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엑스트라였다(3편) ㅡ 알몸으로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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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엑스트라였다(3편) ㅡ 알몸으로 털었다

1 잔인한시 5 7009 1
제가 해본 엑스트라 경험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것이 바로
<경찰청 사람들> 중의 추석 특집극였답니다.

제목은 이름하야...
"알몸으로 털었다"
내용인 즉슨....
회사에서 짤린 회사원이... 아내를 속이고 매일 출근하는 것처럼 하면서
인천 시내 목욕탕을 돌며...목욕탕 사물함 열쇠를 복사...그 안의 물건을 훔쳐갔다는 것이랍니다.

이 프로에 출연을 배당받고
갈 때 추석특집극인지도 몰랐죠...
당연 특집극인데 좀더 강렬한 인상의 작품이어야만 했겠죠...
암튼 나중에 알았구요...

암튼 또 암튼....그때는 한창 경찰청 사람들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때였답니다....

첫 촬영지인 여의도 KBS 별관 근처 한 지하 목욕탕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웬 여자가 올라오더군요...

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음...스크립터겠구만...
(다들 아시겠지만 스크립터란 피디나 감독 옆에서
촬영시 뭐 찍어야하는지 찍었던 것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찍었는지...
대신 기록하고 기억해주는 사람입니다)

무리의 엑스트라 남자들이
촬영 전 
촬영 세트를 준비하는 동안
무료하게 기다리면서
목욕탕 대기실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다 벗고 ㅠㅠ

여럿이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잡담을 하던 중
어떤 형님이 갑자기 우리에게 와선
막 고함치며
버럭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유인 즉슨...

다 벗고 
그니깐 다 벗었으니
촬영장에 여자는 없겠거니...
하고 막 돌아다녔는데...
고추 다 내어 놓구요..^^;;;
알고보니 어떤 여자....
앞에서 5분이나 그러고 있었던 것이었죠....

그때 불현듯
플래쉬 백(이전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화면)과 같이
제 머리 속에서 
아~~아까 그 여자!!!!
싶더군요....

그여자가 올라간 줄 알았더니...
다시 내려온 것이었죠..;;;;

무튼 드디어 촬영이 시작됐습니다.
목욕탕에 다들 발가벗고 들어가서
손님 역할을 하는 것이었죠...

근데 ㅠㅠ
어라리요...ㅠㅠ
카메라가 멀리서 찍는게 아니라
바로 제 옆을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ㅠㅠ

화들짝 놀란 저는
수건으로 급히 
고추를 가리고
비누 거품을 내어 얼굴을 덮었죠^^;;;

그래도 나중에 어떻게 나왔나 보니
얼굴 나왔더군요 ^^;;;;

무튼...첫 촬영지를 벗어나...
원래 사건이 있었던
인천 남부 경찰서를 향했습니다.

전 용의자 신분으로 형사 앞에서 취조 받는 역할도 하다가
다음 장면에선 제가 형사 역으로 그런 반대 역할도 했죠....

것 보다 우스웠던 것은...
그 전에 몰랐던...
실제 사건의 등장인물, 곧 경찰 아저씨들이
어떻게 대사를 치는 지 알았다는 것이었죠...

경찰서 가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전 솔직히 경찰서 들어가서 있는 사람들이 조폭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런 사람들은 형사고
피의자나 용의자는 일반적으로 선량하게 생겼더라구요...

무튼...
경찰 반장이 당시 경찰청 사람들에서 늘 나오는 그 대사

우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어쩌구 저쩌구...

그 장면을 찍는 시점이 됐답니다.

방송국 측에선 커다란 캔버스지? 아니 도화지?
암튼 거기다가 대사를 적어서
경찰 반장 앞에다 놓고
경찰 반장이 읽는 것이었죠....
카메라 앞에서...

여기서 잠깐...
실제 여러분들 전문가들이 뭐라뭐라 할 때
당시에 즉흥적으로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다 일러준 대사
정제된 대사를 준비하고
외워서 한다기 보다
옆에 써 놓고 읽죠

시선을 잘 보시면...
카메라 옆쪽으로 살짜꿍 돌아가서 
눈알이 땡굴땡굴 돌아가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편...그리하여 경찰 반장이 써놓은 대사를 읽었습니다.

이 사건은 인천 동부, 남부, 서부를 할 것없이...
(사실 정확한 기억은 안 납니다..그 대사가 다만...)

그러는 동안 뒤의 부하직원 형사가 빈정대며 따라했죠..

이 사건은 도꾜, 홍콩, 북경을 할 것 없이...

그 무뚝뚝하게 생긴 형사 조폭같이 생긴 형사가
장난끼 어린 목소리로
자기 나름대로의 대사를 만들어 하는 것이
어찌나 우습던지...

암튼 하두 오래되어서 정확히 그 대사는 기억이 안 나서 죄송해요 ㅠㅠ

결국 저녁무렵 마지막 촬영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또 목욕탕
인천의 한 2층에 위치한 목욕탕이었죠.

근데 드디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스크립터 여자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저희 남자 엑스트라는 데모를 했습니다.

나가라!! 나가라!!! 여자 앞에선 못한다!!!

그래도 극구 그 여자는 자긴 있겠다고 억지를 부렸죠...
결국 저희들의 파업으로 인해
그 여자는 쫓겼났답니다.

헌데...촬영전이었지만...
동네 아줌마들이 잔뜩 몰려왔던 기억이..^^;;;
물론 촬영하는 곳에는 못들어왔죠^^

음...리허설, 총연습이 시작됐습니다.
목욕탕 대기실에서 손님들이 하는 행동을 연습하는 것이었죠...
어떤 분은 잡담을 나누고
어떤 분은 몸을 수건으로 닦고
어떤 분은 서로 담소를 나누고 등등
근데 당시에 이런 기계가 유행할 때였습니다.

여기서 이런 기계란...
허리에 벨트를 두르고 전기 스위치를 올리면
드르륵 하고 덜덜덜덜 떨려서
뱃살을 빼주는 기계였죠...

아마 아시는 분은 아실 듯....

리허설 할 때 잘 돌아가더군요...
목욕탕 대기실의 장면은 아주 사실적이었습니다.

자 이제 슛들어가볼가요?
하면서 촬영이 시작됐습니다.

헌데...아뿔싸!!!!!!!!

그 기계가 고장이 난 것 있죠...;;;;

컷!!!!

피디의 주문은 이러했습니다.

저기 아저씨 그것 돌아가는 것 처럼 해주세요

같이 있던 동료들은 그게 가능하나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제 생각과 같이...

일단 슛 들어갑니다.

레디 큐!!!

촬영이 시작됐습니다...

근데 허거덕!!!!

그 형님께서 그 기계가 마치 진짜 돌아가고 있는 것 처럼
연기를 하시는 것이 아니었겠습니까...!!!!

촬영 중에는 잡음 들어가면 안되기에
모두들 웃음을 참다가 결국 다 터졌죠..

푸하하하하
깔깔깔깔깔

스탭진들과 보출자분들 다 웃음 바다가 됐습니다.

그 형님의 연기가 넘 리얼했거든요.
경이로움 그 자체였죠.

무튼 모두들 겨우 웃음을 참아가며 그 장면을 마쳤답니다....

자~~~이제 이 편의 마지막 얘기....

요즘도 그랬지만....
재연프로의 효시는 아마두 경찰청 사람들이 아닐가 싶네요.
그 이전도 있었겠지만
국민에게 인식을 심어주고 뇌리에 확 박힌 것은요..

형사분이 직접 목욕탕 안에서 범인을 찾는 장면을 찍게 됐답니다.

물론 형사분도 옷을 다 홀라당 벗은 상태였죠....

욕탕 안에서 벗은채로 나와서
욕탕 주변에 범인이 있나 
두리번 휘리릭 고개를 돌려보는 장면이었죠....

근데 문제는....
이미 저녁이었고....

그 섭외된 목욕탕은 일찍 손님을 보냈고
욕탕의 물은 가득있었던게 아니라
반 정도 밖에 없었단게 문제였죠.

자...촬영 들어갑니다....
레디 큐

앗!!!!! 선생님(=형사) 앉으세요!!! 앉으세요!!!!

이 대사의 영상은 이러합니다.

카메라가 돌고
촬영이 시작되자
형사분이 욕탕에서 일어서서 두리번 거리는데....

욕탕의 물이 반 밖에 없어서
형사분 고추가 화면에 다 나오게 되어버렸던 것이죠 ^^;;;;

또 다들 폭소의 도가니가 됐었답니다.

결국 뭐...형사분이 어정쩡히 일어나면서 그 촬영은 마무리 되었죠.
*****************************************************
이상이...
제가 당시 거의 티비 모든 프로 다 나왔다 해도 거짓말이 아닐테구
또한 97년에서 재작년까지 했다손...쭉 한 것은 아니고 
띄엄띄엄 했었지만...
제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은 출연이었답니다.

근데 참....
맛깔나게 현장감있게
글 쓴다는게 이렇게 어렵군요....

이 글 읽으시는 분께서 그 자리 계셨더라면
더욱 재미있으셨을텐데...

여기서 또 한 번 제 작문실력의 부족을 실감하며...
이 편을 마칠게요....
지루한 글 읽게 해드려 죄송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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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M 再會  
엑스트라 아무나 할 수 있는 건가요... 그것이 궁금합니다.
1 잔인한시  
아무래도 다들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서
다음 편에 엑스트라를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써 볼까 합니다..
역사의 산 증인? 격으루요 ...아고 또 나내는 제 자신이 싫네요..쩝
2 guram  
역시 직접경험을 통한 실화는 그어떤 실화보다도 재밌습니다. ^^

경찰청 사람들 생각납니다. 어설픈 대사를 하는 형사가 오히려 트레이드 마크였죠.ㅎㅎ

이후에 다른여타 범죄프로들(사건수배머시기, 공개수배머시기등)이 있었지만 경찰청사람들이 단연 레전드이죠.

근데 그 여성분 그상황을 즐긴듯 합니다. ^^;

재밌는 얘기 해주신 잔인한시님~ 감사드립니다. 꾸벅.
1 잔인한시  
경찰청 사람들~~~
하하 당시에 그 노래?가 인기였죠...

그리구 이 대사
우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말씀하신 그 어설픈 대사 어눌하고 버벅거리는 대사...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와요..

이번 편도 재미있으셨다닛 너무 기쁘네요..다행이구요...

요갓따? 일본 영화를 보면 다행이다 할 때 그렇게 말씀들 하시던데..

암튼...다음 편은 엑스트라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것으로 가볼게요...
다음 편을 기대? 해주세용..헤헤
S MacCyber  
잘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