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삼 초월 번역에 대해 감탄하고 있습니다.

자유게시판

요즘 새삼 초월 번역에 대해 감탄하고 있습니다.

22 박해원 21 947 4

최근에 스폰지밥 시즌4 자막을 만들고 있는데요. 시즌3까지가 황금기라고 불린 스폰지밥은 4부터 감독이 바뀌었고 동시에 방향성도 꽤 달라졌습니다.

훨씬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해지면서 드립도 더 세졌는데 그래도 그때까진 전 감독의 입김이 남아있어서인지 이후 시즌보단 '비교적' 유한 편이죠. 

과도기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로 나름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ㅋㅋ

무튼 각설하고, 이 애니는 코미디 애니메이션 특성상 슬랭이나 말장난(pun)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전자야 어떻게든 의역해서 말이 되게 만들면 되지만

후자의 경우 직역, 의역 무슨 짓을 해도 맛이 1도 안살거나 의미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럴 땐 초월 번역이라는 기지를 발휘해야 하는데...

가끔은 소설을 써야 할 때도 있죠. 그렇게 노력을 기울이는 데 비해 재미가 덜한 경우는 괜히 울적해지구요ㅋㅋ


예를 들어

스폰지밥이 어딘가에 잠입해서 징징이(Squidward)와 무전을 하는데 


스폰지밥 : We're in. Out.

징징이 : Stay in, Don't go out. Out. 

스폰지밥 : Understood. Out.

징징이 : No, in! Out.

스폰지밥 : Understood. Out.

징징이 : That's it!


네, 뭐 이런 단순한 상황에서도 한글로 유려하게 번역할 방도를 못찾겠습니다ㅋㅋ 전광석화처럼 지나가는 대화에 괄호 넣고 일일히 설명하는 것도 웃기구요.

그 외에 뚱이(Patrick)가 쓰레기장을 보고 'What a dump~'라고 하는 거나 물건을 되찾으러 갈 때 자기 코드명을 '리트리버(Retriever)'라고 지었는데 스폰지밥이 

나중에서야 그 뜻을 깨달은 거 등등 별거 아닌 거 같은데도 우회적 번역을 해야 하는 게 많네요. 사실 (주:) 넣고 부가설명 넣는 게 제일 편하긴 하지만 10분짜리 

애니에 자막보다 설명글이 더 길면 거부감도 생기고 두줄처리도 안될 뿐더러 무엇보다 부담이 팍 갈 거 같아서 웬만하면 의역을 통해 개그를 쳐보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짬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 초월 번역가들의 저력이 다시금 느껴지기도 하구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자국의 특색을 이용해 극복한다라...

이것이 진짜 트랜스내셔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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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omments
26 장곡  
자막 제작하시는 분들 수고가 참으로 많으신 분들입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22 박해원  
감사합니다ㅎㅎ
12 블랙헐  
응원의 추천 꾸욱 눌러드리면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심에 감사드립니다.
22 박해원  
무려 추천까지ㅋㅋ 열심히 할게요
1 홍기  
자막도 게속 발전하는거같아요
22 박해원  
네, 황석희 님의 데드풀 자막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죠ㅋㅋ
12 블랙헐  
저한테 첫번째 초월번역으로 기억되는 건 '로보갑,(1994)' 머피 대사중 "죽든 살든 넌 나와 함께 간다" 였어요
22 박해원  
Dead or alive, you're coming with me였던가요ㅋㅋ
12 블랙헐  
네~ 맞아요. ^^
34 금옥  
감사드리며 힘내시기 바랍니다 ^^~
22 박해원  
꾸벅꾸벅ㅎㅎ
42 cinephile  
저도 전혀 감이 안오네요.
고수님들의 피드백이 필요해보입니다.
솔직히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미국식 특유의 말장난과 유머를 원어 그대로 100% 한글로 번역하는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일일히 괄호로 부가설명을 추가할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때론 필요에 따라 감각에 의해, 말씀처럼 한국식에 맞게 번역할 필요도 있어보입니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흐름에 지장주는 심한 왜곡이나 변질만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이런 융통성을 자유자재로 펼치기까진 오랫동안 작업하면서 스스로 깨우친 노하우 또한 축적되어야할듯...
신세만 지는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은ㅜㅜ
번역하시는 분들의 열정과 노고에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힘내세요.
22 박해원  
그러게요ㅋㅋ 스토리에 지장이 안가는 선에서 말장난을 하는 것도 사람마다 기준이 있을테니 누구 눈에는 밟힐 수 있어서ㅜ 그래도 순간의 순발력을 위해선 넷 서핑을 많이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거 같네요. 언어는 운동력이 있으니까요
40 백마  
자막제작하시는 분들 대단하시죠.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22 박해원  
감사합니다ㅎㅎ 乃
5 bluechhc  
단편적으로 표현만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이해하고 의미를 전달해야하니
각 언어가 가진 맛을 100퍼 살리려면 고민이겠네요 ;;
대충 만든 자막에 영화에 몰입도가 떨어진 게 한 두번이 아니라...
여튼 수고하세요~~~!!!
22 박해원  
뭐 자막 만들다보면 신나서 오버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슨 시청자랑 대화하듯이 팔딱대는 건 경우가 아닌 거 같네요. 제가 재번역했던 '카타쿠리가의 행복'의 옛자막에서는 대놓고 '조또'라고 써놨더라구요. 춋또도 아니고...
20 큰바구  
늘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22 박해원  
감사합니다^^
3 ☆영화광★  
지나가다 슬쩍 끼어들어봅니다.
영상을 안봤으니 앞뒤 상황은 모르지만
말씀해주신대로 잡입해서 서로 말장난을 하는 거라면
들어왔다, 오버
거기 얌전히 있어라 오버하지말고, 오버
알았다, 오버
오버하지말라고! 오버
알았다, 오버
뭐 이런 식의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22 박해원  
훌륭하시네요ㅋㅋ 센스 있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