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인생 단면들...
간간히 연락하며 지내는 대학선배 둘, 동기 하나와 술한잔 하고 들어왔습니다.
퇴근 후 만나, 간만에 자못 긴시간 동안 술잔 돌리며 많은 얘기들 나누었는데
집에 돌아와 괜히 머리가 복잡시려워 져서 그냥 적어봅니다.
선배 한분은 결혼해 연년생의 아들. 딸 낳아 키우며 살고 있고
다른 한분은 아들만 하나 입니다.
첫번째 선배는, 아이들 둘 다 대학에 재학중이고 아들은 내년에 군대에 간다고 하네요.
본인이 아쉬워 하는건, 아이들 둘 다 공부와는 좀 담을 쌓은 터라, 내신 등급이 6, 7 정도로
둘 다 대학을 가긴 했는데, 지방-시골에 위치한, 저도 처음 들어보는 소위
듭보잡 대학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선배 본인이 웃으며 하는 말을 그대로 적어보면
"그냥 등록금만 내면 아무나 다 들어가는 곳이지 뭐... 그게 대학이냐 ㅎㅎㅎ"
씁쓸히 웃는 선배 얼굴 보면서 괜히 속이 상해서
"그럼 그냥 보내지 말지 그랬어요? 막말로 그런데 나와 봐야 뭐합니까?
뭐 들어가서 지들이 미친듯이 노력해 엄청 빵빵한 자격증이라도 따놓는다면 모를까
우리도 해봐서 알지만 그게 쉽습니까? 애초에 그게 가능하면 그런 델 들어갈 일도 없지."
선배 왈,
"너도 자식놈들 있어봐라. 지들이 공부 안한건 둘째 치고 대학생 하고 싶다는데
그렇게 딱 잘라버릴 수가 있나. 맘처럼 쉽지 않아 임마"
그러면서 하는 말이, 두 놈 합쳐 한학기 등록금이 800이 넘는답니다.
거기에 한 놈은 기숙사, 한 놈은 자취. 매달 용돈 줘야지...
방학이라고 아들놈이 집에 왔는데 일주일에 두번 어디 식당 알바하며 돈 모으길래
속으로 좀 기특하다 싶었는데, 군대 가기 전에 친구들하고 일본여행 간다면서
경비 쪼끔만 보태주세요 하더랍니다.
자취하는 딸네미는 방학동안 거기서 공부한다면서(과연?) 그냥 있다고 하고요.
그나마, 내년에 아들놈이 군대 가서 좀 다행이라며
돈 번다고 뛰어다닐때 애들 한테 좀 더 신경을 더 쓸 걸 그랬나보다 하며 씁쓸히 웃네요 ㅡ ㅡ;;
다른 선배는, 아들만 하나인데 애가 난치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때 발병해서 지금까지 치료중인데, 아직 치료법이 없는 병이니 평생 안고 가야하는 그런거죠.
다행히 뭐 일상생활엔 큰 지장은 없지만 조금만 무리하고 엇박자 놓으면 순식간에 악화 되어서
툭하면 입원했다가 완화되면 퇴원하고를 반복하는가 봅니다.
이 놈도, 월 평균 병원비가 100만 넘게 들어간다고 합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했고, 괜찮은 인서울 국립대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성적도 괜찮고, 국가장학금을 100% 받을 수 있어서 대학은 그냥 공짜로 다닐 수 있답니다.
그러면서, 남들처럼 알바도 해서 자기 용돈 정돈 스스로 벌어 쓰고 싶은데
그것 조차 못한다며 엄마,아빠 얼굴 볼때마다 늘 우울해 한다면서
이 선배 역시 씁쓸하게 웃습니다.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을 보며 넷 다 "사는게 참 아이러니 하구만" 하며 웃었습니다.
첫번째 선배는, 두번째 선배에게
"그나마 니가 훨 낫다 임마. 애도 하나지. 공부 잘하지. 대학도 잘 들어갔지.
몸만 건강해지면 되네. 애도 착하고... 나 봐라 나. 에휴... 눈물 난다 임마"
"공부고 뭐고, 난 건강한 애들만 보면 부러워 죽겠수. 선배 애들은 둘 다 건강하잖아.
알바도 하면서 돈 모아 일본여행도 가고. 얼마나 좋아... 울 애는 중고등학교때
현장학습 한번을 못갔다고. 무조건 건강한게 최고에요"
중딩 딸네미 가진 제 동기는,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는지 술만 먹고 말수가 줄어드네요 ㅋ
그러다가 셋이 동시에 저에게 화살을 돌리며 하는 말,
"그러고 보니, 이자식이 제일 속편하게 사네. 결혼을 했어? 골아픈 자식놈들이 있어?
니가 선구자다 임마. 졸라 부러워 죽겠네"
"헐... 갑자기 그 푸념들 몰아서 왜 죄다 나한테 던진데? 나야 뭐 나중에 늙어 죽을때
고독사 아님 다행인데 뭐가 부러워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라며?
괜히 어만 솔리스트한테 화풀이 말고 가서 애들이나 다잡아요!
넌 마 딸네미 교육 잘시켜라. 여기 확실한 암울사례가 둘이나 있다!!"
ㅎㅎㅎ 참 정말 정답 없는 아이러니, 멜랑꼴리? 한게 인생인가 봅니다.
친구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저로서는 하나같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 따름입니다만,
살면서 그런 부분들이 고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니까요...
어차피 인생에 정답이라는 건 없지 않겠습니까. 그나저나 치킨 떙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