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써본 잡글 - '어느 여가수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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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써본 잡글 - '어느 여가수의 비극'

1 LiTaNia 2 3847 1
그냥 미친 글 하나 써봤습니다.

어느 여가수의 비극

http://blog.naver.com/litania

** 이 글에 나오는 모든 인명, 단체명 등의 고유명사는 픽션으로, 실제 고유명사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종 차트를 휩쓰는 3인조 여성 그룹이 있었다.

그 그룹의 이름은 '프레이아'

데뷔했을 때부터 '노래를 잘 하는 그룹'이라는 칭찬을 들었던 그룹이었다.

"역시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야 해"
"허접하게 섹시컨셉으로 승부하는 댄스그룹보다 훨씬 낫다"
"노래 좋아요 누나들"
"프레이아 파이팅"
"외모 노래 뮤직비디오 이 3박자를 다 갖춘 그룹이다"

물론 이들의 노래만 좋다는 평을 듣는게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인기 연예인들을 데려다가 스케일을 엄청 크게 찍어놔서 뮤직비디오 또한 사랑받고 있다.

프레이아의 멤버는 리드보컬 '윤지영' 그리고 서브보컬 '안혜련' '조윤경' 이렇게 3명이 있다. 혜련과 윤경은 지영보다 1살이 적다. 이들은 막 2집 활동을 끝냈다.

"언니! 이번 앨범도 대박났어"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많이 들어주니까 좋아"
"멜롱, 쥬스온 등에도 우리 노래가 1위로 올라왔어"

혜련과 윤경은 기뻐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지영도 겉으로는 웃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지영의 표정에는 그림자가 가득했다.

'아냐.. 내가 하고 싶은건 이런 노래가 아닌데.'

지영은 컴퓨터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유료 MP3 사이트 '멜롱'에서 자신의 그룹 '프레이아' 노래에 달린 평을 보았다.

'애절하고 좋아요'
'국민가수로서 손색이 없어요'
'감정이입이 잘 되어요'
'노래방가서 프레이아 언니들 노래 꼭 부를께요'

그리고 그런 칭찬평 중간중간에 숨어있는..

'또 똑같은 노래다'
'이제 지겹다'

라는 글들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프레이아가 하는 노래 스타일은 '미디엄 템포 발라드'이다. 인기 그룹 'GS와나비'가 이런 노래로 히트를 친 뒤로, 상당수의 가수들이 이 장르로 나가고 있다. 이른바 '소몰이'로 불리는 흐느끼는 창법에.. 전혀 밝지 않은 슬픈 멜로디에 이별얘기 가사.

그래서 대다수의 한국사람들은 감정이입이 잘 된다고 좋다고 하지만.. 문제는 이런 노래들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노래들은 여전히 롱런을 하고 있다. '프레이아'도 이런 노래를 하는 그룹으로서, 인기를 많이 끌긴 했지만 프레이아의 리드보컬 지영은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지가 않았다.

"이런 노래.. 내가 부르고 싶어서 부르는게 아닌데."

지영도 엄연히 소속사에 소속된 가수로서, 소속사에서 주는 노래를 그냥 어쩔 수 없이 받아먹을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요새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그런 말을 몇년째 반복하며.

그리고, 한 선배가수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대한민국의 음악을 포함한 문화계가 오래지 않아서 다 죽는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애들을 이런식으로 교육하면 싹도 안날 것 같다. 그래서 망할 것이다. 즐겁게"
"음악계의 상품논리는 이런식으로 해서 지금도 물론 망해가고 있지만, 한번 쫄딱 망하고 시간이 한참 흘러서 땅이 다 썩은 다음에 싹들이 하나둘 날 것 같다. 저희는 그때까지 계속하고 싶은 희망이 있다"

딱 프레이아의 모습이었다.

트렌드라고 하지만, 몇 년째 그대로 끌고가는 스타일.. 지영 또한 그런 글을 보면서 속앓이를 많이 했다.

지영은 그런 한 편, '프레이아'로서의 이름이 아닌, 지영 혼자서 다른 뮤지션들의 노래 작업을 도와줬다.

힙합뮤지션 '에픽로우'의 타이틀곡에도 참여했고..
인기 온라인 리듬게임 'DJ 맥시멈'에도 참여해서 노래를 불렀고..
전자음악 뮤지션 '캐스터'의 앨범 작업에도 참여해서 노래를 도와줬다.

그리고 지영이 '프레이아'가 아닌 개인으로서 타 뮤지션의 곡을 도와줬을 때, 그 노래들를 들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이거 정말 '프레이아'의 지영 맞아요?'
'지영누나 이런 모습일 줄이야'
'지영누나 정말 '프레이아'에 있기에는 안타깝다'

그렇다. '프레이아'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지영이 부르고 싶었던 창법으로 불렀었언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프레이아의 소속사 사장은 프레이아 멤버인 지영, 혜련, 윤경을 부른 뒤에, 새로운 노래 MR(목소리가 들어있지 않고 반주만 있는 것)을 틀어줬다.

"이것이 이번에 새로 낼 디지털 싱글이니까, 열심히 불러. 조용수씨한테 특별히 프레이아한테 줄 거니까 잘 부탁해달라고 했으니까."

조용수는 미디엄템포를 전문으로 작곡하는 작곡가다. GS와나비를 시작으로 조용수가 작곡한 곡들은 언제나 그 노래가 그 노래였다. 그리고 이번에 프레이아의 디지털 싱글이라고 들려준 노래 역시 미디엄템포였다.

또다시 '똑같은 노래만 부르지'라는 악플을 들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나... 아무리 이 소속사에 있다지만, 정말 이런 것들을 계속 불러야 해?'

지영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다른 멤버인 혜련과 윤경에게는 말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얼마 후에 멜롱, 쥬스온 등의 유료 MP3 사이트에는

'프레이아의 디지털 싱글 곧 출시예정'

이라는 문구가 뜨고, 홍보용 문구로

'새 노래는 이전 곡들과는 차별화된 미디엄템포로, 프레이아만의 색깔은 여전하지만 다른 보컬그룹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히트 제조기' 작곡가 조용수씨가 작곡한 애절한 멜로디로..'

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보다 못한 지영은, 컴퓨터를 켜서 프레이아의 팬카페로 들어갔다.

"지영언니, 뭐해?"
"혜련아, 윤경아, 잠깐 좀 나가있어봐. 언니 좀 심각해."

혜련과 윤경이 방 밖으로 나간 뒤에, 지영은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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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과 함께하는 프레이아의 리드보컬 윤지영입니다.

디지털싱글이 이제 내일이면 나오는데요, 제 솔직한 심정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사실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판에 박힌 미디엄템포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소속사에서 미디엄템포만 주고 '이런 노래를 불러야 뜬다'라고 해서 부른 거였어요.

물론 덕분에 여러분들같은 팬이 생겼구요.

하지만, 맨날 똑같은 노래만 부른다는 욕을 먹을때마다, 가슴이 아팠어요.

제 자신도.. 이 '미디엄 템포'에 질렸구요.

제가 에픽로우, 캐스터, DJ맥시멈 등에 참여한 것도 제가 정말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참여한 것이었어요.

판에 박힌 '미디엄 템포'가 아니라요..

팬 여러분, 죄송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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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있는 도중, 소속사 사장이 들어왔다.

"지영아, 뭐해?"
"사장님,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영은 급히 마우스 버튼을 클릭했다. 모니터에는 지영이 쓰다 만 글이 올라와있었고,

"윤지영, 너 정신이 있는거야? 프레이아로 활동하기 싫은 거지?"

그러나 지영의 표정은 단호했다.
지영이 프레이아로서 계속 불러왔지만, 지영 자신도 질려했던 미디엄템포 곡을 또다시 디지털싱글이란답시고 줬으니 지영의 기분이 좋을 리가 있는가.

"혜련이와 윤경이한테 미안하지만, 저 이런 노래 부르고 싶지 않아요!"
"이번에 GS와나비와의 조인트 프로젝트도 준비했는데, 너 때문에 다 말아먹자는거야?"
"도대체 왜 이 질리는 노래를 계속 불러야 하죠?"
"이것이!"

결국 소속사 사장은 지영에게 손찌검을 날렸던 것이다.

"꺄악!"

지영의 비명으로, 혜련과 윤경이 소리를 들었지만, 이미 지영이 있는 방은 잠겨버렸다.

"언니, 무슨일인데 문이 잠겨있어?"

그러나 그 소리는 지영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돈을 벌어봐야 저희한테는 얼마 있지도 않고, 다 이 소속사 돌아가는 돈으로만 나가잖아요."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이런 실랑이가 계속 되자, 지영은 결국 소속사를 뛰쳐나가버렸다.

"이런 곳 따위, 이제 있고 싶지도 않아요!"

소속사 사장은, 떠나가는 지영을 붙잡지는 않았다.

'그래, 나가보라지. 나중에 계약 위반으로 소송걸어서 돈은 다 챙기면 되고, 새로 오디션 본 신인들은 많으니까, 그 신인으로 프레이아를 채우면 되고, 여기서 나가면 돈도 없고 활동할 곳도 없는데 누가 받아줘?'

그리고, 사장은 지영이 프레이아 팬카페에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아직 지영의 아이디로 로그인 된 상태였기 때문에 삭제는 쉬웠다.

얼마 안 있어서 프레이아 팬카페에는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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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엔넷미디어입니다.

프레이아의 리드보컬 윤지영이 멤버와의 불화로 그룹을 탈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지영은 연락이 완전히 끊겨있는 상태라서 연락이 불가능합니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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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결국 프레이아의 새 디지털 싱글은 발표가 되었다. 지영이 '프레이아'라는 이름으로 마지막으로 노래를 불렀던.. 그러나,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기에 목소리가 더 슬퍼 보였던..

당연하겠지만 프레이아를 좋아하는 기존 팬들은 여전히 노래를 좋아했고, 온라인 MP3사이트에서 인기순위가 단순에 급상승했다.

하지만, 떠나간 지영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더이상 있을 곳이 없는 것이었다. 이메일과 휴대폰을 소속사에서 관리해서 아는 뮤지션들과의 연락도 끊겨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프레이아에는 발빠르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새 멤버 '박은지'가 들어왔다. 은지는 지영의 뒤를 보란 듯이 잇겠다는듯이 각종 음악 프로에서 지영의 파트를 아무 문제 없이 소화해냈다.

혜련과 윤경은 새 멤버 은지랑은 아무래도 호흡이 맞지 않는 것 같아보였다. 역시 오랫동안 같이 활동했던 지영이 떠나가서인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은지의 창법은 프레이아 소속사 엔넷미디어에서 원했던 것이었고, 혜련과 윤경도 은지랑 호흡이 맞아가서, 결국, 떠나간 지영만 비참하게 되었고, '프레이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잘 돌아가고 있었다.

DJ맥시멈의 음악 프로듀서 Ferte Escope는 지영의 연락처로 연락을 해 봤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지영이 얘 연락두절되었다더니, 정말이네.."

휴대폰을 소속사가 관리해서 지영이 연락이 안되었던 것일뿐이었다.

지영은, 그 뒤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로... 더 이상의 가수활동을 하지 못했다.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왜 부르지 못하게 하는 걸까.."

- THE END -

네. 요새 너무 그 노래가 그 노래같은 가수들이 많아서, 그 가수들이 어쩌면 자기가 원하지 않았는데 소속사에서 부르라고 시켜서 부를 수밖에 없는게 아닌가 하고, 상황을 가상해서 적어봤습니다. 그런데 역시 제 필력이 딸려서 제대로는 쓰지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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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룰루 ~  
  액자 소설 느낌이군요.<BR>조금더 상상의 나래를 펴서 종종 올려주세요 ~<BR><BR>옛날 하이텔이나 나우에 올라오는 '이우혁'님이나 '이영도'님의 글을 너무 재미나게 읽고, 소설로 출판되기를 기다렸었는데...<BR>여기 게시판에도 소설가하나 탄생하는 ^^;
4 Sunny~☆  
  와.. 이걸 직접 쓰신 거군요.. 전 숨겨진 비화?? 이런 걸 쓰신 줄 알았어요.
그래서 누구지 누구지 계속 그러면서 봤네요..
프레이야는 씨야 같은데.. 씨야 멤버를 잘 몰라서..
에픽 하이에 피쳐링한 인지도 있는 여가수는 호란이랑 지선밖에 없는 것 같고..
그래서 한참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러고 있었습니다. ㅎㅎㅎ
여하튼 재밌게 잘 봤어요~ 필력도 좋으신 걸요~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