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려고 그 많은 영화를 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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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려고 그 많은 영화를 봤나요?

15 하스미시계있고 19 1072 6

마음이 아플 때 항상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무심한 말만 남기고 사랑이 떠날 때도 발길은 영화관을 향했습니다.

준비하던 시험에 실패했을 때에도, 오래 사귄 벗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에도, 방금까지 쓴 사표를 찢은 뒤에도, 큰 병을 선고 받았을 때에도

모두 어두운 영화관에서 내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어둠 속에 있으면 용기가 납니다.

다 큰 내가 눈물을 흘려도 아무도 모릅니다.

총 소리에 포탄 소리에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에 용기 내어 맘껏 울어봅니다.


그렇게 수많은 영화들이 내 곁을 지나갔습니다.

어쩌면 영화를 보려고 본게 아니라 살기 위해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용기가 납니다.

나보다 더 억울한 사람도 살아가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도 죽어갑니다.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영화관을 나오면 천애고아가 된 기분입니다.

방금 끝난 영화의 끝자락이라도 잡고 싶어 밤길을 혼자 헤맵니다.

천상 나는 영화를 보려고 태어났나 봅니다.



p.s. 마음이 아픈 날들이 많아 바보 같은 글 하나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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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Comments
26 장곡  
아픔이 있으셨군요.
영화가 그나마 아픔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하루 빨리 완치가 되어 즐겁고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오시길 기원합니다.
40 백마  
여러 우여곡절이 많으셨네요. 영화로 위안을 삼으셨다니 다행이네요. 빠른 쾌유와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3 다솜땅  
ㅠㅠ 저도 그래요... 잊어야 할 이유를 찾아서 영화를 봤고, 근데.. 영화가 취미를 넘어서 '광'이 되어버렸어요 ㅠㅠ 힘내세요 ㅠㅠ
12 철판남  
취미생활은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죠T-T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잊기 위해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그런 것같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고요^^;;;
극장에서도 극장 밖에서도 행복한 하스미시계있고님 되세요!
10 쌍동이여우  
영화로 치유를 할수도 있겠군요

추카추카 24 Lucky Point!

1 코르크  
어떠다 보니 그 많은 영화를 보게 되었네요.
제목도 배우 이름도 감독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만큼은 영화만 보게 되더군요.
습관이나 취미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삶이란 시간의 비상구가 되기도 합니다.
9 BEST.SKY  
저두 고등학교때부터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저의 행복에도 포함되네요^^
12 뺀질덧니  
저도 한번씩 영화를 보다가 마음의 안정을 찾는것 같습니다
1 이훈이  
절대 바보같은 글 아니에요.ㅠㅠ
32 빨강머리앤  
그저, 그저.....
열심히 버팁시다.
삶에게 지지 않고, 내가 이길래요.
오늘도 영화 한 편 보며, 파이팅!
10 에버렛  
영화가 없었으면 어땠을지 상상할 수도 없어요
3 늘푸르른바다  
명상을 권하고 싶습니다...
13 소서러  
예전에 장 루이 보드리가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관객은 자신의 환상이 스크린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관에 드리운 인공적 어둠과 그것이 형성하는 인공적 환상에 압도되어
많은 관객들을 유아로 만든다고 설명했던 구절이 떠오릅니다.
관람이란 아름답고 벅찬 경험이 저에게는 이제 까마득한 단어로 느껴져요. 먼 훗날 언젠가 수십번, 수백번 가야 할 텐데...
시계있고 님께서 겪으시는 힘겨운 날들이 많이, 조금이나마 사그라들고
개인적으로 아름답고 다복한 나날들이 찾아오기를 이 자리를 빌어서 염원하는 마음입니다. 힘내세요.
13 소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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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소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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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줄리아노  
님께서 마음으로 간직하신
그렇게 많은 영화들은 수많은 아픔들의 소산이었군요...
저도 누군가가 "우리 영화'나' 보러갈까?" 할 때마다
"영화 '나'?" 하고 버럭 화를 내곤 했던 적이 있었는데...
(내 딴에는 뭔가 남다른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었나 봐요...)
그래서 인지, 제게 극장은 경외의 공간으로만 남았습니다.

극장에서 용기를 내고 극장에서 위안을 받으신 님께
성소와도 같았을 그 곳은, 님 같은 분들 덕분에 영원할 겁니다!
저 같이 부족한 많은 사람들에게 더 없는 아름다움과 깊은 깨달음을 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