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언급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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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언급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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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올 해 아카데미 영화 사상식은 상당히 지루했습니다. 시상식 연출을 맡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자신의 영화보다 한참이나 시무룩한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얼버무리기에는 너무한 감마저 없지 않습니다. 그나마 볼만한 부분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과 봉준호 감독의 감독상 시상 부문이었습니다.

윤여정씨 이야기는 차고 넘치기에 각설하고,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시상자로 여러 감독에게 던진 질문을 소개하는 장면은 흥미로웠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길에서 어린 아이를 붙잡고 감독이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20초 이내에 짧게 설명해야 하다면 뭐라고 말할 것이냐고 각 후보들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에 감독상 후보로 오른 감독의 답변은 아래 동영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감독상 수상자인 클로이 자오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화 감독이란 “이것저것 웬만큼은 할 줄 알지만 뭔가 하나 마스터한 적 없는 그런 사람들”이라며 “그러다 일이 꼬여갈 때 <버든 오브 드림스> 같은 영화를 보면서,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스스로 물어보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이 답변을 이해하는데는 약간의 맥락이 필요합니다.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를 본 사람 중에는 그녀의 영화가 테렌스 맬릭의 영화를 닮았다고 하는 것을 종종 들었습니다.

아마 <노매드랜드>의 광활한 자연과 공룡 공원의 모습이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의 장면과 유사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다면 맬릭이 가지고 있는 하이데거적 세계관을 클로이 자오에게서 발견한 것일까요?

제가 보기에 클로이 자오와 테렌스 맬릭은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드는 감독입니다. 깨놓고 말해서 클로이 자오가 맬릭 정도였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테렌스 맬릭을 무지 싫어하는데 이 감독은 기본적으로 편집 실력이 엉망인 감독입니다. 이어지지 않는 쇼트를 음악으로 억지로 붙여놓는 꼼수를 부리는 감독입니다.

<내 오빠가 가르쳐 준 노래>, <로데오 카우보이>, <노매드랜드>로 이어지는 클로이 자오의 필모에서 <로데오 카우보이>를 제외한 두 작품을 그녀가 직접 편집을 했습니다.


제가 <노매드랜드>를 보고 제일 감탄한 것이 편집이었습니다. '이거 누구 솜씨지?'하고 엔딩 타이틀이 올라올 때 보니 각색, 편집, 감독이 클로이 자오더군요.

<노매드랜드>의 편집은 유기적으로 편집이 잘 된 작품이니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 편집상 후보에도 올랐지요.


클로이 자오의 작품이 가지는 매력은 미국 사회의 마이너리티를 다루면서 그들의 세계를 다큐로 찍은 듯한 느낌이 들게 연출합니다. <내 오빠가 가르쳐 준 노래>에서 인디언 공동체, <로데오 카우보아>에서 카우보이의 세계, <노매드랜드>에서 하우스리스 노마드들의 삶은 실제 인물들의 삶에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침투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다큐를 찍지 않고 극영화를 찍고 있지만 극영화를 다큐처럼 연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방법을 그녀는 스승 베르너 헤어조크에게서 배웠던 것으로 보입니다(헤어조크 팬은 알다시피 그는 극영화나 다큐나 어느 영역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가진 감독이지요).

클로이 자오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지금까지 그녀 뒤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괴짜 헤어조크이기 때문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던진 저 질문에서 클로이 자오가 언급하는 <버든 오브 드림스>(1982)는 레스 블랑크 감독이 만든 다큐입니다. 이 다큐는 베르너 헤어조크의 걸작 <피츠카랄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다큐입니다. 남미의 정글 속에서 광기에 찬 감독이 영화를 위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 가를 보여주는 작품이지요.


현재 씨네스트에는 클오이 자오의 <로데오 카우보이>(2017), 베르너 헤어조크의 <피츠카랄도>, 레스 블랑크의 <버든 오브 드림스>가 올라와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번 연결해서 보는 것도 좋은 감상의 방법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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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2 블랙헐  
영상 마무리 멘트에 빵 터졌어요~~~
40 백마  
앞으로의 여정을 기대합니다.. ㅋㅋ 윤여정씨 얘기하는건지...
9 힌곰돌이  
와우..
감사합니다..
27 오큰실드  
역시 히스미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26 장곡  
윤여정 배우의 수상을 축하합니다.
멘트도 아주 재치가 넘쳤습니다.
24 umma55  
<버든 오브 드림즈>는 감동이었죠.
헤어초크의 영화보다 더 좋았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