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이 본 촛불집회
대만인의 눈으로 본 촛불집회
대만은 다른 아시아국가와 마찬가지로 한류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며 한류전문 TV방송 채널이 생길 정도로 그 열기는 실로 대단하다. 한국이 이렇게 아시아의 문화강국으로서의 자리를 자리매김 해 가면서 한국이 여러 방면에서 대만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과거에 비해 무시 못할 정도로 세지고 있다.
그 영향력은 문화 측면에서 그치지 않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정치 경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이는 최근 대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명박현상을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
그 현상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앞서 우선 대만인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균적인 시각이 어떠한지를, 한국인들은 잘 모를 테니 그 이야기부터 하기로 겠다.
높은 수준의 드라마, 뮤직비디오, 대중음악, 온라인게임 제작능력 등으로 인해 대만인들이 한국을 문화컨텐츠 강국으로 인식하는 것이야 더 말할 필요 없을 것이고, 아래 대만기사 하나를 빌려 그 인식을 엿보자면 이렇다.
요약하자면,
과거 국교가 수립되어 있던 때의 관계는 형제의 나라였으나 과일통상 등에서 여러 차례 협약을 어기면서까지 자기 잇속 만을 챙긴 나라, 국교 단교 시 사전통보 하나 없이 단교를 감행해 대만에게 적지 않은 손해를 입힌 나라, 과거 대만의 정부선전물까지 copy할 정도로 대만을 모범 삼아 왔던 나라... 이것이 과거 대만의 한국에 대한 평균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대만이 한국보다 더 잘 살았는데, 중국으로 인해 국제무대에서 존재 위기를 느끼던 대만을 한국은 한 순간에 버렸다고 하는, 그런 대만인들의 한국에 대한 야속한 심정은 한국인들로선 잘 모를 것이다.
그런데 2005년, 한국의 일인당 GNP가 대만을 추월하면서 문화적인면 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한국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인식의 전환이 오게 된다.
1998년 IMF 당시 대만과는 달리 일인당 GNP가 7,400달러까지 추락할 정도로 심한 IMF 금융위기를 겪었음에도 7,8년이란 시간 동안 초고속 성장을 이뤄 이제는 대만을 추월했다는 사실이 대만 정부당국을 포함 각계각층으로 하여금 한국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는 것이다. (대만 경제일보 2006년 4월 6일 기사)
그래서 나는, 내 견식이 짧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이명박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이 “잃어 버린 10년”이라는 말을 하면서 지난 10년간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 1998년(정확히 1997년 말로 기억한다) IMF 위기는 누가 만들었고 그 이후 10년을 누가 살렸다는 것인가. 당시 자료를 살펴 보니 분명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신한국당 정권이 집권했을 때 터졌다고 나와 있다. 내가 알기론 신한국당이 현재의 한나라당 아닌가. 한국은 정당의 이름을 자주 바꾸는 걸로 아는 데 이름을 바꿨다고 해서 기록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문득 갑자기 유명한 한국영화에 나오는 대사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10년 전 나라의 경제근간을 잃어 버렸던 건 누구인지, 그 상태에서 10년 간 고속성장을 이뤄 대만을 추월한 것이 누구인지는 분명한 게 아닌가. 관련 보도 내용을 찾아 보니 IMF 환란이 일어날 때 당시 신한국당의 김영삼대통령은 1997년 11월 10일 홍재형 당시 부총리와의 통화 이전까지 외환위기의 심각성 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나와 있다.
이런 데 어떻게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지난 대선에서 한국인들에게 먹혀 들었는지 외국인인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그렇게 한국이 국치로 생각했던 IMF 환란을 지난 10년간 이겨내고 급속도로 성장한 결과, 대만을 추월했고 이런 한국의 성적표는 대만인들에게 “한국은 대만을 앞질렀다”, “한국은 대단한 나라다”라는 인식을 심어 주게 되었다.
또한 거기에 더해 최근 매일 TV나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대장금이나 비 등 인기 문화컨텐츠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미 대만을 상당히 초월한 강국이 되었다는 인상을 지난 몇 년간 대만인들에게 주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이러한 한류라는 코드는 2007년 총선과 2008년 대선 때 대만정치의 도구로 사용 되기에 이르렀다. 그간 한국이 이뤄낸 성적표를 보여주며 “우리도 배우자”는 소리로 널리 정치화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한국이 앞서게 된 GNP 등 수치상의 발전으로만 한국이 대만보다 훨씬 좋다고만은 할 수 없지 않느냐는 평들도 대만에서 있었다. (실제로 구매능력 PPP를 토대로 산출해낸 GDP볼 때 물가가 한국보다 낮은 대만의 생활수준은 결코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문화, 경제면에서 한국이 이뤄낸 보기 좋은 모습은 분명 대만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에 충분 했던 것이다. 이런 편의를 업고 8년 전 정권을 내줬던 대만의 국민당은 경제발전 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한국의 발전”을 모델 삼아 당시 이명박대통령의 747공약을 벤치마킹 해, <633비젼>을 외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지난 대선, 대만에서는 이명박대통령의 747공약을 모방한 633비전을 내세운 전략은 먹혀 들어갔고 마잉주는 최고지도자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대만에선 바로 그 이명박대통령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만언론에서는 최근 이명박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쇠고기 졸속협상으로 인한 촛불시회 등 이명박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연일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자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벤치마킹을 했던, 마잉주 정부가 이제 취임한지 보름 만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집권 100일이지만 대만의 마잉주 정권은 이제 집권한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자신들이 벤치마킹 했던 바로 그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정국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당인 국민당은 이명박대통령과 마잉주총통이 병론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고 야당인 민진당은 한국의 이명박대통령을 오히려 고마워(?)하며 이 참에 여러 문제거리를 찾아 다니며 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
야당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대통령을 벤치마킹 했던 집권여당을 공격하고, 여당이 이제는 이명박대통령 버리기를 하려고 하는 내용은 다른 언론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제 2의 이명박을 천명했다는 자체가 이미 이명박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인정이었다고 하면서 그런데 지금 이명박대통령이 저렇게 못하고 있는 데 제2의 이명박이 그것보다 잘하겠느냐고 비꼬는 기사인 것이다.
이에 대해 우위성 국민당부서기장은 마잉주는 일할 때 신중하고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며 선거운동기간에는 long stay(장기간 전국 곳곳을 돌며 치룬 유세)도 해내서 기초층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도 아주 깊게 이해하고 있으니 마잉주 취임 100일째 되는 날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후처를 밟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만 정치인들이 이제는 하나같이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될까 봐 이명박버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발전모델을 벤치마킹 할 거였다면 국민당은 이번에 커다란 실수를 했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 했던 반면 그동안 대만은 그 잃어버린 10년을 기적의 10년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작 대만이 벤치마킹 했어야 하는 것은 오히려 그 잃어버렸다고 하는 10년 동안의 정책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선거를 코 앞에 둔 대만 정치인들에게 이명박대통령의“CEO치국”과 “747공약”이란 구호들이 인기상품의 광고 슬로건처럼 입에 척척 달라 붙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구호를 벤치마킹 했던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고 최근의 촛불집회를 매일 지켜보는 대만인으로서 내가 보기에는, IMF 환란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 성과를 배울 거였다면, 대만 정치인들은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았더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대만 정치인의 실수는 이제는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만 일반인들에게는 최근까지 경제와 문화 모든 면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것처럼 보였던 한국이라는 국가이미지까지 훼손될 수 있을 판이 된 것이다. 대만 정치인들이 매일 한국을 부정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직설하자면, 이제 한류는 멋지기만 한 것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오히려 한국의 성공은 경계해야 하는 것이 되어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것은 이제 더 연구해 보고 결정해야 하고 콩으로 매주를 썼다 하면 그 콩이 진짜 콩인지도 분석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라 정말 내 주변의 대만인들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명박대통령 100일만에 평균적인 대만인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다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 현재 살고 있는 대만인 입장에서 이번 시국을 봤을 때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처 방식(아니 수단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 친구들은 그걸 꼼수라고 하더라)은 믿음이 가질 않았다.
쇠고기협상의 진행 일정을 보면 중고등학생들이 봐도 강대국에게 바치는 아부성 선물이 아니였냐고 의심이 가는 정도인데 그래서 한국 국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건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와 전화 통화만 하고 있는 모습이, 외국 국적인 나에게는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꼭 무슨 조공을 바치고 인준허가를 받는 종속국 지방정부의 대표 정도로 보인다.
대만도 당연히 정부를 향해 대규모 시위를 하고 대화를 요구할 때가 있다. 하지만 대만 정치인들은 절대 이런 식으로 숨어 있지 않는다. 이등휘 전 총통 재임 당시 대만의 첫 학생운동인 타이베이 학생운동이 있었다. 이때 과격한 폭력진압으로 시민들이 분노해 광장으로 모여 들자 시민단체의 대표들을 한국의 청와대 격인 총통부로 불러서 대화를 시도 하고 이들의 의견을 수용한 적이 있었다.
한국인들이 왜 청와대로 가려고 하는지 외국인인 내가 봐도 백 번 이해가 가고 청와대 바로 옆 동네에 살고 있는 나로서도 그 소리가 매일 내 귀에 직접 들리는 데 아직까지도 청와대 안에서 요지부동인 대통령을 보고 있자니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외국인이 내가 봐도 지금의 전면개방과 이전 정부의 제한적 개방은 본질부터가 다른 것인데 계속해서 이전 정부의 책임론을 주장 하는 것 또한 한국인들의 분노를 가중케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야당 정치인들의 행동도 이해가 안 간다. 4년 전 대선 투표 후 국민들이 대만 총통부 앞까지 당선 무효를 외치며 철야농성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대만 정치인들이 앞장 서 총통부 앞의 국민들에게, 일단 물러나서 안정을 되찾고 허가된 장소로 이동하자고 안내방송까지 했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적법한 장소에서 소리를 내게끔 하고 더 나은 대화방법을 모색해 주는 것이 정치인들이 할 일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 한국의 촛불집회에서는 야당 정치인들이 배후로 의심 받을 까봐서 나서지 못한다고 들었다. 배후로 지목되는 것이 무서워서 할 일을 못한다는 것인가. 배후로 지목되면 오히려 이렇게 많은 국민들을 설득해서 나오게 할 수 있게 했으니 정치인으로서 자랑스러운 거 아닌가. 상대편이 배후로 지목할까 봐 걱정스러워 가만히 있는다는 한국의 야당 정치인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정치인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집회를 열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외국인인 내 입장에서 보기에도 백 번 이해가 갈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인 중에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제가 속았습니다. 국민들도 속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대만인으로서 이 말 뒤에 한 마디를 더 붙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라고.
아무쪼록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환한 햇빛이 하루빨리 비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에 남녀노소 모두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한 쇠고기만 들여 왔음 하는 바람, 간절 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물대포 사용과 같은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온수"라고 외치며 유머로 응수하는 놀라운 한국 국민들의 지혜에 대해서 대만 사람들에게, 힘 닿는 데까지 널리 알릴 것을 약속드린다.
관련 기사
Love and peace, 딴지일보 독자 TWinK Shawn |
그리고 지금 대만이 무섭게 추격 중이란 것을 모르시나요? 왜 그렇게 됐습니까?
지난 십년 간은 유례없는 전세계적 호황이었습니다. 그 십년간...
잘하는 것까지는 안바래도, 발목잡지 말고 훼방만 놓지 않았더라도, 중간만 하였더라도
지금쯤 대만 정도는 아예 추격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벌써 따돌려 놨을 겁니다.
산이 있으면 골이 있고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법... 경기에도 주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제 화창했던 10년의 나날들은 끝났고 우중충한 장마의 긴 터널입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을 대비하여 화창한 날 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잘했어야 되는 겁니다. 자원도 하나 없는 나라에서 먹고 좀 살만하니까 우쭐해져서 그간 날씨 좋다고 흥청망청하였으니 벌어야 할 때 제대로 벌 기회를 다 날린 댓가는 비오는 날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거죠. 제 말이 틀리는가 앞으로 지켜보셔요.
하여간에 그 말(잃어버린 십년)의 의미를 알 리가 없는 대만인들야 그렇다 치지만, 정신차려야 할 우리들마저 그 말에 "맞어 맞어" 하며 동조를 한다는 것은 반성의 여지도 없고 발전도 있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집안 사람 말은 못믿고 너무 외국 사람들 말만 믿고 싶은 마음을 극복하려면 그들의 말을 좀 더 꿰뚫는 힘도 필요합니다.
질투란 인간의 나무랄 수 없는 속성입니다. 대만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기업만 없었으면 벌써 망했을 나라 한국... 그들은 이런 개판 속에서도 자기들을 따돌릴 수 있는 삼성같은 한국기업들을 가진 한국을 질시하고 부러워 하는 것이지 한국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들에겐 너무도 약오르는 일이지요. 만약 삼성이나 LG 현대등이 없었으면 여러분이 바깥에 나가 대접이나 제대로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한류의 국위 선양 마찬가지입니다. 우린 이럴수록 감언이설, 사탕발림에 자아도취되어 우쭐대지 말고 정신들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온 나라가 굶어죽거나 빌어먹게 되면 한국 사람들 아무도 안 알아줍니다. 동정을 해줄지는 몰라도...
한국의 반기업 정서... 외국의 누구나 알아줄 정도로 유명합니다. 집안에서는 가장 미움을 받고 홀대받는 자식이 바깥에서 보기엔 가장 효자인 그런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정치를 잘해서 오늘날 대만을 능가했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 흥청망청 나눠먹기 잘해서 오늘날의 풍요를 만끽하고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정말 다시 한번 생각들을 해보셔야 합니다. 잘못된 정치의 후유증은 몇년 몇개월의 후행입니다. 그 후유증이 어떤 것인가는 앞으로 두고 두고 겪으실 것이고... 오늘 당장도 이렇게 그 후유증을 겪고 있으심을 아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