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긴..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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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막된장 3 239 3

 제 아버님에게 당숙뻘이 되시는 친척어르신이 계십니다.

일본과 미국 유학도 경험하신 나름 석학 이셨고

일찍 부모님을 잃으였던 제 아버지 형제들을 많이 도와주셨고,

이분 덕분에 제 아버지께서 형제들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오시기도 하셨었죠

그래서 제 아버지께서 늘 가까운 곳에 사시며, 지금도 친부 처럼 모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저에게도 어렸을때 부터 자주 뵈었던 분이고, 저보고 애늙은이? 같은 구석이 있다며

많이 귀여워 해주시기도 해서 지금까지 자주 연락드리고 제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터라

명절 등등 빼놓지 않고 더 자주 뵙고는 했었죠.


 올해 연세가 96 이신데, 연세에 비해 놀라울 만큼 명료한 정신과 사고를 유지하고 계십니다.

그래도 연세는 어쩔 수 없어, 지난주 노환으로 입원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주말에 병원에 갔는데, 제 아버지께서 슬퍼하시며 토.일 이틀간 병원에서

이분의 손을 잡은체 곁에 계셨었습니다 ㅠ ㅠ.


 제 얼굴을 보시더니, 저 꼬맹이 놈이 저렇게 삭은걸 보니 내가 나이를 어지간히도 먹은게 맞나보다

하시며 웃으시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이분은 일제강점기 때 당시의 학교에서 일본식 교육을 받으셨던 분입니다.

덕분에 지금도 일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시죠.

그리고 일본유학도 경험하셨고, 해방을 맞이하고 6.25를 겪으며 장교로 전쟁에도 참여하셨지만

그당시 가족의 대부분을 잃으셨습니다.

이후 미국유학을 하시고 돌아와 정부관료직에도 계셨었다고 하십니다.


 문득 생각해보니, 이 분이야 말로 근현대 한국사를 고스란히 몸으로 겪으셨던 분이구나!

이 땅에서 보낸 근 백년 가까운 삶이란 이런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위에 언급한 일들을 모두 한 인생에서 겪었던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있을텐데

달리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그럼에도 지금 현재의 한국은 과거 타민족과 나라에게 점령당해 수탈당한 일들이

마치 1000년이라도 지난것 처럼 해묵고 삭아 무슨 원시시대를 말하는 듯 고리타분 하며

더해 당장 30년 50년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꼬락서닐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한국의 근현대사를 실제로 모두 보고듣고겪었던 이분 같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마치 석기시대에서 우주시대를 모두 경험한 듯한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괴랄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나 당시로선 많지 않았을, 많은 배움과 경험을 얻어 그당시 대부분의 일반인과는 다른

시각과 사고를 지녔던 이분들 같은 이들에겐 더 말입니다.


 밥벌이 덕분에 외국을 오가며 현재의 한국에 대해 많은 객관적 사고를 지니게 된 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게 장점 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거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내가 아침에 눈을 뜨는 곳이 한국이라서 더 그렇습니다.

나라와 민족이 당장 2,30년 앞을 예상해보았을때 매우 암울한 것 같습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날씨 만큼이나 우울해지는 월요일입니다 ㅡ 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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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S 맨발여행  
입원하신 분의 회복을 기원합니다.
한국사회의 변화가 단기간에 너무 빠른 게 살아온 사람들에겐 만만치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한국인 특유의 한恨 정서나 홧병에도 기전으로 작용하는 거 같네요.
7 HOMELANDER  
영화 엘리시움에 나오는 치로기계 같은 게 나오지 않는 이상 어쩔수 없이 맞이하게 되는 우리네 숙명이라...
그런데 머리로는 순리라는 걸 알아도 어렵기는 하네요.
S 컷과송  
그 분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저희 아버님도 올해 92세이십니다. 일제시대-전쟁을 모두 경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