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제는 친중파가 나라를 갖다 바쳐야 하나?

자유게시판

[소설] 이제는 친중파가 나라를 갖다 바쳐야 하나?

1 고운모래 0 6624 0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년 전, 나라의 힘이 약해지고 열강들의 틈에 끼어
"이럴 바엔 차라리 일본과 합치자. (즉, 나라를 일본에다 갖다 바치자. 또는 팔아먹자)"던
한국 사람들 협조 하에 이루어진 한일합방...

이들을 일컬어 후대 사람들은 친일파라 칭하고, 현대 사회에선 반역자 또는 매국노 등등의 포괄적인 나쁜 사람들로 욕하고 싶으면 친일파란 상징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확실히 빨갱이 기질이 있으면서도 빨갱이라 불리어지는 것을 아주 질색하는 사람들은 그 반동으로서 가끔은
"자기들을 빨갱이라 부르는 사람들 = 친미 = 우익 보수 = 늙은이들 = 친일파" 란 이상한 억지 등식을 종종 갖다붙이기도 한다.

각설하고, 100여년 친일파가 앞장 서 나라를 팔아먹듯이 그와 흡사한 상황과 비슷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일합방 100년 이후 이제는 친중파들이 앞장서서 나라를 팔아먹을 운명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어떻게 해볼 수는 없는 역사의 수레바퀴마냥...

지금도 폐쇄적인 북한 사람들은 개방적인 남한 사람들을 친일파 매국노들로 몰아부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친일파이던 친중파이던 정작 그들의 싹을 키운 것은 더불어 살 줄 몰랐던 못난 국가 운영 체제였다. 그 운영의 공통점은 쇄국이었다. 문을 닫아 걸어잠군 쇄국 조선, 쇄국 북한이 그러했다. 쇄국은 그 반작용인 합병 주장이나 생존 매국의 형태를 자연스레 부르게 된다. 작은 나라에서의 매국을 막으려면 쇄국이 아니라 개방을 통한 부국강병을 통한 소강국의 실현이다. 그럴려면 좁은 땅떵이에서 서로 못난 집안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서로 욕하며 질시하고 못잡아먹어 물어뜯고 헐뜯고 그럴 것이 아니라 맵고 작은 고추처럼 똘똘 뭉쳐야 한다. 작지만 부유하고 풍요롭고 자유롭고 강하고 정의가 넘치고 긍정적인 사고와 서로 칭찬하고 밝고 희망이 넘치는 그런 나라... 그리고 타국이라 하여 무조건 혐오하고 으르렁거리고 배척만 하여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타국도 존중하고 자기 편 친구로 끌어들이되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나라에서 매국노가 나오기는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다음은 베스트셀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유명한 김진명 작가의 소설 "흔들리는 공화국"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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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삐삐-.”

뇌압을 나타내던 바늘이 미세하게 떨리는가 싶더니 경고음과 함께 갑자기 밑으로 푹 꺾여 내려가자 부소장의 심장은 삽시간에 오그라들었다. 그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바늘 끝에 시선을 꽂았다. 분명히 바늘은 빨간색의 위험선 한참 아래로 떨어져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뇌파 모니터의 신호 역시 파장이 현저히 줄어든 채 희미한 무늬를 간신히 그려 냈다.

공포를 머금은 그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옆의 심전도 모니터를 거쳐 산소 호흡기로 향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봉화진료소의 최신식 의료 기계들은 한 사람의 불안한 생명 신호를 간신히 포착해 내고 있었다.

핏발이 곤두선 부소장의 눈이 홱 돌아 바로 곁에 서 있는 심장 전문의와 뇌경색 담당의의 얼굴로 옮아갔다. 이제 40을 갓 넘긴 두 전문의의 얼굴은 아예 백지장처럼 하얘져 있었다. 비록 북조선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러시아 유학파 의사들이지만 이들은 넋을 잃고 있었고 시선은 모니터의 신호 위에서 얼어붙은 채 움직일 줄 몰랐다.

“최, 최 선생! 리 선생!”
“부, 부소장님!”

세 사람의 질린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이들의 뒤로 급히 다가선 호위총국 요원이 부소장의 어깨를 잡아챘다. 그는 시퍼렇게 날이 선 독사 같은 눈으로 겁에 질린 부소장을 압도하며 눈앞에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부소장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젓자 이번에는 네 개를 폈다. 이번에도 부소장이 고개를 가로젓자 그는 당황하며 손가락을 하나 더 보탰다. 부소장이 죄수처럼 고개를 끄덕이자 요원은 다섯 개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24시간 내내 켜고 있던 소형 무전기에 대고 숨 가쁜 목소리를 토해냈다.

“소쩍새 다섯! 소쩍새 다섯!! 소쩍새 다섯!!!”
 
다음 날 포토맥강이 유유히 내려다보이는 워싱턴의 국토안보부 비밀 회의실에는 각급 정보기관의 북한 담당 요원들이 심각한 얼굴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8월 상순에만 12차례에 걸쳐 군부대를 방문했던 김정일이 중순부터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그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생긴 걸로 예상하고 있던 참이었다.
“지난밤 한국 오산 기지에서 감청한 북한 호위총국의 음어를 해독한 결과 김정일의 신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어 의료진이 브리핑에 나섰다.

“우리는 그가 8월 14일에서 22일 사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걸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X선 판독 전문가는 30장도 넘는 김정일의 실물 사진과 X선 사진을 일일이 짚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김정일이 노출되는 대로 인공위성을 이용해 그의 X선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처음 그가 쓰러졌을 때는 지병인 당뇨나 심장병으로 의심했지만 X선 사진을 정밀 판독한 결과 그의 뇌에서 미세한 출혈이 감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뇌졸중입니다.”

해군 정보관이 옆의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 부장에게 물었다.
“이제 지도자 동지는 아주 끝난 거군요?”
그러나 그는 희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직 분명치 않아.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지.”
브리핑이 끝나자 대통령 정보 참모는 잔뜩 찌푸린 채 백악관으로 향했다.
“대통령 각하, 북한의 핵 포기는 완전히 물 건너갔습니다.”

참모의 보고에 부시는 무척이나 애석한 듯 주먹을 불끈 쥐며 연신 욕설을 내뱉었다.

“제기랄! 김정일이 쓰러져 버렸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회복될 조짐은 없나?”
“아직 정확한 판단을 하기에는 정보가 모자랍니다. 하지만 핵 포기가 물 건너갔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동석한 매케인의 안보 참모는 김정일의 건강 이상이 왜 핵 포기로 직결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 부시에게 캐물었다.

“이봐, 존. 핵 포기는 김정일의 독단적 결심이었어.”
부시는 아직도 아쉬움을 달래지 못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김정일이 핵 포기를 지시한 건 물질적 지원이나 테러국 해제 같은 것 때문이 아니야. 물론 겉으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먹였지만 본질은 그자의 자기 목숨에 대한 애착 때문이야. 우리는 그가 어디에 숨어도 찾아내 죽일 수 있는 암살 병기들을 개발했지. 무인 비행기에 장착하는 초소형 핵탄두는 그가 아무리 두꺼운 벙커에 들어가 있어도 찾아내 날려 버릴 수 있어. 게다가 우리가 중국과 도출해 낸 타히티 협상이 그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거야.”

“타히티 협상이 뭡니까?”
“우리가 제시한 시한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김정일을 암살하는 거였지.”
“중국이 그런 합의를 해 줬습니까?”
“중국도 북한의 핵 보유를 꺼리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럼 김정일은 결국 자신의 목숨을 염려해 핵 포기를 지시했던 거군요.”
“그렇지. 그래서 김정일이 쓰러지면 핵 포기는 원상회복되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 그가 쓰러지자마자 군부가 핵개발 재개를 밀어붙이고 있는 거야.”
“만약 김정일이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하면 어떤 방법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습니까?”

부시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결국은 북한을 중국의 수중에 넘기고 중국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중지시키는 방법밖에 없어. 미군이 북한에 진주하면 30만 명 이상 죽는다는 보고서가 시중에 돌아다니니까 전쟁은 안 돼. 이제 우리 국민은 전쟁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거든.”

9·9절 행사에 김정일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나오자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원을 비롯한 안보 라인에서 긴급보고를 받았다. 평소 미국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고 있던 그는 취임 직후부터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 이미 부시와 상당히 가까운 관계를 이끌어냈고 한·미 정보 당국은 오랜만에 북한 사태를 두고 진솔한 정보 교환과 의논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통령은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서울로 날아온 후진타오와도 한·중 양국의 앞날에 대한 적극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도발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김정일에게 문제가 생기면 북한 정권이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남한 사회의 여론 분열이었다.

초대형 탈북 사태가 터져 나올 경우 탈북자를 무제한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북한의 혼란을 통일의 기회로 삼아야 할지 외면해야 할지 사사건건 여론은 둘로 나뉘어 정면으로 충돌할 게 명약관화했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북한에 이상 사태가 발생하면 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박근혜를 총리로 내세우고 좌우 격돌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노무현·김대중을 만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한다는 등 아주 꼼꼼한 부분까지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모두의 염려를 자아내는 문제는 따로 있었고 이미 북한 권부 깊숙한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심야의 짙은 어둠을 뚫고 평양을 출발한 벤츠는 무서운 속도로 안주와 정주를 거쳐 신의주 검문소를 통과했다. 행선지의 요소마다 위치한 검문소의 위병들은 안주 군단사령관과 신의주 군단사령관이 직접 내린 구두 명령에 따라 이 번호판도 없는 벤츠를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벤츠는 조·중 국경 사이에 깔린 무거운 어둠을 가르며 압록강 철교를 지나치더니 중국 측의 단둥 검문소도 무시한 채 그대로 내달렸다.
단둥 검문소 역시 평소와 달리 바리케이드가 모두 치워진 채 벤츠를 그대로 통과시켰고 한껏 신경이 곤두서 있던 검문소장은 벤츠가 지나가자 바로 유선을 들어 고조된 목소리로 어디론가 급히 보고를 올렸다.

먼동이 터올 무렵 벤츠는 비로소 그 검은색 자태를 드러내며 랴오닝 군구의 한 부대 안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이미 오래전부터 불을 환히 밝히고 있던 부대장실에는 넓은 이마에 깊숙한 눈매를 가진 한 사람이 긴장된 눈길로 벤츠에서 내려 급한 발길로 걸어 들어오는 주인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문에서부터 방문객을 수행한 부대장은 문을 열고 꼿꼿한 자세로 방 안의 사람에게 경례를 붙이고는 손님을 안내한 후 다시 경례를 붙이고는 돌아서 나갔다. 황색 인민복을 차려입고 방 안에서 기다리던 50대 중국인은 활짝 손을 벌려 압록강을 건너온 북조선 방문객을 맞았다.

“김 동지, 어서 오시오!”
“리, 리커창 동지.”

방문객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려 나왔다. 그는 이 사람 리커창이 꼭두새벽부터 지방의 한 경비부대에서 직접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리커창이 누구인가? 바로 후진타오 심복 중의 심복 아니던가. 현직 정치국 상무위원이며 국무원 부총리인 그는 한때 장쩌민이 천거한 시진핑과 일인자 자리를 놓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였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중국의 현재 지도자는 후진타오였고 그는 후진타오의 분신이었다.

“자, 먼저 위원장 동지의 정확한 상태부터 얘기해 주시오.”
“네. 지도자 동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저께 밤 갑자기 제반 신체계수가 급격히 떨어져 의사들이 달려들어 혈관 확장을 하고 핏줄 속에 돌아다니는 혈전이 있는지 검사하고 있습니다.”

리커창은 잠시 김정일의 상태를 머릿속으로 그려 본 후 부드럽게 물었다.
“의사들은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소?”
“지도자 동지는 이번 9·9절 행사에는 도저히 나가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그 후로는?”

“지금으로선 상황을 점칠 수 없습니다. 다시 순조로운 회복세로 들어설지, 아니면 더 이상 통치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참모들은 국가 비상체제를 운영하고 있소?”
“장성택 동지와 조명록 동지를 비롯한 여러 동지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긴 하지만 외부에는 일절 이상 없는 걸로 시늉하고 있습니다.”

짤막한 보고를 마친 방문객은 고개를 들어 창밖을 한 번 살핀 다음 들고 온 007 가방에서 은밀한 동작으로 하얀 서류 뭉치를 꺼냈다.
“이게 바로 그 문서입니다.”
리커창 역시 조심스럽게 문서를 받아서는 한 장 한 장 넘겼다.

“군과 당과 정부의 최고위 노른자위 간부들이 상당수 서명했습니다만 아직 서명을 주저하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60년을 이어온 정권이니 김정일 사람도 있겠지.”
“그래서 말인데 리커창 동지께서 맨 앞에 직접 사인해 주시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올 겁니다.”
리커창은 과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런데 끝까지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요?”
“이미 지도자 동지가 물러서면 조선은 중국 없이는 견딜 수 없다는 걸 다들 압니다. 하지만 유사시에는 즉각 연락을 칠 테니 군대를 국경 넘어 보내 주십시오.”
“생각해 둔 바가 있소. 미국의 눈이 있으니 우리는 핵 폐기를 구실로 3개 군단을 보낼 거요. 우리 지휘관들에게 핵 관련 정보 일체와 장비 부품 설계도 등을 넘겨 주시오. 원자로도 우리 기술자들이 조치할 거요. 우리가 핵 폐기를 지휘하게 되면 미국은 옆에서 손뼉이나 치고 있을 수밖에 없소.”

방문객은 리커창이 역시 앞을 내다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동지 중에는 조선 경제가 너무 나쁘고 미래도 없어 아예 중국과 합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능한 얘기요. 동북 3성에는 조선족도 많으니까 시간문제요.”
리커창은 어둠을 가르고 넘어온 친중파의 충성 서약 맨 앞장에 사인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평양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중국의 군사적 개입과 북한내 친중파의 득세로 중국에 복속되는 것은 아닐까. 팩션(fact+fiction) 소설의 대가 김진명씨가 '평양..그날 이후' 시나리오를 특유의 현장감 있는 상상력으로 묘사했다.다음은 중앙SUNDAY에 실린 김 씨의 팩션 전문.




호위총국에서 김정일의 상태에 대해서는 함구령을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뇌파·심전도·혈압을 비롯한 제반 신체계수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소문은 당·정·군에 은밀히 퍼져나갔다.
김정일의 가장 굳건한 신임을 받고 있는 매제 장성택은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집으로 불렀다.

“조카님, 마음의 준비는 되셨는가?”
이제 37세의 김정남은 외삼촌의 의미심장한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네. 하지만 정철이 저 새끼가 독사같이 달려드는 통에 어딘지 불안합니다. 어쩌면 내게 임종할 기회도 주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임종이 중요한데 말입니다.”

“호위총국장이 있으니 염려 마.”
“총국장도 총국장이지만 호위총국에는 이제강이가 심어놓은 아이들도 꽤 있으니까 말입니다.”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인 이제강은 김정일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또 한 사람의 심복이었다. 비록 직급은 장성택보다 낮았지만 그는 전국 당·정·군 고위 간부들의 인사권을 한 손에 쥐고 있어 각계에 자신의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는 장성택과 달리 김정남의 열 살 아래 동생 김정철을 후계자로 밀고 있었다.

하지만 장성택은 믿는 바가 있었다. 그에게는 2인자 김영남과 군부의 1인자 조명록이 있었다. 그는 이들 원로를 앞세워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 그리고 김정남으로 이어지는 혈통을 강조해 김정철을 물리칠 생각이었고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김정남을 돌려보낸 그는 이것저것 생각하다 김일철 차수의 집으로 찾아갔다. 김일철 차수는 군부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로 장성택이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 오던 사람이었다. 한번도 집으로 찾아간 적이 없는 자신을 김일철 차수가 몹시 반길 걸로 생각한 그는 현관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큰 소리로 외쳤다.

“김 차수, 여기 백년지기 장성택이가 왔소.”
그러나 그를 반기며 응접실에서 튀어나온 건 김일철 차수가 아닌 박병철 상장이었다.
“여어, 장성택 동지. 동지도 오셨구려. 인민무력부 호걸은 오늘 여기 다 와 있어요. 김 차수는 지금 호위총국장을 설득하고 있어요. 그 양반 약간 버티고 있지만 곧 올 거요.”

응접실로 들어선 그에게 십여 명의 장성이 다투어 손을 내밀며 맞았다. 장성택은 이런 시국에 장성이 너무 많이 모여 있는 게 못마땅해 한마디 내뱉었다.
“신발들은 다 어디 숨기고 이렇게 모여들 있소?”
“하하, 우리 일거수일투족이야 다 작전 아닙니까? 조국과 민족을 위한 작전 말입니다.”

장성들은 모두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소파에 앉자마자 두툼한 서류 뭉치가 내밀어졌다. 장성택의 눈길이 서류 맨 앞장의 리커창이라는 이름에 머물렀다.
“자, 여기 자필로 이름을 쓰고 사인을 해요. 리커창 동지가 누구보다도 장성택 동지를 꼭 집어넣으라고 했어요. 그 양반 역시 사람을 알아본다니까.”
장성택의 목소리가 갑자기 싸늘하게 식었다.

“이게 뭐요?”
“충성 서약이요. 장성택 동지도 이거 사인하러 온 거 아니오?”
“충성 서약? 누구에게?”
장성들은 순간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물론 장성택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실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장성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 함과 동시에 박병철 상장의 손이 번개처럼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으로 올라갔다. 스무 개가 넘는 눈동자가 한꺼번에 박병철 상장의 손과 장성택의 얼굴에 화살처럼 꽂혔다.

“잠깐!”
막 들어오던 김일철 차수가 급히 손을 내저어 권총을 장성택의 목 줄기에 겨누고 선 박병철을 말렸다. 장성택은 김일철을 보자 분노를 토해냈다.
“김 차수, 당신 이럴 수 있소? 조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섰는데 중국에 충성 서약이라니! 일거수일투족이 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 작전이라는 당신들이 이럴 수 있소?”

김일철은 평생 군복을 입고 살아온 사람 같지 않게 차분하게 말했다.
“장 동지, 흥분을 가라앉히고 우리 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이제 겨우 나이 서른일곱 된 김정남이가 조국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이진극이처럼 이제 겨우 스물일곱 된 김정철이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성택은 지도자가 펄펄할 땐 침이 마르도록 아들 칭찬을 늘어놓던 자들이 이제 지도자께 변이 생기니 이렇게 표변할 수 있나 생각하니 슬픈 생각조차 들었다.
“더구나 김정남이는 위조 여권으로 마카오로, 동남아로 노름이나 하며 떠돌던 건달이요, 김정철이는 평양 시내에 소문이 짜하도록 술이나 처먹고 쾌락이나 좇던 파락호가 아니오? 장 동지는 진심으로 이런 아이들이 조국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성택은 순간 움찔했다. 찔리는 데가 있었다.
“지금 북조선은 홀로 설 힘이 없어요. 전쟁을 치를 기름도 없지만 그 전에 병사들이고 인민들이고 먹을 양식이 없어요. 우리는 지금 미국하고의 전쟁이 아니라 굶주림하고 전쟁을 치르고 있어요. 적은 하나도 못 죽이고 우리만 한 번에 몇백 만명씩 죽는 전쟁 말이요.”

“그러나 어떻게 중국에 충성 서약을 한단 말이오?”
“그러면 미국하고 붙나요?”
“남한이 있지 않소? 김정남이를 임시 괴뢰로 세우고 뒤에서 군부하고 집단 지도체제로 가면서 남한과 대폭 관계 개선을 합시다. 우리 민족끼리 통일로 가자고요.”
김일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한 사람은 열정이 없어요. 그들은 절대 통일을 하려 들지 않아요. 그 사람들한테는 돈 있는 재미교포만 동포올시다. 그 사람들 돈하고 통일한다면 환호작약하겠지만 우리 같은 거렁뱅이들은 차라리 없으면 더 편하게 생각할 사람들이오.”
“남한 사람인들 북조선이 이제 중국에 먹히면 다음은 자기 차례가 된다는 걸 왜 모르겠소?”

이때 이미 설득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박병철 상장이 권총으로 장성택의 목덜미를 내리쳐버리자 장성택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때였다. 어디선가 휴대전화가 바쁘게 울어 대자 김일철이 장성택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찍힌 번호를 보다 갑자기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박병철이 그의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을 보고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요?”

김일철이 단말마의 비명처럼 짧은 신음을 터뜨렸다.
“지, 지도자 동지.”
 
김정일은 어느 정도 의식이 회복되자 맨 먼저 장성택을 찾았다. 뒷목이 약간 부었지만 그런대로 회복한 장성택은 담담한 표정으로 김정일의 침상으로 다가가 덥석 손목을 잡았다. 장성택은 벌겋게 달아오른 눈을 부릅뜨고 한마디 한마디 또렷하게 입 밖으로 밀어냈다.

“지도자 동지, 조선인민공화국에 후계자는 없습니다. 김정남이도 김정철이도 후계자가 되어선 안 됩니다. 지도자 동지가 이대로 죽으면 공화국은 중국의 조선족 자치구로 떨어지고 맙니다. 지도자 동지가 서울로 내려가든 평양으로 부르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 전엔 절대 죽으면 안 됩니다. 두 분 다 추스를 수 없는 역사의 과오를 남기고 만단 말입니다.”

- 소설가 김진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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