 이 영화는 분명히 현재의 미국 주류 세력의 세계인식을 담고 있는 영화다. 물론 영화를 본 이들 대다수는 그 사실에 착목할 수 없거나 착목하더라도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 느껴온 톰 크루즈의 매력과 충분히 예상되는 전투기 액션의 매력이 얼마나 매끄럽고 부드럽게 결합되어 있느냐 뿐이었을 것이다. 그 결합은 충분히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어떤 이들은 초반의 이야기들이 너무 구구해서 영화를 늘어지게 한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이야기들은 이 영화를 액션에 목매는 영화가 아닌 영화가 되는데 기여했다. 어느 한 요소에 목매는 영화는 너무 오락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오락은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이 영화는 궁극적인 미국 국뽕 영화이다. 우월한 미국 무기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미국인의 노력과 합리성 및 그것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의 스펙터클을 보여주고 있고 60이 다 되었음에도 여러 모로 매력적인 미국인을 보여주고 있고 '우리가 정당하다'를 굳이 관객을 설득시킬 필요가 없는, 너무나도 당연한 전제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당신이 미국이 이 영화 속의 미국과, 이 영화 속의 톰 크루즈와 별로 닮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더라도 이 영화에 감동하고 심지어는 두, 세 차례 이상 반복 감상을 하기까지 한다면 그것으로 이미 이 영화는 미국 국뽕 영화로서의 자신의 소임을 다 한 것이다.

제니퍼 코넬리는 <정오의 열정>에서는 에로틱함으로 <페노미나>에서는 청순함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톰 크루즈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전투기 액션 신보다는 두 사람의 알콩달콩에 더 정신이 쏠리고 흐뭇해졌다. 아주 멋있는 액션 신이었지만 전투기 시뮬 게임을 하면서 그런 액션이 실제로 이뤄지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어느 정도 깨달은 입장인지라 다소간 거리를 두고서만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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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그래서 미국뽕 아닐까요
자기네들 합리화 시키는건 당연하니까요
23 zzang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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