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말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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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말싸움

1 나무그늘 4 4130 2

펌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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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경상도에서 20년 살은 토박이다.


물론, 우리가족 전부 경상도 토박이들이다.


내가 6살인가 7살 때쯤이었다. 내가 말싸움을 배우기 시작한 시즌이었다.


난 유치원 친구들과 말싸움이 붙었다. 말싸움의 시초는 내가 여자 아이의


머리 끄댕이를 잡아당긴 데부터 시작되었다.



여자 아이 : 야~! 왜 내 머리 잡아땡기노~


나 : 미안, 그냥! ㅋㅋㅋㅋ


여자 아이 : 미안하다카믄 다가~!



헉쓰, 저런 엄청난 발언을!!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말이지만 그 당시 나의 지능수준으로는


그 여자 아이의 말에 되받아칠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난 첫 번째 말싸움에서 무참하게 패하고 "미안하다카믄 다가~!" 라는


필살기를 숙지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나른한 주말....


아버지와 난 쇼파에 나란히 누워 티비를 보고 있었다.


근데, 아버지가 장난친다고 미는 바람에 난 쇼파에서 떨어졌다.



나 : 아부지, 와카노? 아부지가 밀어가꼬 떨졌잖아!


아부지 : 미안. ㅋㅋㅋㅋ



난 이때, 일주일 전에 습득한 필살기가 번쩍 떠올랐다.


그래! 그 말을 쓰는 거야!!


자, 받아라! 나의 말싸움 제 첫 번째 신공!!



나 : 미안하다카믄 다가~!



자, 어때요! 할 말 없죠!! 할 말 없죠!!


아버지가 난처해 하시는 표정을 상상하며 난 필살기를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을 깨는 아버지의 말씀.



아부지 : 미안하다카믄 다지! 뭐, 우야라꼬??



순간, 난 패닉 상태에 빠졌다. 나의 필살기를 저렇게 간단히 되받아


치실 줄이야...


난 아무 말도 못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버지한테 말싸움으로 무참히 깨진 사건 이후, 난 우연찮게 또 다른


필살기를 습득하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노는데, 어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사이에 말싸움이 붙은


것이었다.


남자 아이는 지가 잘났다고 말도 안되는 변명을 침 튀겨가며 이야기할 때


여자 아이는 간단한 말 한마디로 그 싸움을 종결시켰다.



여자아이 : 그래, 니 잘났다!



남자 아이는 순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보였다. 남자 아이가 불쌍해 보였다.


순간, 이거다 싶었다.


'그래, 니 잘났다!' 이거 하나면 끝이야!!


그 필살기를 습득한 이후로 난 수없이 그 말을 되뇌이며 연습, 또 연습한


결과, 완벽한 발음과 억양 그리고 간사한 표정까지 덤으로 연마할 수 있었다.


난 이제 말싸움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제물이 될만한 놈이 나타났다.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어떤 시덥잖은 녀석이 나타나서 내 그림에


딴지를 거는 것이었다.


"여긴 이렇게 그리는 게 아니네, 다리가 왜 이 모양이네?" 하며 별 시덥잖은


딴지를 걸며 내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었다.


참다참다 한계까지 오른 나... 아무래도 필살기를 쓸 상황이 온 것 같았다.


좋아~ 장전! 가는 거야!!



나 : 그래. 니 잘났다! ㅋㅋㅋㅋ



상대의 패닉 상태를 기대하며 난, 그 동안 연마해온 필살기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표정까지 정확히 전달해 주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을 깬 그 녀석의 말 한마디...



남자아이 : 그래, 내 잘났고 니 몬났다. ㅋㅋㅋㅋ



;;


;;


;;


;;

그 사건 이후로 난 내성적인 아이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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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룰루 ~  
  재미납니다 ^^<BR><BR>귀여워요 ~<BR><BR>30살이 넘어야 구사할수 있다는 '뒤로받아앞으로메치는' 뻔뻔신공을 전수해주고 싶군요.<BR>모든 상황을 바로 종결시킬수 있다는...<BR>
<FONT style="BACKGROUND-COLOR: #ffff80">"씨끄러 ! 닥쳐 !!!"<BR></FONT><BR><BR><BR>친구가 아닌 경우에 겁나게 맞을수 있다는... 주의요망 ~
1 babyjune™  
  푸하하하하<BR>넘 잼나게 읽고 갑니다..^^*<BR>오잉 룰루님은 우짠일로 늦은시간에 ㅎㅎ;;
1 룰루 ~  
  한잔... 했습니다...<BR><BR>제가 좋아하는 형님께서... 호출하셔서...<BR><BR>피는 다르게 흐르지만...<BR>제 친형님으로 모시고 있는 분입니다.<BR>(그 형님께서도 친동생보다 저를 더 많이 찾으십니다.<BR> 형님 ! 고마워요 !!! ^^;;;  ... 아 쑥쓰러라 ~)<BR><BR>조카하고, 형수하고도 ... 제법 제딴엔 즐겁게... ^^;;;;
1 허상도  
  어릴때 진짜 저렇게 보냈는데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