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토요일, 노래 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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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토요일, 노래 한 곡

1 ROCK 0 4941 3
봉우리
김 민 기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르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봤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남진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것은 아무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 숨 잘텐데...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 마루였을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테니까 말이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 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올때는...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에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야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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