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엑스트라였다(1편) ㅡ 장군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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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엑스트라였다(1편) ㅡ 장군이 싫어요

1 잔인한시 8 5553 0
제가 처음 엑스트라...
아참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게요...

우리나라 사람은 호칭에 민감하죠...
자신의 직업을 비하하면 기분 되게 나빠하구요...
그 호칭으로 자신을 높이고 싶어하죠...

파출부는 가사도우미
청소부는 환경미화원
간호원은 간호사
등등 수도 없이 많죠...

마찬가지...엑스트라란 말은 전자에 해당하고
보통 언제부터인가...엑스트라에 대한 인식이 나아질 즈음 보조출연이란 말로씁니다.

이전 글에선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그냥 엑스트라라고 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사용용어인 보조출연(기니깐 그냥 보출이라고 할께요)이라고 할게요...

무튼 처음 제가 보출을 했을 때가 제 기억으론
97년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벼룩시장을 보고 한국예술...
당시 보출의 용역회사는 한국예술과 서울예술 정도 두 군데 밖에 없었고..
거의 모든 방송사 모든 프로는 거의 한국예술에서 했죠.
아무튼...거기 등록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보출의 첫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용의 눈물이었죠...당시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수원 남한 산성인가 암튼 거길 갔답니다.
약 200 명이었나 400 명이었나 암튼..그정도의 인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구요...

서울에서 전세버스로 이동...
거기 주차장에 내려서....
배역을 받게 됐습니다.

제일 먼저 뽑은게 장군이었습니다.
10 명 뽑더라구요...
현장 반장이 얼굴 봐가면서 이렇게 저렇게

아무튼...
저는 첫날이라 어리버리 서있었죠...
근데 그 많던 인원들이 다 배역을 받고
소품을 받으러 수염을 붙이러 이동하는데
저랑 소수만 덩그러니 남게 됐어요...

속으로 저는 도대체 날 뭘로 시킬려구 그러지?
생각을 했죠...포졸인가?
그럴 즈음....

반장인가 암튼 배역주는 사람이 와서 저더러 장군을 하래요..

제가 그랬죠...
아까 장군 제일 먼저 뽑아가셨잖아요...
그러니 왈..
아 그 친구 대가리가 커서 투구가 안 맞아..
였어요..;;;

무튼 또 어리버리 쫄래쫄래
미술 소품팀 탑차에 끌려가니...
소품팀이 막 제게 저고리며, 흉배며, 갑옷이며 
잔뜩 입혀주면서 하는 말이..

야~~~이때 아니면 언제 장군해보겠어
자네 정말 복받은거야

그러더군요...

전 속으로 생각했죠....

아 좋은 거구나..
좋다고 하니 좋은 건 줄 알아야겠지...
라구요...

근데 막상 수염 붙이고 칼들고 옷 차려입고
산으로 아니 산성으로 오르니...
기존에 하시던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야...장군 왜 했어?
장군이 제일 안 좋은 거야...
안에 한 복 입어야지
겉에 온갓 것 다 둘러야지
갑옷 무겁지
오줌 눌 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아~~ 속았다 ㅠㅠ
싶었답니다.

실제로 그랬어요...
그게 아마두 7월 22일 경이었고
한창 더울 때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저고리 정도 입었는데
저는 그 저고리 위에 갑옷에 뭐에 
무거운 투구까지 ㅠㅠ
역시 오줌눌 때 상당히 불편하더군요..

암튼 첫날을 그렇게 넘겼답니다.

또 다음날 또 거길 갔죠...

그날은 주차장에서 안 뽑고
전세 버스 안에서 바로 뽑는다대요..
전 혹시나 장군 걸릴까봐
고개를 푹 숙였죠...
현장 반장이 사람 고를 때
쩝 ㅠㅠ
작전 실패 아니나 다를까..

자네 장군해!
였답니다.

제 얼굴이 아주 사극스럽게 생겼는지...
장군을 자주 하게 됐죠.
아참 장군의 안 좋은 점
장군이기에 뛰어하면 함성지르면서
뒤에 보출자분들 앞에서 좆나게 뛰어야 합니다..

아시죠? 한 번으로 오케이 안 나는 것...ㅠㅠ

마지막으로 어느날은 운이 좋게 가장 옷이 가볍고 편한
포졸일 걸렸더랬죠...
이런 재수...!!!
했는데....

점심 먹고 담배사러 잠깐 매점 갔다오는 사이
점심 때 먹다가 수염 떨어지면 다시 붙이는 줄이 원래 제가 앞줄이었는데...
그 넘의 담배땜시 뒤로 밀렸죠...

마침 지나가던...
반장이  줄 뒤에 서있던 절 보고
엇! 자네 일루와..

결국 포졸옷 박탈...
철립옷....일종의 경호원?
암튼 이성계에게 인사하는 6 명중 하나로 발탁
그 때 대사아직 기억나네요...

태상왕 전하 어서오시오서서..

무튼 그런 일이 있었답니다..
지루하게 해드려 죄송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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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S MacCyber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저를 포함해서) 한 번쯤은 영화계를 동경해보게 될 텐데
직접 공부도 하시고 참여도 하신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 흥미롭습니다. ^^
틈틈이 그 지식과 경험도 나누어 주세요. 씨네스트 이용하시는 분들 중에도 아마
전문 영화인, 평론가 다 계시리라 짐작은 되지만 모두 잠수 모드로 계시니... ㅎ
1 잔인한시  
이뿌게 봐주시니 맥사이버님께 감사드릴 수 밖에 없어요..

영화는 마약이라고 하지요...
마약과 같이 빠져들지 않으면 결코 그 직업?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구요..

근데 저는 중대 영화학과를 28살 때 들어가면서...
솔직히 영화가 딱히 마약처럼 느껴지지도 않았구
지금도 그렇답니다..

왜 ? 제가 영화학과에 들어갔을까요?
그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역사가 너무 길어서...또
장문이 될 듯해서 담에 말씀드리구요...

다만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었답니다....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그걸 다 뚜드려 합할 수 있는게 영화였단 생각이었어요...

결국 제게 남은 것은
영화계에서도 아웃사이더
현실에서도 아웃사이더
현재로선 그렇게 밖에 말씀드릴 수 밖에 없을 듯해요...

전 타산지석이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비록 영화학과 다닐 때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학점을 받았고
전액 장학금...최고 학점 4.49 (동생 결혼식으로 평생 못 먹던 음식을 먹어 급성위경련으로 병원에 실려가
입원해서 1학점 짜리 교양과목 과제를 늦게 냈다고 A학점 받은 탓에)
의 제 역사의 기록을 갖고 있었지만....
늘 부끄럽고
늘 비참했던 학점...
그게 뭐라구...싶은 제 역사들...

이 보잘 것 없는 제가....
이렇게 주절대면
그 저보다 훨 뛰어나신 분들이 잠수하시더라도
뭔가 동하셔서 나서시겠고...
욕을 하시든
평가를 하시든...
그런 희생양
미끼가 전 되고 싶을 뿐이랍니다....

길바닥에 구르른 돌도 다 의미가 있다던데...
전 솔직히 아직도 제 존재의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제가 아는 바는
저래선 안된다란 표본의 몰모트 라도 전 되고 싶구요..

무튼 뭐..절 타산지석 삼아 다른 분들 
정제되시고 온전해지시면 전 그걸로 족하답니다...
2 guram  
생생한 증언...너무 재밌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한번 보조 출연해보고 싶네요. 워낙 특징이 없어 지나가는 사람2쯤이면 좋겠네요.ㅎㅎ

그럼 2편으로 고고씽~
1 잔인한시  
재미있으시다니 넘 다행이네요...

욕이나 듣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글을 올리고 있거든요 ^^;;;

보조 출연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시스템인지도 나중에 밝힐 게요..

쿠람님께선 얼마든지 대사도 하실 수 있고
클로즈업도 받으실 수 있어요...

다 그런 길도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40 Daaak  
천상... 장군감이셨군요. ^^^;;;
1 잔인한시  
제가 장군감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아마두 얼굴 생김새가 현대적이 아닌 고전적으로 생겨서 그런가봐요 ^^;;;;
제가 뭐 덩치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174 센티에 한 많이 나가면 60 키로 정도 밖에 안되니까요...

제가 수염이 아주 빨리 자라는 체질인데...
아마두...
그런 생리학적인 영향이
수염을 붙이면 이 인간(=저)이 아주 실제 옛날 사람 같이 보이겠단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도 싶네요.

암튼...전 장군감이 아닙니당 ^^;;;
7 외자막만  
오.. 할아버지 옛날 이야기 듣는 기분이군요.^^
엑스트라가 참 고달프다던데...
한 편의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땀방울이 보이는 듯 하네요.
1 잔인한시  
옛날 얘기 맞지요...
첨 했던 게 97년도니까요...

어언 벌써 14년?

엑스트라 많이 고달프죠...
그래도 재작년 했을 땐 그나마 처우가 많이 개선됐더라구요.
97년도 당시엔 한마디로 소품이었습니다.
사람 취급도 못받았죠.

야! 이 새끼야 저리가
야! 임마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

저리가 이리가 
이거해 저거해
욕에다가 손가락질에다가...

분명히 한 편의 영상에 수 많은 이들의 노고가 들어가는데...
게중에 엑스트라는 마치 사람이 아닌 물건 취급을 받을 때가 많답니다.

아주 잘못된 것이죠...
이것도 나중에 제가 한 번 짚고 넘어가볼까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