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한글자막계의 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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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한글자막계의 꿈나무?!

 전에 '존 윅 4' 북미판 블루레이를 구입해, 블루레이 커스텀 에딧으로

한글자막(UI메뉴포함)을 삽입하는 포팅작업을 하면서, 자막 작업중이던 파일들을

Subscene 같은 곳에 잠깐 업로드 해놓았었는데 (작업 끝내고 현재는 삭제되있습니다)

당시 한 친구로 부터 댓글과 메일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보통은 극히 개인적인 작업일 뿐이라 그냥 무시하는 편인데,

이 친구에겐 그럴 수가 없었던게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중인 교포2세로 현재 8학년,

그러니까 한국의 중학교 2학년쯤에 해당되는 친구였습니다.


 메일 내용으론, 부모님의 영향과 요즘 한류에 더해 한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고 하고 싶어서

그 일환으로 KPop과 애니와 영화의 한국어 자막 등을 직접 만들어 보면서 공부중이라고 하더군요!


 순간!  저런 기특할데가!!  더해 제 내면에 나름 잠재해 있던 애국심?? 까지 발동 되면서

이런건 내 능력이 되던 안되던 어떻게든 보탬이 되어야만 한다.. 는 의무감 비슷한것 까지 발동이!

그 친구의 말로는, 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존 윅 4' 한글자막들 중

제가 잠시간 올려놓았었던 베타버전 급의 텍스트가 자기 눈에 제일 좋아보였다면서

영문자막의 한글번역에 대한 조언을 조심스레 부탁하더군요.


 하지만 내 수준에 우습잖은 조언을 해주면서 홀딱 벗겨지고 만 제 허접한 언어와 문자력의 현실에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 살았었습니다 ㅠ ㅠ.

영어고 외국어고 간에 결국 능력부족을 피부적으로 느낀건, 역시나 자국어인 한국어에 대한

내 능력과 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되었구나 하는 그런것이었어요!!


 그래도 이 기특하기 그지없는 아직 어린친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한동안 서로 열씸히 메일을 주고 받으며 많은 의견들을 주고받았습니다.


.좋은 번역자막이란 무엇일까?

 타 언어를 그 나라와 지역의 언어로 번역할때, 어떻게 하면 원어에 표현되어 있는 의미 또는

 뉘앙스 명사적 형용사적 은유적 암시적 의미들을 최대한 전달할 수 있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건 거의 불가능 한 것 같다.


 그 이유 중 하나로는, 그 나라.지역.민족의 문화.환경에 따라

 단어 한두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은유적, 암시적 의미의 대부분을

 타 국가와 민족에겐 역시 단어 한두마디로 절대 이해시킬 수 없을테니까!

 게다가 언어에는 그것이 사용되는 순간과 상황과 억양이 결합되면

 하나의 단어가 수십가지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데

 이걸 단순한 문자적 번역으로 전달 할 수 있을까?


 일예로, 마블 어벤저스에서 '토니 스타크'가 '토르'에게

 세익스피어에 나오는 말투를 쓴다며 비꼬는 장면이 있는데

 비 영어권 사람들에겐 히어링 만으론 절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럴때 좋은.친절한 번역자막이 필요할 수 있다.

 그저 단순한 문자적 번역으로,

 '너는 이걸 절대 이해 할 수 없어.  그러니 이 일에 끼어들지마'를

 토르의 세익스피어 적인 말투로 해석을 한다면

 '그대는 이 일을 절대 이해 할 수 없을거다.  그러하니 더 이상 이 일에 간섭하지 말라'

 정도의 번역이면 그나마 토니가 비꼬는 토르의 말투에 대한

 좀 더 적절하고 친절한 자막이 되지 않을까?


 더해 당시 이친구가 한글번역을 해보고 있다는

 '존 윅 4'의 대사들 중에서도 몇가지 예를 들어줘봤습니다.


 영상에 나오는것 처럼, '윈스턴'이 '네드 켈리'를 언급했지만,

 한국인으로서, 저 '네드 켈리'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때문에 어떤이들은 '네드 켈리가 죽을때 이렇게 말했다' 식으로

 그냥 직역해 넘어가거나 할 것이고

 자막을 보는 이들도 '네드 켈리'가 누군데? 하면서도 대충 넘어가거나 하겠지!

 결론적으로, 이 대사가 의미하는 내용의 80%는 아무런 이해 없이 사라진거나 다름 없다.

 하지만 서구권 사람들 중 꽤 많은 이들은

 이 '네드 켈리'가 19c의 전설적인 은행강도 였고

 그의 일대기가 많은 소설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있어서

 그가 역사에 남을 만큼의 전설적인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일생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윈스턴의 대사들이 주는 의미를 아주 잘 이해하고 넘어가겠지!


 역시 이런 부분에서도 좀 더 친절한 번역 또는 자막 구성을 만들어 볼 수 있을거다.

 저 영상에서 처럼, 첨자나 자막의 다른 구성으로 화면의 한 부분에

 크게 거슬리지 않을 만큼의 짧은 설명을 추가한다면?

 그리고 저 부분에 링크를 연결해서 클릭하면 '네드 켈리'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게 한다면?

 물론 이런 부분은 자막 제작자의 수고로움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이게 너무 번거롭다면, 언급한 방법으로 그저 단순하게 추가된 짧은 설명 만으로도

 자막 사용자가 추후에 관심을 가지고 좀 더 많은 내용을 찾아보게 될지도 모르지!!


 또 다른 부분은, '윈스턴'이 '카론'이 한 말에 대해,

 '다윗과도 같은 마음'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내용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기독교에 관련된 설화 등을 모르는 비 영어권의 사람들과 한국인들에겐

 데이빗이 왜 다윗이며 저건 또 뭔 소린가? 할 뿐일거다.

 이 부분을 또한 친절하게? 설명을 첨부하려 한다면, 내용도 길거니와

 이쯤되면 이건 자막이 아니라 레포트가 되버릴지도..

 그렇다면 이런 내용은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적당히 뭉개고 버무려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이런 내용들로 근 한달여 간, 제가 어줍잖게 만들었었던 자막들도 건네주면서

(특히 마블 시리즈 자막들을 주니 정말 좋아하던..)

이 친구와 많은 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참 난감했던 것들은, 이런건 어떻게? 이렇게? 저렇게? 번역하면 좋을까요?

제가 번역한 내용인데 어떤가요?  이런건 대체 무슨 뜻이죠? 

하는 질문들이 끊임이 없어서... ㅠ ㅠ.

덕분에 제 처참한 한국어 능력이 죄 까발겨져서 꽤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ㅋ~

역시 자막이든 뭐든, 번역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건

번역될 자국어 능력이란걸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이걸 한국어로 표현하고 풀어낼 능력이 없다는게 참...


 내용이 너무 장황해져 버렸는데,

어쨋든 온라인에서 쉽게 가질 수 없는 이런 연결(인연)이

나름 많이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라, 시네스트 게시판에 한번 끄적여 보고 싶었습니다.

시네스트를 소개해주며, 저 따위완 비교도 안되는 시네스트의 매우 뛰어난 능력자 분들에게

제대로 된 조언과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거라 했는데 회원가입을 했는지 모르겠군요!

요즘엔 연락이 거의 없는데 이곳 게시판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무척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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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S 맨발여행  
잘 아시겠지만 한국에서 가장 알아주는 번역가라면 안정효, 이윤기 씨였는데
두 분 모두 소설가로도 유명하죠.
즉 한국어(모국어)의 달인이라는 점이 그분들의 번역에서 큰 자리를 차지했죠.
지금은 두 분이 다 돌아가셔서 아쉽습니다.
바벨탑 이후로 언어가 나뉘며 뿔뿔이 흩어졌다는 말처럼 문자로는 온전한 번역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각 언어를 모두 포용하는 의사소통 수단이 나오면 모를까요.
과학자들은 뇌파에서 그 가능성을 보는 모양입니다.
S JIN  
특별한 경험을 하셨네요.
재밌으면서도 난감하기도 하셨을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불가능하다는 말씀 100% 동의합니다.
저는 오죽하면 영화볼 때 한글 자막 없이 이해하는 수준으로...
딱 거기까지만
영어를 공부해 볼까 생각해봤지만
말씀하신 은유, 암시, 문화, 역사를 모르면 반쪽짜리라는 걸 깨닫고
포기했습니다.(핑계가 좋죠...^^)
영화를 보는 내내 고민일 것 같습니다.
남의 생각과 오역이 포함된 한글 자막을 봐야하나
자막 없이 볼 수 있게 공부해야 하나...
14 막된장  
그렇긴 했는데, 어쨋든 성장기의 친구를 대하는게 꽤 어렵더군요 ㅡ ㅡ;
거침없는 질문.  예의와 열정의 구분이 어려운 학구열?? ㅎㅎㅎ
그래서 난감한 경우도 많았지만 그래도 기특한 면이 더 많았습니다.
한국과는 다른 사회에서 성장중인 친구라서 되려 제가 적응하는게 힘들기도 했어요 ㅋ.
제가 한때 제 형들 덕분에 홍콩 느와르 영화에 빠졌었던 것처럼
존윅 시리즈에 심취해서 이걸 내가 한글자막으로 만들거야! 하는 부분도 귀여웠고요 ㅎㅎ
친구들에게 KPop을 영어로 해석해주던게 인기가 많아져서 시작한 것 같았습니다^^.
마치 아들 같아서 귀여웠어요 ^^.
S 푸른강산하  
그래도 행복한 경험하셨군요.^^*
37 하늘사탕  
좋코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군요
2 오설록  
노고에 감사합니다.
S MacCyber  
'완전 번역'이 어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국 국민들도
저런 내용을 다 이해하고 보지는 못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시나리오 작가는 일반인들보다는 특정 지식(특히 문학?)이
더 있을 테니 인용, 비유 등을 종종 사용하지만 그걸 관람객의
일부만이 아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그냥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보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14 막된장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자막은
친절함이 있는 자막인 거 같습니다^^.
11 하얀나라  
정말 좋은 의도로 좋은 경험하셨네요. 어찌보면 부럽습니다.
저는 벌써 꽤 오래전 인터넷이라는 것이 막 생겼을 때 유즈넷인가요? 힘들게 영화를 다운 받고 자막이 없어서 자막 한번 만들어 보지 뭐... 하고 작업하고
당당하게 그 자막을 올렸다가 개망신을 당하고..하하하...
2번째는 잘해야지 하고는 첫번째 비판당한 내용을 참고하면서 만들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시는 만들지 않고 아니...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번역도 번역이지만 자막 만드시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지요.
이런 말이 있지요. 가르치기 전에는 자기가 뭘 알고 모르는 지 모른다...
정말 해보지 않고는 뇌피셜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안해보면 정말 얼마나 어렵고, 갈등하고, 답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지 모르지요.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주시는 실력좋으신 용자들 덕분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 하기 힘든 경험에 나름 재밌고 보람있으셨겠습니다. 그래서 이 경험하신 것을 전 축하드립니다...
14 막된장  
시도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엔 큰 차이가 있죠.
그저 비판과 비교질이 전부인 것과는 아예 다른 세계일 겁니다.
저 역시, 이젠 그저 자그맣게 정착된 소소한 개인의 취미생활일 뿐이지만
그 덕분에 이런 인연과 경험을 갖게 된 것 아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