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하는 폐쇄공간, You'll Never Find Me, 2023
*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Directors Josiah Allen, Indianna Bell
그야말로 저예산. 단 두 명의 인물과 그리고 트레일러 하나를 가지고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그렇다고 연출 솜씨마저 저예산인 것은 아닙니다.
몇년전 상찬받던 프렌치 호러식의, 피범벅, 위압감, 그러테스크함, 살인의 어떤 모호함 그리고 그걸 메우는 과장된 사운드의 텅 빈 기표의
자극적이고 과시적인 단순한 연출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긴호흡의 장면들과 쇼트와 쇼트의 매치컷 사이의 긴장감,
그리고 그 쇼트 안에서 밖에서 긴장의 레이어를 입체적으로 포개넣는 사운드와 조명의 연출들로서,
말하자면 피 한방울 없이도 극도의 폐쇄적인 긴장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물론 피 몇 방울은 나오지만서도).
편집도 훌룡합니다. 편집의 핵심은 시선의 이동인데, 영화 초반, 인물의 시선과 그에따라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은 텅 빈 공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텅 빈 공간은 문자 그대로의 텅 빈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들에는 무언가 일어난 것이 있었다는 일어날 수도 있다는,
그러나 보이지는 않는다는 부재, 그 부재를 채우는 외화면의 빗소리와 번개의 번쩍임, 그것들로서 채워지는 공간의 미장센들입니다.
그것은 텅 빈 공간으로 존재하는 공포인 것입니다. 특히 영화 속 문의 이미지는 계속해서 반복해서 보여지는데,
그 문 밖의 외화면은 영화 끝날 때까지 결코 보여주지 않습니다. 미스테리로서 공간의 내부를 질식하게 합니다.
영화는 오직 두 인물만이 등장인물의 전부인데, 그 두 인물 간의 편집의 관계에서도 그것은 동일합니다.
서로에 대한 탐색과 거짓말, 그리고 의심스런 정황들은 그 진위를 결코 알려주지 않습니다.
단지 유추를 통해서만 짐작하게 할 뿐이죠. 그렇기에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 커팅된다해도 그 긴장감은 팽팽하게 유지됩니다.
진위를 모르기에, 한 인물의 쇼트에서 그 밖의 외화면은 진위의 부재로 둘러싸인 공포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인, 후반부 정전이 된 내부, 그냥 검은 화면 하나만을 띄워놓고 노인이 죄의식의 기억들을 읊조리기만 하는 장면은,
그 단순하면서도 대범하고 영리한 연출은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영화는 수미쌍관의 구조로서, 그 폐쇄적인 트레일러 안에서 한 인물의 죄의식을 악몽으로 돌고돌게 만듭니다.
그래서 결국, 영화의 디제시스 속 등장인물은 두 명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인물의 독백 내지는 환상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아무도 이 남자의 트레일러에 입장한 사람이 없는 것이죠 *LMDb 7.0
스포 포함이라는 경고문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 포함이라는 글자가 스크린샷 끄트머리에 위치함으로 인해서 잘 보이지 않았고.. ㅎㅎㅎㅎㅎ
(스포 관련 앞쪽 문장은 안 보였음) ,,,,,, [다.] ......... 라는 글자를 리시츠키 님이 오타 쓴 것으로 생각했뜸. ㅋㅋㅋ
스포가 걍 스포가 아니고 정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스포였네요.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