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없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자유게시판

목표 없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8 DARKSIDE 6 997 0
안녕하세요 씨네스트 회원 여러분.
정말 뜬금없지만 마땅히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자유게시판에 개인적인 글을 써봅니다. 조금 울적할 수 있는데 이런 분위기의 글이 마음에 안 드시면 뒤로가기 누르시면 됩니다.

저는 올해로 스무 살이 된 사람입니다. 어릴 때 성인이 되면 뭔가를 향해 열심히 발전해나가는 멋있는 모습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지금 현실은 너무나 다르네요. 무얼 할까 진로 고민만 하다 이십대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 음악, 문학, 미술 이런 예술 쪽을 좋아하는데요. 무엇 하나 본격적으로 파헤쳐 공부하지 않고 이것저것 건드려보다 지금까지 온 것 같네요. 사소한 것을 해내도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면 쉽게 포기하면서 살아온 것 같습니다. 딱 제가 영화감독이 되겠다, 해서 그쪽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목표로 한 것도 아니고요.

참고로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를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습니다. 검정고시 시험 본 것도 부모님이 하라 해서, 뭘 위해서 하는 건지도 모르고 대충대충 한 것 같네요. 워낙 시험이 쉽다 보니 합격은 다 했고요. 그 당시 전 글을 조금 써서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지원했는데 1학기 다니고 바로 휴학했습니다. 제가 진정 공부하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었거든요. 또 막상 해보니 너무 마음에 안 들고 재미도 없었고요. 내가 이걸 왜 하나 그런 생각으로 하니 f가 두 개나 나왔고 식구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퍼부었죠. 물론 심하게는 아니고 그냥 비웃는 정도였어요. 아무튼 대학을 관뒀습니다. 그게 작년, 열아홉 살 때입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홀로 독립해 혼자 힘으로 먹고 살아야 할 나이가 되었더군요. 그래서 취업성공패키지라는,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것을 배웠는데요. 지금은 온라인마케팅, 엑셀을 배우고 있고요. 사실 그것도 프로그램 중에 그나마 나아 보이는(다른 것들은 건축 조경 전기 전자기능 이런 거였습니다) 것으로 골라 한 거였습니다. 크게 하고 싶다는 마음도 없었는데 뭐 어쩌겠어요. 취직을 하려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기술을 배우려면 뭐라도 배워야 하죠. 포토샵이 막노동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하다보니 충격이었습니다. 취직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 내가 저런 열정으로 차라리 영화감독을 꿈꾸었다면 지금쯤 나는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때까지 아무런 계획도 목표도 없이 하루종일 놀기만 하며 살아왔는데, 내 주변 사람들은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겁니다. 내가 포토샵을 배울 열정으로, 이 열정의 두 배 세 배 열 배로 노력했으면 지금 연극영화과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저 철없이 공부하기 싫다고 검정고시 억지로 배워서 형 누나 방송대 갔으니까 너도 방송대 가라는 부모님 말 들으면서 방송대에 입학해 아무 생각 없이 한 학기를 보내고 지금 이렇게 취업을 하려고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끝없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나는 뭘 하면서 살아온 걸까. 내가 무엇을 원했던 걸까.

또래 애들을 보면 저마다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 가려고 열심히 사는데, (물론 대학 가는 거 무의미하다고, 그냥 술 마시러 가는 거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대학을 공부하러 가는 사람들 한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바라오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걸까.. 하면서요.

그리고 저는 올해 7월에 입대할 예정입니다. 취직해서 어정쩡하게 언제 군대 갈지 애매하게 있는 것보다 빨리 갔다오는 게 낫다고 생각해 공군에 지원했습니다.
군대 갔다 와도 막연하니 있을까봐 걱정입니다.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는 엑셀 이런 거 꾸역꾸역 배워서 컴퓨터그래픽 툴 몇 개 가지고 취업이 잘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부모님은 항상 말씀하십니다. 안타깝다고요. 전 영어도 수학도 과학도 역사도 아무런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상태입니다. 토익 토플 이런 자격증도 없고요, 심지어 중학교 영어도 잘 못해요. 우리나라 역사도 잘 모르고(배운 적이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소설이랑 만화만 대체로 읽었고, 세계 역사도 당연히 모르고, 경제도 모르고, 수학은 초등학교 고학년 수학도 모르고,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을 모르니까 엑셀 하는 데에도 함수 이런 거 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함수 처음 듣고 함수가 뭔가 계속 인터넷에 찾아봤었습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하지만 지금 뭔가를 배우려 해도 뚜렷한 목표나 계획을 세워두지 않으니 뭘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모든 게 불투명한 것 같아요.
스무 살엔 행복할 줄 알았는데 요즘 따라 잡념만 많아지고 회의감만 드네요.

그나마 관심 있는 게 락 음악이고, 락커가 되는 게 꿈인데, 그것도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기보다 취미로 밴드하고 싶다는 생각이네요. 그래서 지금은 알바한 돈으로 보컬트레이닝 받고 있고요.

아무튼 모르겠습니다. 스무 살 때에는 원래 방황하는 게 맞을까요. 여러분도 스무 살 때, 이십대 때 계속 방황하면서 사셨는지요.
5월은 장미가 활짝 피어나는 계절인데.. 제 마음은 겨울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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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S 맨발여행  
스무 살이면 그래도 늦지 않았다고 봅니다.
저도 개인적인 이유로 중학생 때 이미 포기했습니다.
비슷한 생각으로 스무 살 때 1학년 종강하고 바로 군대를 갔었죠.
군대 갔다 오는 동안에 차근히 진로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아직도 저를 모르듯 님께 뭐라 조언할 정도는 못 됩니다.
답은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스무 살이면 늦지 않았습니다.
S 푸른강산하  
맨발여행님 말씀처럼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굳이..
책읽기를 추천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답을 얻을 때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아무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깁니다.
모쪼록 힘내십시오.^^*
17 달새울음  
스무살에 뭔가를 이룩한 사람은 없지요.
김연아?
 
스무살에 목표를 찾아 방황하는건 당연한 것입니다.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23 다솜땅  
저도 서른살 되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십대이구여, 물론, 코로나로...... 폐업하게 되었지만요... 힘내세요. 하지만 시간은 그리 길지 않더라구요. 뭔가 이루려면 노력밖엔 없어요.!!홧팅
11 하얀나라  
우선은 학교를 다니길 권합니다. 방송대말고요...
취미가 같은 사람이나 공통적인 것이 생활에서 있는 사람말고요.. 대학 같은 그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부딪고 사랑을 해보기를 바랍니다.

검정고시를 보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는 좀 비추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뭐가 있어? 또는 대학이 가르쳐주는 것이 ..
저는 그 말에 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뭘 가르치는 것을 바라는 것보다는 스스로 찾으시고, 꼭 훌륭한 스승이 아니라도 학교 다니다보면 한 두분쯤은
인생을 결정짓게 하는 그런 분이 계실 겁니다. 단, 스스로 뭔가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삶은 인간과 부대끼면서 지내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면 되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좀 삭막한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잘하는 것으로 돈을 벌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고요.
좋아하는 것을 해야 잘한다라든가? 일을 즐겨라 라는 말은 감성을 자극하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특히, 한 분야에서 탑만 살아남는 요즘은 더더군다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즐길 겨를이 없지요.
지금까지 준비된 것이 없다면 차분히 준비하세요.
인생에 늦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조급해 할 것도 후회할 것도 없지만 명심하세요. 지금 인생에 대해서 계획을 세우고(남들을 보고 평균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했던 일 중에 못해서 문제가 된 것을 중심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실천하세요.
아르바이트는 잘못하면 평생을 좀 먹습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시길..
S JIN  
스무살이면 이제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목표를 정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나이입니다.
단, 술에 빠지지 마시고 친구 멀리하시고 노는거 줄이셔야죠. 남들과 똑같이 놀거 놀고 잘거 자면서 꿈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조금씩 하다보면 조금씩 성장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기죽지 마시고 화이팅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