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자막제작이란, 완전...
완전 노가다 인거 같습니다.
어쩌다 친구 놈이 영화자막을 만들어 보겠다기에
'구래? 그거 얼케 하는 건데?' 그랬더니... 어쩌고 저쩌고...
한 마디도 못 알아 먹을 얘기들만 하더군요.
나름 고전영화를 꿰고 살아온 연차도 있고(지금, 고전이 되었지만)
영화 얘기라면 어디나 코를 들이미는, 자칭 영화광이기에...
"그럼 나도 함 매달려 봐?' 이런 실수를...
뻔한 싸구려 영화 스토리처럼
친구 놈은 뻥 만 치고 시작도 못하고 때려치고
저만 술, 친구 다 잃고 고립무원에 남았네요.
담배를 끊어 보겠다던 결심은
독수리 타법도 아닌, 병아리 타법 (벙어리 장갑을 끼고 쳐도 비슷하겠네요)
키보드위에 내린 재를 불어낼때 마다 가슴을 저며오고
바쁜 일과중 남는 시간은 이 놈이 다가져가
수면시간은 처참히 줄어들었지요.
초반 몇 편은 신기한듯 같이 봐주던
맘씨 착한 마눌하는, 이젠...
'이 화상아! 이제 고만 좀 하지?'하는 눈빛이죠.
한번은 영자막도 없는 놈을 붙들고, 씽크까지 맞추다
때려치고 이를 부득부득 갈다가도
오기로 다시 보고 듣고... 또 지쳐 쓰러지니
이건 뭐, 자학도 이런 자학이 없습니다.
퀭 해진 내 얼굴을 거울에서 만날 때면
흠짓 놀라며 '황금 팔의 프랭크 시내트라' 나
'잃어버린 주말의 레이 밀란드'를 떠 올립니다.
그래도 찾고 공부하고, 관련된 책은 모조리 읽어가며
너무 원 대사표현이 좋아서 눈물을 훔치며 감동하기도 하고
끝장을 보리라, 마지막 대사 한 줄을 넣으면서
족히 100번은 더 본 것 같은 영화 한편을
오롯이 가슴에 담는 아득한 느낌도 가져 봅니다.
그럴 땐 여기 이곳에 조용히 들어와
비슷한 느낌들의 글을 찾고, 미소 짓다가 가곤 하지요.
그래도 여러분, 놀랍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이 본 그 수많은 영화들이
다른 누군가를 위해, 혹은
그 너무 영화를 사랑해서든...
모두 누군가에 의해 이런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번역팀/타임라인팀/최종교정팀/릴팀/....이렇게...
릴팀과 자막팀은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인데...현재를 서로 눈을 부라리고 있죠
많은 자막팀이 자생해야 살수있습니다...서로 경쟁적으로....
그래서 자막팀들이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지게 되겠죠.. 미드/일드/중드/다큐/...이런 다양한 자신들만이 개성을 가진 자막팀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지금은 웬지 고인물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잡아갈라나 ㅡ,ㅡ;;
그래도 지금 이대로론 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의 색깔이 우중충해서?)
특히 고전영화는 내가 한번 손대면
그 누구도 다시 수정 보완하지 않습니다.
'나의 이 작업이 끝이다' 라는 생각이어야겠습니다.
예로, 에드워드 드미트릭 감독의 '젊은 사자들(1958)'의
마지막 대사 부분은 번역이 의미의 완전 반대로 만들어져
수 십년간 그대로 감상되어 오고있습니다.(어색하게 느끼신분도 있으실겁니다)
어떤 오역을 꼬집자는게 아니라
전체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의 작업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