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부는 자동 인간성격 변환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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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부는 자동 인간성격 변환장치

G ROCK 1 7302 4
1. PC와의 만남, 그리고 컴맹 탈출

전 성격이 몹시 급한 편입니다.
물건 하나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무조건 그 날 해가 지기 전에 마련을 해야합니다.
여러가지로 알아보고 인터넷 쇼핑몰 뒤져보면 휠씬 싼 것도 구할 수 있건만,
이 성격 덕분에 더 비싼 값에 더 안 좋은 물건을 당일에 구입하곤 합니다.
공시디도 그런 식으로 비싸게 주고 사지요...-.- (이제는 남은 양을 체크해서 미리미리 쇼핑몰에 신청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무튼 이 급한 성격 때문에 여러가지로 손해본 것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입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였지요.
성격도 급한 사람이, 더구나 언변도 날카로와서...
상대방의 의도를 제대로 생각도 안해보고 내 생각대로 마구마구 퍼부어대곤 했습니다.
그러니 이런 성격과 오래 버티는 사람,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래서 제 "친구사귀기" 의 첫번째 수칙은 "양보다 질, 한 번 친구는 죽어서도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 친구도 변변하게 없지만....-.- (아..갑자기 서글퍼진다...)
서론을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요즘들어 제 성격이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을 느끼고는
'참 신기하다...'
라고 생각하고 있기때문입니다. 대관절 어떤 일이 있었길래 부모형제도 못 말리는 이 성격이 조금씩 변모해가고 있을까요?

전 1996년까지는 완전한 컴맹이었습니다.
파워스위치 잘못 누르면 PC 터지는 줄 알고 살았죠...(사실 잘못누르면 하드 날라가긴 하지만...)
그러다가 중견기업의 생산관리직으로 취업을 한 다음에 처음으로 "보석글"과 "한글"을 배웠습니다.
열 아홉먹은 견습 여직원에게 갖은 모욕과 조롱(?)을 참아가면서 말이죠...
그러고나니 군대시절 사용했던 타자기는 이제 세상에서 사라질 때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사실 이미 그 시절에 사라지고 없었지만)
선그리기, 글꼴 바꾸기, 표만들기, 결재란 만들기 등등...
타자기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각종 첨단 기능으로 아름다운(?) 서류만드는 재미에 도취해서...
한동안 회사 사무실에서 밥도 안 먹고 워드 작업만 하곤 했었습니다.
그 시기를 넘기고 나니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숫자가 많이 들어가는 보고서를 만들곤 할 때...
도무지 계산기로 두드려 가면 백만 단위, 천만 단위의 소수점 까지 계산하려니 종종 틀리기 일쑤였죠.
"아....표를 만들어서 자동으로 계산까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미 그런 기능이 탑재된 툴이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엑셀"이었죠....
으허...그 엑셀이 만들어낸 엄청난 양의 데이터 문서를 만나는 순간...
전 몸이 얼어 붙는 줄 알았습니다....더구나 데이터를 이용해서 그려낸 그 그래프들....그리고 데이터 비교분석 자료들....
전 그 날 부터 엑셀 3.1을 죽어라 공부했습니다.

셀 함수, 매크로 함수, 데이터 어세스 까지 어느 정도 엑셀 기능에 통달이 되고 나니....
회사에서 나름대로 PC를 가장 잘 이용하는 직원으로 인정도 받게 되더군요.....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무튼 각종 사무용 툴을 섭렵하면서 컴퓨터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열 아홉 먹은 견습 여직원에게 각종 모욕과 조롱을 섞어 가며 엑셀을 가르치기도 했었으니까요..ㅎㅎㅎ
그 때 PC에 관한 제 철학 가운데 하나가 "조금만 파고들면 참 쉽다..." 였습니다.
사실 그 정도의 진도까지는 그랬으니까요...누구나 설명서만 읽어보고, 또 실전에 응용해보면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정도였으니...

2. 인터넷을 알고 나서

컴맹을 탈출했다고 자부심을 갖게되고 거드름을 피울 무렵,
후배 직원이 근무시간에 PC 앞에 앉아 혼자 킥킥 거리는 것을 발견하게되었습니다.
"뭐가 저렇게 즐거울까...,PC 앞에서 저렇게 웃을 일이 뭘까?"
호기심이 생긴 저는 몰래 그 후배의 뒤로 다가가서 훔쳐보기를 시작했습니다.
후배는 말로만 듣던 "채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천리안 채터로 기억되는데....
거참...되게 신기하더군요..
후배를 윽박질러서 PC 통신 접속 방법과 아이디 만드는 법을 배우고 나서, 다시 저의 귀가 시간은
늦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왜 PC견적서에 56K 모뎀이 필수로 들어가는지...왜 "접속" 영화가 히트인지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고 재미있더군요.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느끼고, 공유하는 그 기분과 느낌....
기껏 사무용품으로 PC를 사용하던 저는 전혀 다른 "통신세계"를 만나면서 서서히 인터넷에 중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채팅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건 배울 엄두도 못냈고....그저 관심있는 사이트를 뒤적거리고...남자이다보니, 음흉한...ㅎㅎㅎ 사이트 뒤지기도 하고.....아무튼 채팅 하는 시간이 가장 많았고, 채팅을 통해서 여자분들 몇 명 만나보기도 했습니다.(영화 접속은 그저 영화일 뿐이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지역방에서 한참 영화이야기로 수다를 떨던 저는 그 방의 방장님이 운영하는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다음넷에서 서비스를 막 시작했던 "다음카페"였습니다. 회사에서 만든 사이트가 아닌, 개인이 만들어서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더군요....여러 게시판에 제가 좋아할 만한 글과 자료가 많았고 인정 넘치는 분위기였습니다. (요즘 다음카페가 마치 사회악의 온상처럼 여겨지고 있는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성질 급한 제가, 그렇게 좋은 장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가만 있었겠습니까?..
새벽까지 카페 만들기 메뉴얼을 뒤적거려서 다음 날 제 관심분야에 맞는 카페를 만들었죠...
아마도 그 순간이....조금이나마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려는 노력의 첫 걸음이었다고 느껴집니다.
여기저기 다른 카페 뒤적거리면서 예쁘게 꾸며진 카페 디자인을 보고...또 신기하게도 흘러나오는 음악과 동영상을 보면서 전 html 태그를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휴~ 여기까지 너무나 긴 글이 되어버렸군요...
사실 잡담으로 간다하게 몇자 적어보려 한 것이었는데....아마 여기까지 읽지 않고 창 닫는 분들도 많으실 듯.....^^;...
결론은 이렇습니다.
"인터넷은 사람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
단, 몰입해서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할 때에 그렇단겁니다.
다음카페를 만들고 웹디자인의 기초를 배우게 되면서....
성격이 급한 사람은 절대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요즘 통용되는 거의 모든 툴은 MS 윈도우의 사양에 맞춰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당연히 사용자의 PC 사양과 선택모드를 잘 알아야 툴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되어있고, 또 궁합이 맞지 않는 툴은 시스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도 많죠...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먼저 알고 넘어가야 하는데....전 처음에 그렇지 못했습니다.
특히 응용프로그램 실행 설정부분에서 간단한 몇 가지 옵션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열받아 펄펄 뛴 적이 아주 많았습니다. (열받아서 PC 때리다가 애꿏은 쿨러만 몇개 날렸다는...)
제가 최근에야 배우게 된, 정말 뼈저리게 느끼는 진리이며 노하우 한가지 공개하지요...
"기계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사실 이 말은 전에 제 친구의 여친이 자기 얼굴 사진 보면서 사진이 잘 못 나왔다고 우기자 제 친구넘이 위트있게 던진 말....정말 명답이죠?....ㅎㅎ)
정말로 기계는 거짓말을 안합니다.
"뭔가 만들어 보려고 씨름 중인데, 잘 안된다...중간과정을 제대로 다 하고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도 안된다.  내 컴이 맛이 간 것 같다... 열 받는다....그래도 또 해보자....또 안된다...에라이~ 고물컴아...또 해보자..또...또....포기다...안한다...이거 안해도 사는데 아무 지장없다..."
저처럼 성격급한 사람이 겪게 되는 단계입니다.
결국 실패에 이르는 저 악순환은, 그러나 애석하게도 중간과정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기때문에 발생한 일이건만....
'나는 다 잘 했는데...컴이 말을 않듣는다. 빌 게이츠가 나쁜 넘이다'
라고 결론 지어지는 경우에....
다시 한번 메뉴얼을 읽어보고, 한 글자 한 글자 제대로 따라 갈 수 있는 용기.
이것은 분명 용기입니다.
그리고 성격이 변환되는 순간입니다.....

몇 일 밤을 하얗게 지새우면서....
난생 처음 보는 PHP함수와 씨름하고, html tag 명령어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이제야....비로소....작은 문 하나를 열어보는 기분이었습니다.
PC를 타자기 대용으로 쓰던 사람이 ....참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죠?...
이크 또 우물 속으로 들어가나?.....-.-
아무튼...성격이 저처럼 급한 분들...뭔가를 해보려 하는데...컴이 말을 잘 않듣고 자꾸 에러가 나는 분들...이마에서 모락모락 연기피우지 마시고....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메뉴얼을 바라 보시길...
그리고 차근차근 한 문장 씩 체크하시고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보시길....
그렇다면 그 급한 성격이 조금씩 변모하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정말 마법처럼, 거짓말 처럼 말이죠....

너무나 긴 글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 이렇게 긴 글로 리포터를 썼더라면 박사는 못되어도 석사는 되었을 것을...-.-
그저 작은 저의 경험담이었습니다. 행여나 읽어보시고 도움이 되시는 분이 있다면 정말 즐겁겠죠?
참고로 저는 요즘 플래쉬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 압니까?....몇 달 뒤에는 제가 만든 플래쉬라고 공개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386 유저 여러분들~!
기운내시고 컴 앞에 앉아 보시길....색다른 재미와 더불어 저명한 정신과 박사의 조언 없이도 성격을 온순하게 개조할 수 있게됩니다. 인생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어요?

인터넷 만세~!
시네스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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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이금용  
이렇게 긴글을 쓰실 수 있다니... 님 성격의 비약적인 자동변환이 이루어진듯 합니다.^^; 많이 공감했구여, 많이 배웠습니다...님이 만든 플래쉬가 공개되어 엽기토끼의 선풍을 이어갈 그날을 기다립니다... 갑자기 해병대 시절 천자봉을 오르면 읽던, 내 스물 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그 말이 생각납니다. "해병대, 인간개조의 용광로" 해병대=인터넷 이런 함수관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