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 아, 정말 흥분 안하려 했는데...!

어젯 밤 제가 본 대졸전은 대체 뭡니까?
초반에 페널티 킥으로 한 점 얻고, 다 이긴 게임처럼
연습하듯 빙빙 돌리기만 하고, 슈팅 찬스에서 뒤로 패스하는 독일...
압박과 태클은 실점을 막기 위함이고, 패스와 돌파는 득점하기 위함이란 걸
완전히 잊어 버린듯, 전혀 날카롭지 않은 독일의 고깃 덩어리들...
더군다나, 그들을 정교하고 창의적이라며 극찬하는 우리 방송 해설자들...
첫 게임이라, 앞으로의 게임에 대한 컨디션 조절 이라고도 전혀 볼 수 없는
안이한 플레이... 정말 거짓말 1도 없이 저는 페널티 킥 후 10분 관전 뒤에
아... 독일은 졌다! 라고 확신 했습니다. 평범한 진리, 골은 찬스에서 나오고
찬스마다 다 골을 넣을 수도 없으며, 그 찬스마저 늘 오는 게 아니라는... 그래서
골은 넣을 수 있을 때 넣어야지, 영영 기회가, 혹은 운이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날카로왔지만 사우디에게 운이 나빴던 아르헨티나도 아니고...
그들은 볼은 언제나 우리 것이다, 라는 듯 자기들 끼리 연습하는 것처럼...
아니나 다를까, 후반전에 분위기가 바뀌며 어이없는 일본의 돌파 몇 번에
두 골을 내주고 쩔쩔매는 그들... 독일의 발퀴리 여신들은 말하는 것 같았죠..
"너희들에겐 이미 충분히 기회를 줬어, 이젠 너희들의 발할라는 없다!"
결국, 경기는 고만고만한 애들이 뭉친 일본에게 넘어가고 끝나더군요.
제가 축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들의 정말로 속 터지는 경기를 보면서
2차 대전 추축국 끼리라 져준 듯한 그들, 독일 축구의 응원을 접습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일본이라, 누가 제게 아무리 속 좁은 인간이라 해도
솔직히 저는 그들의 승리가, 우리가 두 번 진 것만큼 아프군요.
제발, 제발, 제발... 오늘 밤의 우리는
제가 손흥민 응원을 접었었던, 그 아시안 게임...
한 골이면 되는,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후배들에게 패스하던
그런 모습이 다시는 나오지 않고,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다치지 말고, 예전 월드컵 평가전에서 세 골을 먼저 내주고도
프랑스의 혼을 완전히 빼놓았던, 4 대 3으로 졌지만, 박수치다 손바닥이
퉁퉁 부어 올랐던, 너무나 감동적 이었던, 그런 멋진 게임을
선사해 주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