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 국산 애니 설 자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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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국산 애니 설 자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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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는데…. 우리다운 것으로 세계에서, 국내에서 성공할 수는 없는 건가요?" (슬픈영화)

"이 영화가 빛을 못 보고 입소문을 탈 겨를도 없이 상영 1주일 만에 극장에서 하나 둘씩 간판이 내려가는 모습을 봐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 적어도 2주일만이라도 걸린다면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더 늘 수 있을텐데!"(라인하르트)

조기 종영 위기에 처한 국산애니메이션 '오세암'을 안타까워 하는 네티즌들이 많다. 고 정채봉 선생의 동화를 토대로 한 '오세암'은 엄마가 보고 싶은 다섯살 길손이와 누나 감이의 애틋한 감정을 그린 작품. 기존 국산 작품에 비해 진일보한 색감과 영상미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산 애니메이션은 흥행이 안될 것이라는 선입견과, 대작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싸움에 밀려 극장에서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 1일 개봉한 '오세암'은 개봉 첫 주 서울에서 16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이는 '살인의 추억'(61개)과 '엑스맨2'(37개)에 비하면 아주 적은 것이다. 게다가 상영관 중 대다수가 1,2,3회만 상영하거나 대작 영화와 교차 상영(1,3,5회)을 해 일과 후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첫 단체관람 영화로 '오세암'을 선정했던 청와대 영화동호회가 오후에 이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놀라 제작사에 문의를 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 성적은 관객수 6만1천명으로 성공적이었다. 이는 지난해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마리이야기'개봉 당시의 5만4천4백명보다 많은 수준. 여기에 문화관광부 추천영화로 지정돼 각급 학교에서 막 단체 관람에 나서려는 시점에 정작 개봉관이 없어질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제작사인 마고21의 허준영 홍보팀장은 "시사회 후 '재미있다'는 반응이 95%를 기록했고 국내 최대 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 전체영화별점 순위도 '살인의 추억'과 1,2위를 다툰다"며 제대로 평가를 받을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을 안타까워 한다.

이와 관련, 오세암홈페이지(www.anioseam.com)와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세암 서포터즈'동호회가 결성되는 등 오세암 보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고3이라는 김정윤씨는 "말로만 기획력이 어쩌네, 퀄리티가 떨어지네 하지 말고 한번 봐주는 아주 작은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와.라.나.고(와이키키 브라더스.라이방.나비.고양이를 부탁해)'라는, 한국영화 사랑 캠페인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고개 숙인 길손이의 모습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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