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맞춤법은 좀 틀려도 괜찮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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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맞춤법은 좀 틀려도 괜찮은 거겠죠

S 맨발여행 26 61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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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미지는 '오발탄'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육시를 하게'란 대사가 무슨 뜻인지 궁리를 해봤지만, 잘못된 대사인 거 같고 답을 알 수 없어서 '한국시나리오선집'에 실린 대본을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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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에 적힌 건 '육실하게'였습니다. 당시의 뉘앙스에 가까운 말은 지금의 연변말인 듯합니다. 연변말로는 '기막히게'라는 뜻입니다. 영화 속 장면에도 부합하는 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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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대사도 '오발탄'에 나오지만 무슨 뜻인지 이해됩니까? 대본을 확인하지 않고, 대사를 듣고 제작한 청음 자막이어서 저렇습니다. 처음엔 '횃대'인가 싶었는데, 대본을 보니 "무서워하기는커녕 그놈의 상투 끝에 탱 올라앉아서"가 맞더군요. 한국전쟁이 막 지나간 시점의 사회 분위기, 생활상에 익숙하지 않은 신세대(?)의 사람이 자막을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영화 '타짜'가 넷플릭스에 처음 올라왔을 때는 1990년대의 생활상을 모르는 사람이 자막을 만들었는지 '무선 호출기(속칭 삐삐)'를 '무선 전화기'로 적었죠. 화면에 무선 호출기가 떡하니 보이는데도요. 지금은 고쳤겠죠?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고전영화를 복원한다는 소식은 늘 반갑습니다. 다만 공공기관에서 만든 자막도 엉망이긴 마찬가지여서 아쉽더군요. 한국 영화를 물리매체로 만들며 자막을 대충 다루는 건 흔히 봅니다. 해외영화를 물리매체로 만들며 한글자막에 오류가 있을 때 리콜을 한 사례는 가끔 들리지만, 한국영화의 한글자막 오류로 리콜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좀 틀리면 어떠냐,라는 인식은 다수 한국인의 맞춤법 정서이기도 해서 기대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 등장 이후로 한글자막의 품질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 전에는 엉망이었죠(블루레이는 좀 낫고, DVD에 실린 한글 자막이 특히 엉망이었습니다). 교정을 보지 않고 섭 자막 그대로 보는 건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게 넷플릭스가 한글자막을 서비스하며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로는 다들 어려워진 탓인지 자막 품질이 다시 내려간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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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Comments
15 Harrum  
"육시랄!"
어렸을 땐 집안에서 자주 들었어요.
오랜만에 접하니 반갑네요.

추카추카 4 Lucky Point!

S 맨발여행  
그 뜻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1974년 작 최일남 씨의 단편 '노새 두 마리'에는
"그전까지는 가게의 물건들이 뽀얗게 먼지를 쓰고 있었고, 두 홉짜리 소주병만 육실하게 많았는데"
이런 대목이 나오는군요.
'육실하게'는 제대로 다룬 문헌이 적은데, '기막히게 못마땅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모양입니다.
15 Harrum  
제 기억과 달라 찾아보니 예상보다 의미가 제각각이고 많이 변했네요
언어는 시대에 따른다는 말이 맞나 봐요.
아주 흥미롭네요.
21 Login  
이걸 구한 적이 없네요 ㅜㅜ
S 맨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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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Lo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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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하늘사탕  
앞으로 한국 영화의 한글 자막도 발전 할것 같습니다
S 맨발여행  
한글자막에 대해서는 공적 지원이 늘면 좋겠습니다.
한류 붐을 타고, 자막의 엉터리 내용을 묻는 외국인들을 볼 때는 창피합니다.
22 bkslump  
육시럴.. 옛날 어르신들이 하시던 기억이...ㅎㅎ
S 푸른강산하  
옛날 어른들이 뭔가 안 좋은(또는 기분 나쁜) 상황에서 입 밖으로 그냥 툭 던지듯 "육시랄~"
1 랩퍼투혼  
니 미 럴은 뭔 뜻일까여 ㅋㅋ  미네랄도 아니고
S 맨발여행  
니미럴은 제기랄의 방언이라고 나옵니다만
둘 다 쓰지 말아야 할 욕입니다.
흔히 욕하더라도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까?
다음 링크의 이야기를 참고하세요.
https://www.newskrw.com/news/articleView.html?idxno=24988
3 쿠노  
제 기억에 어릴때 '육시랄'이란 욕이 꽤 쓰였는데
그 어원이 부관참시를 뜻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안쓰여서 다행인 욕이랄까요 ㅎ
S 맨발여행  
'웰컴투 삼달리'에서 신동미 씨가 아주 걸쭉한 욕을 하더군요.
그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https://youtu.be/b6vcgEYR07A?t=46
17 oO지온Oo  
뭐.. 육시랄...... 육시럴.......... 이라고 많이 쓰이는 말 아녔나요? ㅋㅋㅋㅋ
저는 사실 육시럴.. 니미럴.. 기타등등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ㅡ,.ㅡ;;;;;;;;;;;;;;
[육시랄..........] 이라고 쓰는 게 맞는 표현이겠고.. [육시를 할..] 을 줄여서 하는 말로..
육시랄........... 이라는 의미는..
육시 즉, 이미 죽은 사람의 관을 쪼개서 시체의 목을 베는 형벌을 내릴 정도로 대역죄인이라는 의미겠죠.

육시(戮屍)=이미 죽은 사람의 시체(屍體)에 다시 목을 베는 형벌(刑罰)을 가(加)함.

아............ 그런데 맨발여행님이 적은 게시글이었군요.
쓸데없는 댓글 적은 듯.. ㅡ,.ㅡ;;;;;;;;;
S 맨발여행  
네, 육시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육실하게'와 같은지는 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어원이 그 육시라고는 나오지 않아서요.
19 Chimne  
지식백과
육시戮屍
옛날 형벌의 하나. 죽은 사람의 시신(屍身)을 묘에서 파내어 머리를 베고, 팔•다리•몸을 6조각으로 다시 참형(斬刑)을 가함. [유사어]육지형(六支刑).
한국고전용어사전

제기랄, 제길헐은 아주 민망한 욕입니다. 제 애기랑 할...
S 맨발여행  
그런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삶이었을지 좀 궁금해집니다.
14 인섬니아  
자막의 맞춤법 뿐 아니라
방송 출연자들의 잘못된 발음도 제겐 무척 거슬립니다.
물론 저도 완벽하진 않지만
돈 받고 말하는 게 아니니까요.
심지어 '반려동물' 같은 끔찍한 용어엔 몸서리를 칩니다.
S 맨발여행  
'효과'는 결국 발음을 '효꽈'로 인정해버렸더군요.
저는 방에서 개를 키우는 집일까 봐서 초대를 받아도 잘 가지 않습니다.
밥상에 달려드는 강아지 때문에 혼났던 기억이 있어서죠.
19 스카이다이버  
어릴 적 기억으론 할머님들이 쓰시던 말이엇죠..  저런~~육시랄 놈
S 맨발여행  
그 욕과는 뜻이 다른 듯해서 찾아봤습니다.
S MacCyber  
내용의 사례는 맞춤법이라기보다 보면서 듣고 적은 것 같은데
오청의 사례로 보이네요.  ㅎ 
S 맨발여행  
꼬맹이일 때 학교에서 하던 받아쓰기 시험도 결국 맞춤법 문제니까요.
맞춤법을 모르면 정답을 적을 수 없죠.
3 쉐도엘프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언어는 더 쉽게 망가지는 것 같습니다. 전파력이 커진 만큼 잘못되고 틀린 언어가 더 잘 퍼지더군요. 이젠 공중파에서조차 수시로 맞춤법을 틀리고, 드라마 대본이나, 배우들조차 아예 맞춤법을 무시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인터넷에서는 그까짓 게 뭐 중요하냐는 소리나 하는 사람이 좋아요를 받는 때입니다. 유튜브 등에서는 맞춤법에 제대로 맞는 자막은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이건 제 병이겠지만 스트레스 받아서 그냥 자막은 죄다 끄고 봅니다.
S 맨발여행  
유튜브에서 즐겨보는 모 자동차채널은 자막을 달아줘서 편하게 보는데요.
'뒷좌석'을 '뒷자석'으로 적는 경우가 많더군요.
나이 어린 피디가 자막을 맡은 모양인데, 자막을 다는 것도 힘든 일이라서 지적하기도 뭣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