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인생 단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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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인생 단면들...

14 막된장 11 455 4

 간간히 연락하며 지내는 대학선배 둘, 동기 하나와 술한잔 하고 들어왔습니다.

퇴근 후 만나, 간만에 자못 긴시간 동안 술잔 돌리며 많은 얘기들 나누었는데

집에 돌아와 괜히 머리가 복잡시려워 져서 그냥 적어봅니다.


 선배 한분은 결혼해 연년생의 아들. 딸 낳아 키우며 살고 있고

다른 한분은 아들만 하나 입니다.


 첫번째 선배는, 아이들 둘 다 대학에 재학중이고 아들은 내년에 군대에 간다고 하네요.

본인이 아쉬워 하는건, 아이들 둘 다 공부와는 좀 담을 쌓은 터라, 내신 등급이 6, 7 정도로

둘 다 대학을 가긴 했는데, 지방-시골에 위치한, 저도 처음 들어보는 소위

듭보잡 대학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선배 본인이 웃으며 하는 말을 그대로 적어보면


"그냥 등록금만 내면 아무나 다 들어가는 곳이지 뭐... 그게 대학이냐 ㅎㅎㅎ"


씁쓸히 웃는 선배 얼굴 보면서 괜히 속이 상해서


"그럼 그냥 보내지 말지 그랬어요?  막말로 그런데 나와 봐야 뭐합니까?

 뭐 들어가서 지들이 미친듯이 노력해 엄청 빵빵한 자격증이라도 따놓는다면 모를까

 우리도 해봐서 알지만 그게 쉽습니까?  애초에 그게 가능하면 그런 델 들어갈 일도 없지."


선배 왈,

 

"너도 자식놈들 있어봐라.  지들이 공부 안한건 둘째 치고 대학생 하고 싶다는데

 그렇게 딱 잘라버릴 수가 있나.  맘처럼 쉽지 않아 임마"


그러면서 하는 말이, 두 놈 합쳐 한학기 등록금이 800이 넘는답니다.

거기에 한 놈은 기숙사, 한 놈은 자취.  매달 용돈 줘야지...

방학이라고 아들놈이 집에 왔는데 일주일에 두번 어디 식당 알바하며 돈 모으길래

속으로 좀 기특하다 싶었는데, 군대 가기 전에 친구들하고 일본여행 간다면서

경비 쪼끔만 보태주세요 하더랍니다.

자취하는 딸네미는 방학동안 거기서 공부한다면서(과연?) 그냥 있다고 하고요.

그나마, 내년에 아들놈이 군대 가서 좀 다행이라며

돈 번다고 뛰어다닐때 애들 한테 좀 더 신경을 더 쓸 걸 그랬나보다 하며 씁쓸히 웃네요 ㅡ ㅡ;;


 다른 선배는, 아들만 하나인데 애가 난치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때 발병해서 지금까지 치료중인데, 아직 치료법이 없는 병이니 평생 안고 가야하는 그런거죠.

다행히 뭐 일상생활엔 큰 지장은 없지만 조금만 무리하고 엇박자 놓으면 순식간에 악화 되어서

툭하면 입원했다가 완화되면 퇴원하고를 반복하는가 봅니다.

이 놈도, 월 평균 병원비가 100만 넘게 들어간다고 합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했고, 괜찮은 인서울 국립대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성적도 괜찮고, 국가장학금을 100% 받을 수 있어서 대학은 그냥 공짜로 다닐 수 있답니다.

그러면서, 남들처럼 알바도 해서 자기 용돈 정돈 스스로 벌어 쓰고 싶은데

그것 조차 못한다며 엄마,아빠 얼굴 볼때마다 늘 우울해 한다면서

이 선배 역시 씁쓸하게 웃습니다.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을 보며 넷 다 "사는게 참 아이러니 하구만" 하며 웃었습니다.

첫번째 선배는, 두번째 선배에게


"그나마 니가 훨 낫다 임마.  애도 하나지.  공부 잘하지.  대학도 잘 들어갔지.

 몸만 건강해지면 되네.  애도 착하고... 나 봐라 나.  에휴... 눈물 난다 임마"


"공부고 뭐고, 난 건강한 애들만 보면 부러워 죽겠수.  선배 애들은 둘 다 건강하잖아.

 알바도 하면서 돈 모아 일본여행도 가고.  얼마나 좋아...  울 애는 중고등학교때

 현장학습 한번을 못갔다고.  무조건 건강한게 최고에요"


중딩 딸네미 가진 제 동기는,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는지 술만 먹고 말수가 줄어드네요 ㅋ

그러다가 셋이 동시에 저에게 화살을 돌리며 하는 말,


"그러고 보니, 이자식이 제일 속편하게 사네.  결혼을 했어? 골아픈 자식놈들이 있어?

 니가 선구자다 임마.  졸라 부러워 죽겠네"


"헐... 갑자기 그 푸념들 몰아서 왜 죄다 나한테 던진데?  나야 뭐 나중에 늙어 죽을때

 고독사 아님 다행인데 뭐가 부러워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라며?

 괜히 어만 솔리스트한테 화풀이 말고 가서 애들이나 다잡아요!

 넌 마 딸네미 교육 잘시켜라.  여기 확실한 암울사례가 둘이나 있다!!"


ㅎㅎㅎ 참 정말 정답 없는 아이러니, 멜랑꼴리? 한게 인생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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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S 맨발여행  
그런 걸 미리 생각해서 아예 비혼을 선택한 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너무 늙지 않게, 좀 일찍 떠나면 좋겠습니다. 숨 떨어지는 건 제 맘대로 되지를 않으니...
26 장곡  
사는 것은 겉모습과 달리 고민이 많이 있지요.
자식 농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아주 많습니다.
S 푸른강산하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이리 저리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모습들이 평범한 우리네 인생살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들 힘내십시다.^^*
20 암수  
세가지 경우중 한가지를 고르라면..
공부는 좀 못해도  몸 건강하고 정신 긍정적이고 강인하여 세상 어디 내놓아도 자기 건사는 할줄 알 것 같은 자식이 있는것이 부모 입장에선 가장 맘 편할거 같네요...
15 Harrum  
그래도 혼자 사는 일에 익숙해서 ^^
26 D295  
늙으면 고독사가 남일 같지 않죠.
7 HOMELANDER  
저도 그렇습니다만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만 중점을 두고 한탄하며 살죠...
친구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저로서는 하나같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 따름입니다만,
살면서 그런 부분들이 고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니까요...
어차피 인생에 정답이라는 건 없지 않겠습니까. 그나저나 치킨 떙기네요...
30 하얀벽돌  
저마다의 인생사가 참 비슷한 듯 하면서도 그만큼 다른 법이니까요.
9 조사하면닭나와  
아직 사회생활할 나이일때는 혼자 있어도 괜찮지만 나이먹고 은퇴해서가 걱정이죠.
저는 딱 65세까지만 살다 가고 싶습니다
22 bkslump  
막된장님이 제 모습같네요 ㅎㅎ
대학동기들 다 결혼해서 애 하나 둘씩 놓고 사는데..
병치례하느라 30대 다 날리고 현재진행형..
안그래도 오늘 저녁에 일본 미국 거주 다 귀국해서 오랫만에 동기모임하는데,
어떤 일이 벌어질지 ^^
10 섬진나루  
완전? 모든 바람을 충족 시키는 것은 없으니... 작은 바람을 갖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