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님, 그리운 바다 성산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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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님, 그리운 바다 성산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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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내내...


 


겨울에 여행 다닐때 마다 꼭 안주머니에 챙겨가던 책이 한권 있었는데 그책이


 


그리운 바다 성산포입니다.


 


DJ박스있던 빵집에서 알았던 DJ형이 처음 들려주던 시였는데


 


그 후 20대 내내 단 한번도 때어본적이 없을 정도로


 


좋아하던 시집....


 


책가방 만한 스테레오 포터블 녹음기에 마이크를 들고 바닷가 갯바위에 앉아 파도소리를 녹음하던


 


미친놈으로 만들어버린 시집


 


그리고 그 파도소리에 밤새 읽던 시집


 


 


 


몇일전 태안 사건으로 마음이 심란하던 차에...


 


느닷없이 예전에 그리도 좋아했던 시집의 이생진 선생님이 떠올라...


 


인터넷에 찾아 방문해 보니


 


가슴 짠한 사연이 있더군요...


 


예전에도 나이 많이 드셨던 어른께서는 이제는 완전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셨더군요


 


 


그런데 그런 노인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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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足]과 시





모든 만족(滿足)은 발에서 온다.

나의 시는 발에서 왔다며 나팔 불고 다닌 적이 있다. 그러던 발이 적신호에 걸린 것이다. 2,3년 전부터 왼쪽 발등에 콩알만한 부푸러기가 일더니 지금은 꽈리만해졌다. 혈관을 누르고 있는 것이 육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눌러도 아프지 않고 걸어도 지장이 없기에 모르는 척했었다. 그랬더니 그것이 두 개로 늘어나 가기 싫어하는 병원에까지 끌고 왔다. 담당 의사 말이 이건 주사로 뽑아내도 되지만 재발할 확률이 많으니 확실하게 해두려면 조직검사를 해야 하고 척추에서 뽑아낸 물도 검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면 입원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상당히 위협적인 인상이 들었다. 그래도 놀라지 않고 우선 주사로 뽑아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의사는 별볼일 없는 늙은이의 말을 거역하지 않았다.



침대에 눕혀놓고 좀 따끔할 거라며 주사를 찔렀다. 그 순간 아팠다. 의사는 방금 뽑아낸 뿌연 물을 보여줬다. 그리고 간호사는 붕대로 그 부위를 동동 감았다. 의사는 당분간 걷지 말라고 했고 나는 일주일 동안의 모든 약속과 계획을 취소하고 눕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 가야 할 곳이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기름 유출 사고로

정신 없이 돌아가고 있는 태안 앞바다에 가고 싶었다. 바다가 멀쩡할 땐 찾아 와 시를 쓰고 바다가 비명을 지를 땐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꾸짖는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발에 감긴 붕대 3분에 2를 걷어내고 양말을 신었다. 그 길로 고속버스를 타고 만리포로 갔다. 만리포에 도착하자마자 장화를 얻어 신고 기름 투성이인 모래밭으로 들어갔다. 살을 깎는 겨울 바람이 눈을 뜨지 못하게 했다. 몸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꾹꾹 참아내는데 나는 참아내기 힘들었다. 무슨 장난이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좋게 말해서 열정이지 실은 능청이고 엄살이었다. 왜 이렇게 내가 하는 일이 수준 미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리포에서 돌아오자 걷어낸 붕대를 다시 감았다. 이제 발도 시도 무력해졌다.그래도 할 일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가벼웠다.(2007. 12.14.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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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의 악몽







천혜의 황금이요

만인의 젖줄이던

학암포

천리포

만리포

흰 모래밭



어려서는 철없이 기어 다니고

젊어서는 낭만의 씨앗으로

늙어서는 추억을 걷어들이던

흰 모래밭



아이들은 갈매기처럼 날고 싶어하고

어머니는 조개를 한 없이 잡고 싶어하고

아버지는 그물을 끊임없이 끌어올리고 싶어하던

행복한 바다

그 행복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네



2007년 12월 7일 아침 일곱 시

14만 7000t 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1만 2000t 급 크레인선과의 충돌로

시꺼먼 기름 덩어리 1만 2547kl가 터져 나와

태안 앞바다의 꿈은 산산 조각이 나고 말았네

어쩌면 이럴 수가!

하고 동동 발을 구르지만

바다는 바다대로 독극물을 먹은 고래처럼 몸부림치네



바다를 먹고 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추억을 먹고 사는 사람들까지도

멍하니 서서 울고 있네

태안 앞바다는 온몸이 눈물일세



이걸 어쩌나

이걸 어쩌나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고

어린아이의 일기장 뜯어

검은 악몽 걷어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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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마음이 착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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