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삼 초월 번역에 대해 감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스폰지밥 시즌4 자막을 만들고 있는데요. 시즌3까지가 황금기라고 불린 스폰지밥은 4부터 감독이 바뀌었고 동시에 방향성도 꽤 달라졌습니다.
훨씬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해지면서 드립도 더 세졌는데 그래도 그때까진 전 감독의 입김이 남아있어서인지 이후 시즌보단 '비교적' 유한 편이죠.
과도기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로 나름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ㅋㅋ
무튼 각설하고, 이 애니는 코미디 애니메이션 특성상 슬랭이나 말장난(pun)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전자야 어떻게든 의역해서 말이 되게 만들면 되지만
후자의 경우 직역, 의역 무슨 짓을 해도 맛이 1도 안살거나 의미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럴 땐 초월 번역이라는 기지를 발휘해야 하는데...
가끔은 소설을 써야 할 때도 있죠. 그렇게 노력을 기울이는 데 비해 재미가 덜한 경우는 괜히 울적해지구요ㅋㅋ
예를 들어
스폰지밥이 어딘가에 잠입해서 징징이(Squidward)와 무전을 하는데
스폰지밥 : We're in. Out.
징징이 : Stay in, Don't go out. Out.
스폰지밥 : Understood. Out.
징징이 : No, in! Out.
스폰지밥 : Understood. Out.
징징이 : That's it!
네, 뭐 이런 단순한 상황에서도 한글로 유려하게 번역할 방도를 못찾겠습니다ㅋㅋ 전광석화처럼 지나가는 대화에 괄호 넣고 일일히 설명하는 것도 웃기구요.
그 외에 뚱이(Patrick)가 쓰레기장을 보고 'What a dump~'라고 하는 거나 물건을 되찾으러 갈 때 자기 코드명을 '리트리버(Retriever)'라고 지었는데 스폰지밥이
나중에서야 그 뜻을 깨달은 거 등등 별거 아닌 거 같은데도 우회적 번역을 해야 하는 게 많네요. 사실 (주:) 넣고 부가설명 넣는 게 제일 편하긴 하지만 10분짜리
애니에 자막보다 설명글이 더 길면 거부감도 생기고 두줄처리도 안될 뿐더러 무엇보다 부담이 팍 갈 거 같아서 웬만하면 의역을 통해 개그를 쳐보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짬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 초월 번역가들의 저력이 다시금 느껴지기도 하구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자국의 특색을 이용해 극복한다라...
이것이 진짜 트랜스내셔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수님들의 피드백이 필요해보입니다.
솔직히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미국식 특유의 말장난과 유머를 원어 그대로 100% 한글로 번역하는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일일히 괄호로 부가설명을 추가할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때론 필요에 따라 감각에 의해, 말씀처럼 한국식에 맞게 번역할 필요도 있어보입니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흐름에 지장주는 심한 왜곡이나 변질만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이런 융통성을 자유자재로 펼치기까진 오랫동안 작업하면서 스스로 깨우친 노하우 또한 축적되어야할듯...
신세만 지는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은ㅜㅜ
번역하시는 분들의 열정과 노고에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