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려고 그 많은 영화를 봤나요?
하스미시계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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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22:06
마음이 아플 때 항상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무심한 말만 남기고 사랑이 떠날 때도 발길은 영화관을 향했습니다.
준비하던 시험에 실패했을 때에도, 오래 사귄 벗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에도, 방금까지 쓴 사표를 찢은 뒤에도, 큰 병을 선고 받았을 때에도
모두 어두운 영화관에서 내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어둠 속에 있으면 용기가 납니다.
다 큰 내가 눈물을 흘려도 아무도 모릅니다.
총 소리에 포탄 소리에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에 용기 내어 맘껏 울어봅니다.
그렇게 수많은 영화들이 내 곁을 지나갔습니다.
어쩌면 영화를 보려고 본게 아니라 살기 위해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용기가 납니다.
나보다 더 억울한 사람도 살아가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도 죽어갑니다.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영화관을 나오면 천애고아가 된 기분입니다.
방금 끝난 영화의 끝자락이라도 잡고 싶어 밤길을 혼자 헤맵니다.
천상 나는 영화를 보려고 태어났나 봅니다.
p.s. 마음이 아픈 날들이 많아 바보 같은 글 하나 써봤습니다.
19 Comments
예전에 장 루이 보드리가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관객은 자신의 환상이 스크린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관에 드리운 인공적 어둠과 그것이 형성하는 인공적 환상에 압도되어
많은 관객들을 유아로 만든다고 설명했던 구절이 떠오릅니다.
관람이란 아름답고 벅찬 경험이 저에게는 이제 까마득한 단어로 느껴져요. 먼 훗날 언젠가 수십번, 수백번 가야 할 텐데...
시계있고 님께서 겪으시는 힘겨운 날들이 많이, 조금이나마 사그라들고
개인적으로 아름답고 다복한 나날들이 찾아오기를 이 자리를 빌어서 염원하는 마음입니다. 힘내세요.
영화관에 드리운 인공적 어둠과 그것이 형성하는 인공적 환상에 압도되어
많은 관객들을 유아로 만든다고 설명했던 구절이 떠오릅니다.
관람이란 아름답고 벅찬 경험이 저에게는 이제 까마득한 단어로 느껴져요. 먼 훗날 언젠가 수십번, 수백번 가야 할 텐데...
시계있고 님께서 겪으시는 힘겨운 날들이 많이, 조금이나마 사그라들고
개인적으로 아름답고 다복한 나날들이 찾아오기를 이 자리를 빌어서 염원하는 마음입니다. 힘내세요.
님께서 마음으로 간직하신
그렇게 많은 영화들은 수많은 아픔들의 소산이었군요...
저도 누군가가 "우리 영화'나' 보러갈까?" 할 때마다
"영화 '나'?" 하고 버럭 화를 내곤 했던 적이 있었는데...
(내 딴에는 뭔가 남다른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었나 봐요...)
그래서 인지, 제게 극장은 경외의 공간으로만 남았습니다.
극장에서 용기를 내고 극장에서 위안을 받으신 님께
성소와도 같았을 그 곳은, 님 같은 분들 덕분에 영원할 겁니다!
저 같이 부족한 많은 사람들에게 더 없는 아름다움과 깊은 깨달음을 주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많은 영화들은 수많은 아픔들의 소산이었군요...
저도 누군가가 "우리 영화'나' 보러갈까?" 할 때마다
"영화 '나'?" 하고 버럭 화를 내곤 했던 적이 있었는데...
(내 딴에는 뭔가 남다른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었나 봐요...)
그래서 인지, 제게 극장은 경외의 공간으로만 남았습니다.
극장에서 용기를 내고 극장에서 위안을 받으신 님께
성소와도 같았을 그 곳은, 님 같은 분들 덕분에 영원할 겁니다!
저 같이 부족한 많은 사람들에게 더 없는 아름다움과 깊은 깨달음을 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