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돌의 중독성? (feat.핑계)
한국에 파견나와 있는 몇몇 외국계 직원들 중 대부분이 11월 말 또는 12월이 되면
자국 회사에 갖다 바쳐야 할? 서류 등등 싸들고 귀국을 합니다.
일감과 더불어 연말과 연초는 자국에서 가족들과 함깨 지내라는 +휴가 같은 거죠.
길게는 두달에서 짧게는 20일 정도 귀국했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일본에서 와있던 3명의 친구들이 일주일만에 다시 한국으로 왔더군요.
일본의 뭔 찹살떡 같은걸 들고와 연말 선물이라 주면서 인사를 하는데
원래는 내년초에 와도 되지 않나? 무슨 일이라도 있어? 하고 물어보니 하는 말이
"너무 추워서요 ㅠ ㅠ"
뭔소리야? 이시절이면 한국보다 일본이 더 따듯할텐데??
그러자 집이 삿포로 쪽인 친구가, 날씨는 한국이 바람도 많고 훨씬 더 추운데
집에만 들어가면 완전히 그 반대가 되버려서 너무 힘들었다고 하면서
한국은 집이 너무 따듯해서 이게 너무 그립더라고요 하며 웃네요^^.
그래서 3명이 의견 합일 후, 연말연시는 한국에서 보내기로 하고 다시 왔답니다.
대신에 일본의 친구들이 한국으로 놀러오기로 했다는군요.
일본의 가옥들이 춥다는 얘긴 많이 들었는데 설마 그정도야? 하고 물어보니
셋 다 심각한 얼굴로, 부장님은 한국사람이라 잘 모를텐데, 온돌이 주는 중독성이 어마어마 해요!
특히 여직원 친구가 정말 진지한 얼굴로, 따듯한 바닥위 이불속에 들어가 있으면 정말 나오기가 힘들어요.
하며 일본 본가 집에서 몇칠 있는데 추워서 너무 힘들었다고 부러 살 붙여가며 열변 합니다.
아니 뭐 그렇다면 그렇겠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거기도 다 사람들 사는 집인걸.. ㅡ ㅡ;;
내 보기엔 뭔가 놀거릴 위한 핑계처럼 보이지만 거기서부턴 개인사일테니 내가 뭐라 할건 없지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굳이 이 친구들 말고도 외국계 직원들이 겨울만 되면
집에서 배달음식 시켜먹으며 노는걸 최고라 하며 불러도 잘 안기어나오던게 이런것 때문이었나 싶기도!!
일본 친구들 셋이 뭉쳐서 한국 직원들 꼬드기며 놀 계획을 세우는걸 보고 조금 부럽더군요.
괜히 심통도 나고... 그래서 연말 일거리 하날 더 던져줬습니다.
"레이저 자제. 불만은 저 저페니즈들 한테 하도록!" 약올리며 상무실 들렀다가 조금 일찍 퇴근중입니다.
억울하고 열받으면 지들이 부장 하던가... 쏠로 부장 열받게스리.. ㅡ ㅡ+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니 확실히 연말엔 전형적인 한국기업들 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게 있습니다만
이럴땐 그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서양식 아파트에 살고 있는듯 보이지만, 마루바닥에 파이프가 깔려 있으니 온돌방이나 마찬가지고,
요즘 짓는 아파트는 맞바람이 안 치는 구조이지만, 기존 아파트는 앞뒤 베란다를 통해 맞바람이 치는구조라서
여름에 무척 시원한데, 그게 우리 전통가옥의 구조와 같습니다.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집안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죠.
다만 아쉬운 건, 아파트는 긴 처마가 없어서 여름에 직사광선이 그대로 들어오니 덥다는 점입니다.
전통가옥의 깊은 처마로 한여름 남중고도 70도의 직사광선도 걸러주던 게 없어진 셈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도 극찬했다는 게 우리 온돌입니다.
바닥의 온기가 방 전체를 부드럽게 데워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