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감독의 항변]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재미있어 퍼옵니다
영화를 찍다가 두 번 울었다. 미국 관객들은 <와호장룡>, 성룡 주연의 영화, 이소룡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게이샤의 추억> <포켓몬스터> 같은 영화들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모습을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묘사하는 한국인의 모습은 돈 밖에 모르는 ‘어글리 코리언’에서 그친다. 그런 미국에서 ‘코리안 레전드’를 설명하는 장면을 골동품 점에서 찍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 모니터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한 번은 영화 촬영장에서 한국말을 잘 못하는 14살짜리 교포가 “아저씨, 파이팅! 미국인 친구들 데리고 보러 갈게요” 라고 했다. 얼마나 한국의 영화가 간절했으면 그랬을까 생각이 드니 가슴이 찡했다.
스토리가 지나치게 압축된 부분이 있는데요?
미국 쪽에서 영화를 한 시간 반으로 맞추어 달라고 한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디 워>는 가족이 다 같이 보는 영화다. 할리우드에서 만든 <스파이더맨>이나 <트랜스포머>를 봐도 스토리가 그렇게 탄탄한 것은 아니다. 나 같은 경우 <킹콩>을 보는 데 한 시간 반이 지나도록 킹콩이 나오지 않아 상영관을 잘못 들어온 줄 알고 다른 관으로 간 적이 있다.(웃음) 이념, 국적, 사상,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과 악의 시나리오로 간단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만일 <디 워>를 스릴러물처럼 스토리를 꼬아서 만들었다면 100전 100패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영화여야 한다. 왜 내가 만든 영화에만 비판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에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디 워>에는 CG가 3800 컷이 들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너그럽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개인적 소회를 밝히는 장면이 있는데 개봉할 때도 그 영상을 넣나요?
이 영화를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했다면 난리가 났을 거다. 옛날 <우뢰매> 때 부터 빨간 망토 두르고 뛰어다녀서 그런지 심형래가 한다고 하면 40~50%은 깎고 들어간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개인적 소회를 밝히는 장면은 내가 올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쇼박스 대표의 뜻이다. 외국에서는 아니고 한국에서만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