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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Cannabiss 12 503 1

자기를 만나서

자기가 되었고

자기가 되면서

자게 되었죠

자기의 사랑을

자기의 행복을

말로는 자게 할 수가 없잖아요

어쩜, 자기

자기가 좋아

멋진 자기

자기가 좋아

자기야, 사랑인 걸

자긴 몰랐니?

자기야, 행복인 걸

자긴 알겠니?

(자기 자기) 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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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21 Login  
자기와 자기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자기장을 일으킬까요? 아니면 도자기가 될까요?
28 라이파이™  
도자기에 한표~ 잘못하면 와장창
15 Harrum  
댓글 달고 보니 Login님이 이미 쓰셨네요.
(난 뭘로 할까요...)
다시 자야지.
21 Login  
편히 주무세요
S 푸른강산하  
16 블랑코  
19 스카이다이버  
S MacCyber  
청자기 올리고 백자기 내려~
(죄송합니다... ㅎ )
21 zzang76  
ㅎㅎㅎ
37 하늘사탕  
13 리시츠키  
자기를 만나서
자기가 되었고
자기가 되면서
자게 되었죠

자기의 사랑을
자기의 행복을
말로는 자게 할 수가 없잖아요

어쩜, 자기
자기가 좋아
멋진 자기
자기가 좋아

자기야, 사랑인 걸
자긴 몰랐니?
자기야, 행복인 걸
자긴 알겠니?

(자기 자기) 코러스


*이 위대한 시를 임의로 5연으로 구분했다. 용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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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 사랑과 공포, 세상을 넘어


주체는 환희에 젖어있다. 시공간을 구분할 수 없는 그곳에서, 오직 주체와 타자 둘 뿐이다. 시 전문에는, 세상에 대한, 주체와 타자에 대한, 그 구체적 공간에 대한 묘사는 없다. 주체에겐 더이상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의 원인은, 1연과 2연의 마지막 행에서 두 번 강조 되듯이 "자게 되었"던 과거의 행위에 있는 것이다. 그날 이후, 세상은 주체에게 사라진 것이다. 세상은 사라지고, 자기i와 자기you, 자기xxx의 구분조차 사라진, 그리하여 오롯이 하나가 된 자기, 세상 만물 모든것이 무의미해지는 경지, 주체와 타자의 심리적 거리는 완벽하게 일치한다.

놀라운 것은, 2연 마지막 행인 "'말'로는 자게 할 수가 없잖아요"를 통해 드러나듯, 세상의 질서를 정확하게 꿰뚤고 있다는 것이다.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의 지배질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체는 언어의 질서를 넘어 육체의 질서로의 이행을 꿈꾸는 것이다. 그 질서는 자기xxx를 통해 파괴된다. 중요한 것은 자기xxx이며, 자기i도 자기you도 아닌 것이다. 과연 세상에 대한, 주체와 타자 사이에 대한, 사랑과 행복의 진실한 의미를 깨우친 것이다.

3연에서는, 그런 위대한 주체를 완성하게 해 준 자기에 대한 예찬을, 감사를 잊지 않는다. 더구나 언어를 신뢰하지 않는 주체는, 지배질서의 구차하고 과시적이고 오히려 의미를 퇴색시키는 온갖 수식어들을 배제한 채, "좋아"라는 형용사의 어근만을 사용하는 탁월함을 보여준다. "좋아"는 자기xxx인 것이다. 주체는, 언어는 곧 관계에 대한 오해이자 구속이자 함정이며, 사랑과 행복을 가로막은 지배질서의 도구인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4연에서 순간, 주체의 심리는 무참하게 무너진다. 주체와 자기의 심리적 거리를 다시 재인식 한 것이다. 세상과 언어를 초극한 주체에 비해, 자기는 아직 그 세상에 미련이 남은 것은 깨달은 것이다. 몰랐니?-알겠니?, 그 질문 사이, 주체와 타자 사이의 어떤 닿을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랑과 행복의 소실에 대한 주체의 비관적인 두려움에 대한 재인식인 것이다. 결국 사랑과 행복의 자기에서, 세상과 언어의 질서 속에 여전히 매몰된 자기로의 전이에 대한 안타까움, 그 중력과도 같은 세상에 대한 원망과 두려움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는 주체 자신조차 잃어버리는, 세상 너머의 세상마저 사라지는 사태인 것이다.

그럼에도 주체는 이 절망과도 같은 세상에 실망하지 않는다. 주체는 5연에서, 그것은 비록 언어라는 매체를 빌리지만, 영민하게도, 언어 너머의 언어, 즉 괄호()를 친 언어로서, 세상을 초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기 자기) 코러스", 이 아름다운 멜로디의 "(자기i와 자기you의) 하모니xxx"의, 언어를 초극한 언어로서 다시한번 자기를 부르는 것이다. 그것은 이 중력의 세상을 넘어 우주로까지 울려퍼진다. 중요한 것은 이 지겨운 현실이 아니라, 자기이고 자기이며 자기인 것이다. 부디 자기를 구하고, 자기를 구하여, 사랑과 행복의 자기에 이르길.


ㅇㅆ. 죄송합니다(__) 잠이 안와서;;; 자야 되는데 -,-;;
노래나 한 곡,
S Cannabiss  
고마워요 절 이해해 주셔서...
어떤 영화감상평도 이렇게 깊게 파헤치진 못할 겁니다
하물며 이 보잘것없는 글에 비평의 수준으로 까지 끌어올리셨군요
여러번 음미하면서 읽어야 될 해설입니다 음, 그럼요

아, 그리고 음악까지 정말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